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으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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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으로 배운다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7.06.2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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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수커피 아카데미 김현경 교육실장
▲ 전광수커피 아카데미 김현경 교육실장 ⓒ 사진 이현석 팀장

<전광수커피>는 핸드드립 커피 1세대로서 마니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다. 당연히 창업 교육도 보다 전문적일 수밖에 없다. 
김현경 교육실장은 로스팅 강의를 맡아 교육생들을 커피전문가로 양성하고 있다.

강사의 길로 들어서다
김현경 실장은 애니메이터에서 커피아카데미 강사로 변신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찌감치 제과제빵 자격증을 취득했을 정도로 카페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04년 단국대 평생교육원에서 전광수 대표를 만나게 됐다. 
자신의 가게를 열기 위해 커피전문가 과정을 수강했지만, 이곳에서 김 실장의 인생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전광수 대표의 강의를 들으며 커피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된 것. 로스팅 분야에 대해선 전혀 몰랐지만 그래서 더욱 끌렸고, 로스터가 되겠다는 꿈과 함께 강사가 되겠다는 희망도 품게 됐다. 당장 자신의 카페를 여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재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2005년 처음 강단에 섰을 때는 서투른 점도 많았지만, 강의를 하면 할수록 점점 경험치가 쌓여 지금은 전광수커피 아카데미의 교육실장을 맡기에 이르렀다. 로스터인 동시에 강사가 되겠다는 꿈도 이뤄진 셈이다. 지금도 김 실장은 8시에 출근해 생두를 볶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로스팅에 정답은 없다
<전광수커피>는 핸드드립 커피전문점인 만큼 예비 가맹점주가 커피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갖추도록 돕고 있다. 따라서 커리큘럼도 여타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의 점주교육과는 차별화된다. 로스팅과 핸드드립, 에스프레소 등 세 가지 분야로 세분화해 교육을 진행한다. 물론 일반인을 위한 취미반도 운영하고 있다.
김 실장이 진행하는 로스팅 교육은 생두를 보는 안목을 기르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생두의 원산지와 품종, 수확년도 등을 가늠할 줄 알어야 어떤 생두를 얼마나 볶아야 할 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맹점주들이 <전광수커피> 매장을 오픈했을 때 직접 로스팅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두를 볼 줄 알아야 핸드드립 커피도, 에스프레소도 더 잘 내릴 수 있다는 게 김 실장의 생각이다. 재료에 대해 잘 알지 않고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론이 탄탄해야 로스팅을 할 때 오감을 잘 활용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전광수커피> 로스팅 교육의 특징은 감각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이곳에선 샘플봉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향과 소리로 판단한다. 이 때문에 로스팅에 뭔가 ‘정답’이 있을 거라 기대한 교육생은 혼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커피란 애초에 농산물이기 때문에 항상 변화하며, 따라서 감각이 가장 정확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아마 반복적인 실습과 피드백만이 어떤 ‘정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김 실장은 “커피는 커피 그 자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전광수 대표의 말을 새기며 새로운 커피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래된 카페가 더 늘어나길 
12년 넘게 강사로 활동해오면서 김 실장이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그는 이 질문에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대답했다. 교육생이 번듯한 카페를 오픈하고, 그 카페가 잘 운영되는 것을 보면 강사가 되길 잘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은 있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 커피시장의 트렌드가 워낙 빨리 바뀌고, 유행을 좇다 보니 오래된 카페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트렌디한 카페와 역사와 개성을 가진 카페가 공존했으면 하는 게 김 실장의 작은 바람이다. 그가 로스팅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기본기가 탄탄한, 그래서 오랜 시간 명맥을 유지하는 카페를 늘려나가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처음에는 ‘내 카페’를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커피전문가의 길에 들어섰지만, 이제는 강사로서의 삶에 흠뻑 빠져 있는 김현경 실장. 그의 강의실에선 오늘도 커피전문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생두가 볶아지는 향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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