전통시장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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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변화
  • 창업&프랜차이즈
  • 승인 2017.10.1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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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 체인점으로 들어선 동내의 마트까지 상품을 파는 곳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고 그 규모도 다르다. 시장의 변화에 맞게 전통시장 또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문경전통시장의 점포의 변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점포 환경개선 및 상품 재 진열 사례
2015년 기준 전국의 전통시장 수는 약 2333개라고 한다. 지역상권 활성화 기반 구축, 지원기관 역량강화, 경영 선진화 촉진,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과 예산, 그리고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성공사례가 그리 많지는 않다.

대부분의 활성화 방안이 아케이드(비가림막) 설치, 상인대학 운영, ICT교육, 청년상인 입점, 문화 관광형 시장 등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거의 없는 곳도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상인대학 강의를 하면서 상인들이 변화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하구나 하는 희망을 보았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장사하느라 힘들고 고단하기도 할 텐데 어느 누구 졸거나 강의에 집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점포의 사진을 찍어와 우리 점포가 어떤지 봐달라고 하는 사장님도 계셨고, 어떻게 점포를 바꾸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하는 분도 계셨다. 상인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그리 어둡게만 볼 것도 아닌 듯싶다.

 

기본에 충실하자!
전국의 전통시장을 돌아보면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로 아케이드(비가림막)나 간판은 통일되고 새롭게 바뀐 것이 눈에 확연히 보인다. 또한 대부분의 전통시장은 상권 활성화를 위해 ‘거리’를 강조한다. 이 거리를 살펴보면 살거리,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즐길거리)다. 이 4가지 거리 중 하나만 빠지거나 떨어져도 상권 활성도는 매우 떨어진다. 필자가 전통시장의 환경을 조사하면서 느낀 것은 딱 한가지다. ‘기본에 충실하자’ 그렇다면 전통시장에서 기본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점포의 환경개선과 상품의 진열이다. 많은 비용이 들지도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채소를 파는 가게에서 상품인 채소를 그냥 바닥에 놓고 파는 경우도 있고, 시들거나 반은 썩었는데도 상품은 그냥 진열대 위에 놓여 있는 곳도 종종 보게 된다.  바닥에는 물이 흥건히 고여 있고 심지어 점포 내에 거미줄까지 있는 경우도 봤다.

상품진열 앵글이 녹이 쓸고 반은 내려앉았는데도 교체 비용이 아까워 몇 년째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장사를 하기 때문에 점포에서 식사를 해결해야하니 살림집 같지 않은 생활도 함께인 경우가 많은데 환경은 최악이다.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상품이나 보이지 않은 점포의 구석구석 환경까지도 관리되어야 한다.

 

점포 환경 분석
필자는 2003년부터 우리나라에 최초로 정리수납 전문가를 양성해서 정리수납 서비스로 새로운 직업과 사업으로 준비해 2015년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직업사전에 ‘정리수납전문가’라는 직업이 등록되면서 정리수납이라는 것은 장소, 연령, 영역이 무한대라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전통시장의 점포나 봉재공장, 공장의 부품들을 정리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번 전통시장 점포환경개선 및 상품 재 진열 사례로 소개하고자 하는 곳은 문경전통시장에 있는 <오복상회>라는 신발가게다.
 

 



<오복상회>를 처음 방문했을 때 점포의 사장인 부부에 대한 첫인상은 그냥 한국의 전형적인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무뚝뚝하지만 정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미리 옥수수를 쪄 놓으시고 방금 딴 토마토와 음료수도 내오셨다. 지나가는 이웃 분들에게 들어와서 옥수수 좀 먹으라며 부르시는 모습을 보며 ‘돈을 벌기 위한 장사라기보다 그분의 삶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점포를 바꿔드리고 싶었다.
45년 동안 장사하면서 한 번도 점포를 바꿔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예전엔 그래도 장사가 잘 되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대형마트도 들어오고 시장의 신발은 오랜 단골 위주로 판매하고 있었다. 오전 6시에 오픈해 밤 9시에 닫지만 유동인구조차도 그리 많지 않았다.  
점포의 가장 큰 문제는 손님이 점포로 들어오기 힘들 만큼 통로가 비좁고 종류별 구분없이 신발들도 켜켜이 쌓여있었다. 

점포 앞은 나물을 다듬거나 이웃 분들과 얘기를 나누는 사랑터로 쓰였다. 앵글에는 색바랜 박스들이 불안하게 쌓여있고 진열대에는 신발과 수석, 죽은 화분까지 점포라기보다는 창고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들이 점포의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지만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온 부모님 말을 거역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버리기 아깝고, 혹시 손님이 찾으면 어쩌나 라는 생각 때문에 모든 것을 가지고 계셔야 했고, 쌓인 신발들은 어머니만의 방식대로 어머니가 찾기 쉽게 놓여 있어 다른 사람들은 찾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우리 점포가 달라졌어요!
나는 점포의 환경 분석을 마치고 정리수납 전문가(업테리안)들과 회의를 통해 사장님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점포의 개선점, 진열방법, 판매방법 등에 대해 계획을 세웠다.

작업 당일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려 걱정을 했으나 작업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파이팅을 외치고 작업은 시작되었다. 점포 안과 밖 그리고 영역별 담당팀을 정하고 신발을 판매할 것과 판매하지 못할 것, 계절별, 종류별, 사이즈별, 남자용 여자용 그리고 잘 팔리는 것과 가끔 팔리는 것, 보관할 것 등으로 구분했다. 어르신들이 찾기 쉽게 라벨링하고 보관 위치까지 꼼꼼히 알려드렸다. 손님들이 신발을 편히 앉아서 신어볼 수 있도록 벤치를 놓았고 신은 신발을 볼 수 있게 긴 거울까지 마련했다. 점포 밖의 진열대 밑을 가리기 위해 작은 현수막을 디자인해서 붙였고 장날 진열대를 확장할 수 있도록 새롭게 만들었다.

 

45년 동안 장사를 하면서 우리 점포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며 매우 고마워하고 좋아하는 내외분을 보면서 정리수납전문가(업테리언)라는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점포를 변화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준 아들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대단히 거창하고 어렵게 생각되는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위해 그동안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적인 점포의 환경을 개선하고 상품의 진열만이라도 변화를 시작해 보기를 바란다.

 

 

시스템 정리수납 전문기업 (주)덤인의 정경자 대표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여성인적자원개발을 전공했으며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으로 있다. 국내 최초로 정리수납 전문가라는 직업을 만들어 정리수납 전문가 양성 및 정리수납 표준화와 기술 개발을 위해 (주)덤인의 평생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e-mail jconnie@du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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