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깊은 맛과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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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깊은 맛과 멋
  • 지유리 기자
  • 승인 2017.04.30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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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체> 백경현 장인

말의 꼬리를 이용해 만드는 전통공예품 마미체(馬尾篩). 백경현 장인은 세마미체의 특성을 커피와 접목해 중후한 맛과 멋이 돋보이는 마미체 커피필터를 만들었다. 서양의 커피문화와 우리 공예품의 조화로 만들어진 창작품은 오래된 것의 멋과 향기를 전해준다.  

▲ <마미체> 백경현 장인ⓒ사진 이현석 팀장

정성이 깃든 수공예 작품
전통공예작가 백경현 장인은 국내 유일의 마미체 장인이다. 약 16년간 마미체를 만든 그의  원래 직업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글로벌 회사에서 회계를 담당했던 그는 직업상 해외출장을 자주 다녔다. 그런 그가 우연히 박물관에 들러 한국관을 둘러보게 된 것이 공예에 빠지게 된 이유였다. 타 국가에 비해 획일화된 전시품이 아쉬웠던 그는 그때부터 우리나라의 전통 공예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도자기를 접하면서 도공들이 고운 흙을 내기 위해 사용한 마미체를 알게 되었고, 서울에 돌아와 서울무형문화재인 최성철 선생을 통해 마미체를 배우면서 그의 제2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퇴직 후의 삶을 떠올리며 조금은 여유롭고 나만의 소일거리를 원했던 그는 곧장 고향인 사천으로 내려가 자신의 작업실을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마미체를 만들던 백 작가는 고운 입자를 걸러내는 체를 커피필터로 응용해 만들면 어떨까란 생각이었다. 전통공예를 보다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고, 젊은 층에게도 마미체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말총과 대나무 가지, 옻칠을 사용해 마미체 커피필터를 제작했다. 백 작가의 커피필터는 천연재료로 만들어져 건강에 좋고, 특히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도 걱정 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세마미체로 여과되어 일반 커피보다 맛과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마미체 커피필터는 말총으로 만들어져 제품이 견고하고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 후에는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구기만 하면 되고, 금방 건조돼 취급 또한 간편하다. 여기에 일회용품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 환경보호에도 적합한 제품이다. 

장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열정 
백 작가는 한 달에 한 번 서울을 찾는다. 도시형 농부마켓인 마르쉐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마르쉐는 농부, 요리사, 공예가들이 만나 서로의 제품을 판매하고 수익금의 10%를 기부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장터다. 이곳에서 백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판매한다. 제품을 팔아 돈을 번다는 개념보다는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의 만남이 우선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제품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는 덤으로 얻는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커피필터의 모습 또한 업그레이드되었다.  
“소비자들은 커피필터가 종이필터와 어떻게 다른지를 궁금해 하세요. 그럼 저는 제품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 정성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들려드려요. 일회용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열정과  노력이 전달되면 저는 그걸로 만족해요.”
장터에 내 놓는 작품들을 볼 때마다 마치 자신의 자식 같은 느낌이 든다는 백 작가. 그럴 것이 직접 제작한 베틀에 말총을 한 올 한 올 엮어 거듭 옻칠을 해 건조시킨 후에야 완성되는 제품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모든 제품에는 백 작가의 열정과 노력이 서려있다. 아직까지 마미체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승되고 있는 공예 중 하나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마미체는 제품의 우수성과 기술력에서 탁월하다. 때문에 백 작가는 장인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중요무형문화재를 위한 노력
백 작가의 인생은 마미체를 기준으로 전과 후가 선명히 나뉜다. 전과의 생활과 비교했을 때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은 삶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수려한 우리의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던 그가 우연히 접하게 된 마미체. 지금은 그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마미체의 전수자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백 작가는 앞으로 중요무형문화재의 등극을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그는 앞으로도 생활 속에서 유용한 공예 제품을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계승하고 있는 백경현 장인. 앞으로도 그의 정성이 깃든 공예 제품을 생활 속에서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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