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데 있어 고려하는 많은 요소 중에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가격대비 그 상품의 가치다. 이런 가치를 고객들은 어떻게 계산하고 또 그들을 만족시키는 방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여기저기에서 가성비라는 말이 들려온다. 그런데, 가성비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해, 가성비는 가격대비 (현저한) 만족도와의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가성비에 대한 설명을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기억해야 할 용어가 있다. 바로 브랜드 콘셉트라는 용어다. 브랜드 콘셉트는 고객입장에서 보면, 치열한 경쟁에서 고객이 경쟁 브랜드가 아닌, 나를 찾게 만드는 이유, 명분이다.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만의 모습이다. 내 브랜드가 비록 후발 브랜드이고, 시장 점유율이 낮더라도 내 브랜드에 고객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 돈을 내게 하는 이유가 명확하면 고객은 내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다. 고객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 돈을 내게 하는 것, 그것이 고객 입장에서는 가치(Value for Money)가 되는 것이다.
고객이 가치를 계산하는 법
가치(Value for Money)를 고객들은 어떻게 계산 하는 것일까? 가격 대비 만족도와의 관계를 주관적으로 계산해 가격 보다 만족도가 현저히 높다고 판단되면,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내가 지불하는 가격 보다(매우 주관적이지만) 인식하는 만족도가 높으면 내가 구매한 브랜드에 대한 가치 (Value for Money)는 상승하게 된다. 최근에 여러 업종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가성비에 대한 개념을 바로 이것에 직접 연계해 볼 수 있다. 가격 대비 만족도라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개념을 알아보자.
가격에 대한 변수를 고객들은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2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첫째, 절대적인 가격을 기준으로 내가 느끼는 만족도와 연결해 가치를 주관적으로 계산한다. 둘째, 내가 구매하려는 다른 브랜드와의 상대적인 가격 비교를 통해 내가 구매하고자 하는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커피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를 2000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지불해 여러 차례 반복구매를 했다. 이 브랜드에서 제공하고 있는 원두 맛 품질과 그리고 비록 셀프서비스이긴 했지만, 매장 직원의 서비스, 평범하고 깔끔한 분위기, 전반적인 이미지가 2000원이라는 가격과 비교해 볼 때 괜찮았다고 인식했다.
따라서 2000원 대비 내가 인식하는 주관적인 만족도가 높다고 판단해 기꺼이 그 브랜드를 구매했던 것이다. 그런데, 다시 그 브랜드 매장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려고 했더니 22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된 것을 알게 되었다. 즉, 해당 브랜드의 절대적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이 경우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어떻게 될까? 고객의 머릿속에서 어떤 계산을 하고 있을까? 가치에 미치는 2가지 핵심 요소 중 가격 적당도에서 절대적 가격이 인상되었음에 불구하고, 맛 품질, 서비스 수준, 매장 분위기, 이미지 등의 만족도 요소는 그대로라면, 이 브랜드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메뉴가격을 인상할 때 맛 품질 등에 대해 고객들에게 제대로 확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면, 방문 고객 수가 적아질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해 줄 수 있는 공식이다.
이번에는 이 브랜드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2000원 그대로인데, 근처 다른 커피 브랜드에서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지금 막 방문한 커피 브랜드의 분위기, 원두 맛 품질, 서비스 등의 차이가 고객이 인식할 만큼 현저하지 않을 경우 내가 즐겨 구매했던 커피 브랜드의 만족도는 그대로일지라도, 주변 브랜드와의 상대적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 브랜드에 대한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
만족도의 4가지 요소
이번에는 고객이 어떻게 만족도를 계산하는지 방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기업(브랜드, 매장) 입장에서는 고객은 기계가 아닌 주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므로, 고객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가 매우 어렵다. 더욱이, 고객의 만족도를 측정한다는 것도 매우 어렵다. 큰 기업에서는 신제품을 기획할 때, 수많은 돈을 지출하여 광고를 집행했을 시 신제품을 구매할 의욕이 생기는지, 광고를 보고 구매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문조사 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신제품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한 평가, 광고에 대한 선호도가 실제 구매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실제 구매행동과는 다를 수 있다. 한마디로 ‘겉모습과 속마음이 다른 것이 고객 구매행동’이다.
고객 본인도 잘 모를 수 있고 설사 잘 안다고 해도, 매우 주관적으로 머릿속에서 계산이 될 수밖에 없는 고객의 만족도에는 4가지 요소가 있다. 제품(메뉴) 품질, 서비스 품질, 매장 혹은 브랜드 분위기, 그리고 브랜드의 이미지이다. 여기서 메뉴 품질 만족도를 Quality로, 서비스 품질 만족도를 Service로, 위생, 청결, 분위기 만족도를 Cleanliness로 생각한다면, 외식의 경우 QSC 만족도와 그 브랜드의 이미지에 대한 만족도가 전체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고객이 해당 브랜드에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할 때도 브랜드 만족도 4가지 요소에 추가되는 것은 없다. 오히려 4가지 요소 중 한 가지 요소가 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홍대 맛 집으로 유명한 B 돈가스의 경우 기존 일본식 돈가스와는 다른 이탈리언식의 돈가스를 브랜드 콘셉트로 가지고 있다. 제주산 돈육을 사용한다는 기능적인 차별화를 강하게 제시하면서도, 볼케이노 돈가스, 아이스돈가스 등 다른 돈가스 브랜드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시각적인 맛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이 브랜드의 미각적인 측면과 시각적인 측면의 제품(메뉴)에 만족하였고, 재방문을 하고 있다. 즉, 이 브랜드는 메뉴, 맛이라는 주관적인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는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빕스>, <아웃백스테이크> 등 패밀리레스토랑의 경우 직원들이 고객과의 접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이 고객의 가치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의 명품 핸드백의 경우에는 그 핸드백의 브랜드 이미지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이 고객들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내 브랜드 콘셉트는 고객이 경쟁 브랜드가 아닌 내 브랜드를 선택하게 하는 이유 중 가격 적당도와 만족도라는 측면에서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고객이 나에게 기꺼이 돈을 내게 하는 콘셉트, 즉 Value for Money의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제품 중 내 브랜드는 어떠한 제품군으로 인식시켜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는 가격 대비 만족도 중 가격을 핵심 전략으로 하는 대중 제품군이다. 둘째, 가격 대비 만족도 중 제품만족도, 서비스 만족도, 분위기 만족도, 혹은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 만족도가 높아서, 가격에 대한 민감도를 낮추는 전략을 사용하는 매스티지 제품군이다. 셋째는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제품, 서비스, 분위기, 혹은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가 좋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프리미엄급 제품군이다. 넷째는 가격보다는 브랜드의 이미지 자체로 그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느끼게 하는 럭셔리 제품군이다.
내 브랜드가 위의 4가지 제품군 중 어느 제품군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가격과 만족도 중 어느 요소에 전략적으로 집중을 해야 할지에 대해 다음 호에 알아보기로 한다.
변성수 뷰앤파트너즈 대표는 후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대학에서 인문학과 마케팅을 공부했고,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제일기획에서 삼성그룹의 세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에 참여했다. 이후 CJ그룹과 (주)원앤원에서 프랜차이즈 경영전략을 기획했다. 현재 뷰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로 지내며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책위원, 한국생산성본부, 한국능률협회, 동양미래대학, 동국대, 성신여대, 부산외대, 신라대 등에서 강의했거나 하고 있다. 저서로 「뷰 마케팅」 등이 있다. e-mail bsss99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