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2005년부터 꾸준히 활약해온 문화지형연구소 CTR.
이 단체를 이끌어온 청년사업가 3인방의 꿈을 일궈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자.글 정미선 기자 사진 이현석 팀장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화는 ‘여유를 즐기는 사람의 것’이라는 관념이 박혀있었다. 하지만 최근 10여년 사이 SNS 발달로 쉽게 서로의 일상을 소통하며 그 인식은 조금씩 바뀌어져 갔다. 늘 낯설기만 했던 문화를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온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비다방>은 문화지형연구소 CTR의 문화 활동 공간이다. CTR이란, 건축 전문가 오상훈 교수, <긴가민가레코드> 황현우 대표, <제비다방> 오소담 점장을 주축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다.
CTR의 첫 발족은 2005년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창작들이 한 곳에 모여 작업하고 즐기던 ‘레몬살롱’ 작업실에서 부터 시작됐다. ‘레몬살롱’은 지금의 <제비다방> 최초의 모습으로 많은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모여 세미나 및 공연, 전시 등을 기획했던 작업실이다.
오 교수, 황 대표, 오 점장 이렇게 3명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분야를 즐기며 만들었던 작업실이 발전해 <제비다방>이라는 복합예술공간으로 거듭난 것. 이전의 작업실이라는 경계가 무너지고 현재 <제비다방>은 다양한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겨 찾는 문화공간이 됐다.
노래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공연문화를 위해
<제비다방> 카페는 두 층을 사용한다. 지하는 공연을 할 수 있고, 중앙 바닥을 개방한 1층에서도 지하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는 <제비다방>만의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인테리어만큼 <제비다방>만의 개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 또 하나있는데, 공연 후에 돌리는 ‘팁박스’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는 문화에 대한 대가지불이 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제비다방>은 ‘팁박스’로 열린 공간에서 공연을 즐기고 그 공연에 대한 그 가치만큼 자발적으로 지불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CTR의 캐치프레이즈 ‘노래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공연문화를 위해’와 같이 문화의 선순환을 이루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초창기 고객들은 이 시스템을 낯설어 했다. 하지만 팁박스 문화는 <제비다방>의 고객들, 그리고 공연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 모두 공연 그 자체에 대해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닌 만큼 팁박스는 대중들이 공연에 대한 인식들이 개선되고 있음을 알리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팁박스가 묵직해질수록 소속 뮤지션들과 문화지형연구소 CTR 3인방은 그 꿈에 한 발짝 내딛는 기분이라고.
긴 호흡으로 달리는 꿈의 마라톤
문화예술은 수익구조 시스템에 따라가면 결국은 의미 없는 경쟁구조밖에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오 교수. 이들은 대중들이 인정할 수 있는 문화의 가치를 만들면 수익은 따라온다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움직임 또한 단시간에 이루어질 것 보다 긴 호흡으로 꾸준히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문화예술은 안 보이는 가치이기 때문에 당장의 현실이 힘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이들이 조력한다면 그 어려움은 언젠간 그 이상의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황 대표는 “문화지형연구소라는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창업이라기보다 문화라는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 <제비다방>이기 때문에 수익이 목적이 아닌거죠”라 말한다. 연구소라 하면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곳이다. 당장 보이지 않는 가치를 두고 연구하며 앞으로를 내다본다. 이것이 CTR의 설립이유이자 존재의 이유다. 나중에 커질 그 가치를 바라보며 문화의 그림을 그리는 문화지형연구소 CTR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문화지형연구소 CTR은 프린트, 음악, 건층 등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문화지형연구소 CTR이 말하는 창업과 비전
CTR이 최우선으로 삼는 3가지 덕목
첫째, 신념. 방향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으려면 신념이라는 단단한 기둥이 필요하다.
둘째, 안목. 사물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시대의 흐름을 읽고 대처할 수 있다.
셋째, 실력. 모든 것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실력이 없으면 속 빈 강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