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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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위하여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7.11.0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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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커피> 가맹점협의회 하승재 회장

7년 넘게 한 자리에서 <할리스커피>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하승재 점주.
그만큼 본사에 하고 싶은 얘기도, 듣고 싶은 말도 많다.
<할리스커피> 가맹점협의회를 꾸린 지 이제 1년.
가맹점주와 본사 간 원활한 소통의 다리를 놓고 싶다는
그의 염원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글 김유진 기자 사진 황윤선 기자

▲ <할리스커피> 가맹점협의회 하승재 회장 ⓒ황윤선 기자

시작은 ‘답답해서’
가맹점협의회를 구성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점주는 ‘답답해서’라고 말했다. 보통 가맹점주들은 건의사항이 있을 때 SC, 즉 슈퍼바이저에게 의견을 전달하는데, 이러한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맹점주 교육 통지문에 자세한 안내를 실어 달라는 요청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아주 사소한 일이었지만, 본사와 가맹점주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사소한 문제는 7년 동안 쌓이고 쌓였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도 원성이 자자했다.이쯤 되자 점주의 머릿속에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연 본사는 이런 일들을 알고 있을까? <할리스커피> 가맹점주협의회는 이러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했다.

타 프랜차이즈에선 한 달에 한 번 가맹점주협의회와 본사 직원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가맹점주들만을 위한 콜센터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할리스커피> 가맹점주들은 본사와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가질 수조차 없어 아쉬워하고 있었다. 앞으로 본사에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보다 원활히 전달하는 것은 물론, 본사와 소통하는 자리를 정례화하는 것이 협의회의 목표다.

첫 성과를 앞두고
처음에는 협의회만 만들면 회사와 소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본사에서는 아무런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소통하자는 요청에도 가맹점주협의회 가입자 명단을 공개해야 응할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10년 동안 점포를 운영해 온 부회장이 계약 갱신을 거절당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본사와의 소통은 요원해지는가 싶었다.

속이 탄 점주는 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에 도움을 요청했다. 법적인 내용에 대해 조언도 듣고, 프랜차이즈 시장에 대한 자료를 얻어 꼼꼼히 조사도 했다. 이렇게 힘을 키워 꾸준히 문을 두드린 결과, 본사에서 처음으로 화답이 왔다. 한 번 대화를 나눠보겠다는 의사를 전해온 것. 협의회로서는 처음으로 본사와 만나는 자리이기에 긴장되면서도, 동시에 첫 성과를 낼 기회라는 기대감도 안고 있다.

협의회는 본사와 소통하는 창구를 공식화하고, 원활한 피드백을 받게 되길 원하고 있다. 또한 정당한 사유가 아니면 가맹점 계약 갱신을 일방적으로 거절당하는 일이 없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앞으로 <할리스커피> 가맹점협의회가 제 몫을 다할 수 있을지 가맹점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을’을 위한 법 필요
최근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가맹점주들은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승재 점주는 우선 법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갑에 대한 법만 존재할 뿐 을을 보호하는 법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2013년 가맹점협의회가 겨우 인정받았지만, 단결권이 없어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할리스커피> 가맹점협의회가 1년 동안 본사와 회의 한 번 하지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가맹점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더라도 거대 자본 앞에 나약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모 치킨브랜드의 경우, 가맹점주들이 단체로 본사의 부당거래행위를 공정위에 고발했지만 결국 처참하게 패배했다고 전했다. 항의했던 점주들은 점포 문을 닫고, 본사는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것.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에 허덕이고 있는 가맹점주들에게 본사의 ‘갑질’은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을’ 중의 하나다. 하 점주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이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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