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의 선택에 대한 세 가지 의문
상태바
<맥도날드>의 선택에 대한 세 가지 의문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5.08.18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그니처 버거'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한국맥도날드(유)는 8월 11일 기자들을 초청해 체험행사를 열고 슬로푸드 개념의 ‘시그니처 버거’를 소개했다. 시그니처 버거의 특징을 요약하면, 기존 맥도날드 햄버거보다 좋은 재료를 쓰고, 고객이 터치스크린을 눌러서 맞춤식 주문을 하며, 이전보다 비싼 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경영위기에 처한 <맥도날드>가 한국 시장에서 ‘슬로푸드’를 선언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수제버거의 진실과 거짓
기자들을 위한 체험행사가 열린 다음날인 12일, <맥도날드>의 시그니처 버거가 나왔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수많은 매체가 한국맥도날드(유)가 보내준 보도자료와 사진을 거의 그대로 실었다.

수많은 매체들이 판에 박은 듯이 보도한, 시그니처 버거에 대한 <맥도날드>의 마케팅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시그니처 버거는 프리미엄 수제버거다. 두 번째, 시그니처 버거를 위해 전담 쉐프를 영입했다. 세 번째, 터치스크린을 통해 재밌게 주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사들을 본 많은 독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수제버거를 먹을거면 전문 매장을 가죠, 맥날님들아.” “수제버거 느낌인건 알겠는데 그걸 굳이 맥날에서 먹여야 하나.” “(기사의 마지막에 기존 메뉴보다 높은 가격을 표시한 것에 대해) 막줄이 핵심” 같은 댓글이 달렸다.

기사를 본 독자들은 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을까. 전문가들은 <맥도날드>가 잡은 마케팅 포인트가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이 제기한 의문은 첫째, 수제버거라고 볼 수 있는가. 둘째, 점포마다 요리사가 있는 것이 아닌데 쉐프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셋째, 고객이 추가비용을 지불해가며 터치 디스플레이로 메뉴를 고르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것인가이다.

먼저, 대중들은 시그니처 버거가 수제버거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긴다는 지적이다. ‘수제’라는 말은 손으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수제요리라고 하면 원재료를 사람이 손질해서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식당에서 요리사가 직접 손질했을 경우에만 대중들은 수제요리라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밖에서 손질한 재료를 식당에 가져와서 요리하면, 그것이 손으로 손질했다고 하더라도 수제요리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손으로 제분하고 반죽하고 구운 빵이더라도 식당에서 그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수제가 아니라고 대중은 판단한다.

게다가, 수제라는 말은 어느 정도 손으로 만들었을 때 붙일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빵의 경우 손으로 반죽할 수는 있어도 제분까지 손으로 하려면 생산비가 크게 늘어난다. 구울 때도 도구가 필요하다. 사람이 손으로 오븐 안에 빵을 넣었고 오븐의 열로 빵이 구워졌다면 이 빵은 수제일까 아닐까?

대중들은 대체로, 프랜차이즈 및 체인점 형태의 업체 점포에서 파는 햄버거는 수제로 볼 수 없다는 반응이다. 빵, 패티, 채소 등을 손질된 상태로 공급받았으므로 주문 후에 조립하고 가열했다고 해서 수제버거일 수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도니버거> 등 몇몇 업체가 수제버거를 마케팅 포인트로 정했다가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포기한 전례가 있다.

“매뉴개발팀장이 쉐프라고?”
<맥도날드> 측은 이러한 비판에 미리 대처하려고 했는지 “<맥도날드>에 쉐프가 있다!”라고 홍보했다. 11일 행사에서도 최현정 한국맥도날드 셰프 및 메뉴팀장이 이번 신메뉴 출시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이는 <맥도날드>가 가진 정크푸드의 이미지를 탈색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맥도날드>의 이런 시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순댓국 프랜차이즈 업체의 홍보실 관계자는 “<맥도날드>에 쉐프가 있다는데 가맹본부에서 매뉴개발한 것을 가지고 그렇게 말하면 고객을 기만하는 꼴이 된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좀 더 고급 재료로 만든 햄버거를 먹을 뿐이다. 요즘 현명해진 고객들은 보여주기식 마케팅보다 진정성 있는 마케팅을 원한다”고 비판했다.

돈은 더 내고 번거로움은 커지고
시그니처 버거는 주문 과정에서도 의문 부호가 따라붙는다. 시그니처 버거는 비싸다. 주력메뉴인 ‘나만의 버거’ 가격이 단품 7500원이고 세트메뉴의 경우 1400원 추가, 베이컨 같은 부가토핑을 더하면 1만 원이 넘어간다.

반면, 재료의 숫자를 늘리고 품질을 높였으니 원가부담은 커졌다. <맥도날드>에 따르면 시그니처 버거를 취급하는 점포는 추가 인력 20명이 필요하다. 빵, 치즈, 패티, 소스 등 수십 가지 재료가 기존과 모두 다른 탓이다.

<맥도날드> 측은 고객이 터치식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문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므로 기존 수제버거집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한국 고객들이 재료를 선택하는 방식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인식하고 선택과정을 생략한 3가지 추천버거도 주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재료를 고르다보면 처음 몇 번은 신기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번거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부분을 고려한 정책이다.

실제로 웰빙 개념의 샌드위치 브랜드 <서브웨이>가 북미 시장의 성공에 힘입어 한국에 론칭했으나 실패하고 2006년에 부도를 낸 적이 있다. 재료를 고객이 직접 선택해야 하는 방식을 한국 소비자들이 꺼려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해외에서 <서브웨이>를 접해본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 작은 매장 중심으로 다시 가맹점을 늘려가는 추세다.

<서브웨이>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맥도날드>의 선택형 메뉴에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웰빙이라는 브랜드 포지션을 가지고 시작한 <서브웨이>와 달리 <맥도날드>는 ‘정크푸드’로 대변되는 기존 사업과 ‘시그니처 버거’를 함께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마치 노키아가 하나의 브랜드로 저가폰과 고급폰을 함께 밀어붙이다 실패한 사례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저가폰 시장을 대변하던 노키아가 고가폰 시장을 공략하려면 별개의 브랜드로 가야 했다고 지적한다. 북미 시장에서 잔고장이 적고 저렴한 자동차의 이미지를 가졌던 도요타가 <렉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 좋은 사례다.

‘갈팡질팡’, 갈 길 잃은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를 필두로 한 <맥도날드>의 새로운 시도는 브랜드 가치의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으로 설명된다. <맥도날드>는 이제 왕년의 <맥도날드>가 아니다.

주문한지 5분 만에 음식이 나오는 식당. 미국 버거 시장에서 <맥도날드>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것이었다. <맥도날드>의 실질적인 창업자 레이 크록(Ray Kroc)은 외판원이었기에 시간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가격 대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일에만 몰두하던 버거 시장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다. 경쟁자들이 음식이 아니라 쓰레기라고 비판했지만, <맥도날드>는 편리함(Convenience)을 팔아 글로벌 1등의 자리에 올랐다.

<맥도날드>는 근래 들어서 전 세계적으로 계속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15% 감소한 47억 5800만 달러에 그쳤다. 3만 6000여개 점포가 있는 거대기업에게 실망스러운 수치다.

<맥도날드>의 몰락은 오래 전부터 예견됐다. 북미시장을 보면 <서브웨이>가 웰빙으로 <맥도날드>의 고객을 빼앗아갔고 이제는 <서브웨이>마저 더 고급화된 브랜드에 시장을 내주는 형편이다. 신흥시장에서 <맥도날드>는 한 때 고급 이미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바쁘거나 지갑이 가벼울 때 불가피하게 찾는 곳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어서 24시간 영업, 3000원대 아침 메뉴, 2000원 버거 등 고급화와 대척점에 있는 경쟁전략이 주를 이뤘다.

한국맥도날드(유)는 시그니처 버거가 <맥도날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문에 대해 외국의 선례를 들었다. 미국과 호주 같은 선진 시장에서 시그니처 버거가 잘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사인 뉴욕타임즈, USA투데이, 호주의 대표적인 언론사인 시드니모닝헤럴드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시그니처 버거를 검색해보면 마땅한 기사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맥도날드>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온다.

시그니처 버거에 대한 인터넷 검색결과는 미국과 호주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그니처 버거’가 한국에서만 쓰는 문법에 어긋난 영어이거나, 시그니처 버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현지 주요 언론들이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8월 11일 한국맥도날드(유) 측이 자료를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오지 않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