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꿈이 완성한 인간을 향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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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꿈이 완성한 인간을 향한 기술
  • 지유리 기자
  • 승인 2024.03.09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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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

Profile

R=VD  
생생하게(Vivid) 꿈꾸면(Dream) 이루어진다(Realization)는 말이 있다. 꿈을 이룬 사람들에게서 성공 법칙으로 불리는 이 말은 본래 우리는 모두 꿈꾸는 자들이란 말로 통용되기도 한다.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인식되던 로봇을 카페나 음식점에서 볼 수 있게 된 현실, 이 드라마틱한 현실 속 이야기의 중심에 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가 있다. 로봇을 인류의 조력자로 만든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CEO 대표를 꿈꾸다
로봇을 다루는 대표의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을까? 현재 그를 있게 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의 학창 시절로 돌아갔다.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함 대표는 자율적인 학교의 영향으로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당시 선배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했던 그는 선배들과 함께 사업을 해보자란 당찬 계획을 나누게 된다.

딱히 정해진 아이템은 없었지만 함 대표의 머릿속에는 야망과 열정으로 가득찬 최고 경영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럴 것이 당시 재벌, 기업 만화 장르를 개척한 박봉성 만화가의 팬이었던 그는 꿈의 8할을 만화로 꿈꾸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기업의 대표를 꿈꾸던 사춘기 소년은 어느덧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생이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IMF라는 커다란 장벽이 서 있었다. 전공을 살려 무역 일을 하고 싶었지만 공채의 기회조차 쉽지 않았던 그는 인턴 공채로 지원해 편의점 사업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년여간 직장생활에 적응한 그였지만 알 수 없는 갈증이 밀려왔다. 무역일에 대한 미련이 점차 커지는 것을 느낀 그는 과감히 사표를 내고 무역 오퍼상에 도전했다.

밀레니엄을 앞둔 당시는 인터넷의 출현으로 IT분야에 붐이 일기 시작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홈페이지, 쇼핑몰 등 온라인 마케팅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적임자가 필요했던 찰나 대학 시절 홈페이지를 만든  경험이 있던 함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새롭게 온라인 비즈니스를 담당하게 되었고 연이 닿아 여성 포털사이트에서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에서 마케팅, 기획, 영업과 관련된 일 등을 경험했다.

이후 2017년 회사가 인수합병되면서 퇴사를 하게 된 그는 새로운 분야로의 꿈을 키웠고 잠시 접어두었던 창업의 꿈을 키우게 된다. 

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국내 첫 서빙 로봇을 선보이다
함 대표는 자신이 로봇의 문외한이었기에 로봇 사업을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관련 지식은 부족했지만 니즈에 대한 타당성이 그를 로봇으로 인도했다. 2018년 당시 우리나라는 산업용 로봇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반면 중국은 이미 우리보다 먼저 서빙 로봇이 상용화되었고 기술력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그는 로봇 시장의 가능성을 믿고 주저 없이 중국으로 건너가 현지 IT 기술 박람회에 참석했다. 현장에서 본 서빙 로봇은 그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일사천리로 함 대표는 중국 파트너사를 찾았고, 스타트업 푸두로보틱스와 국내 독점 총판 계약을 맺게 된다.

그리고 그는 2019년 1월 브이디컴퍼니(주)를 설립했다. 열정으로 시작한 첫 창업이었지만 아이템 선정, 자금, 인력 모든 분야가 녹록지 않았다. 다행히 중국의 파트너사 역시 스타트업으로서 빠른 피드백과 열정 넘치는 부분이 브이디컴퍼니와 합이 잘 맞았다. 그 결과 그해 3월 스탠다드 서빙 로봇 푸두봇의 첫선을 보인 브이디컴퍼니는 8개월 만에 1,449억 원이라는 기업적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단순히 로봇을 국내에 들여와 매장에 판매하는 것이 끝이 아니었다. 국내 시장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적용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서빙 로봇이 국물을 흘리지 않게 서빙을 하기 위해서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고성능의 서스펜션과 이에 따른 바퀴 재질 등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부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빙 로봇이 매장 환경에 적합한지를 판단하고 이에 꼭 맞는 서빙 로봇을 제안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브이디컴퍼니의 1호 서빙 로봇은 속초 봉포머구리집에서 시현됐다. 2019년 2월 창업박람회 때 함 대표를 찾아온 점주는 매장 내 서빙 로봇의 설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시기상조라고 생각한 함 대표는 시간을 두었고 그해 5월 현장 방문을 통해 컨설팅을 진행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가장 많은 브이디메뉴를 사용하는 매장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위기를 기회로 
사업이 막 시작하려던 무렵 코로나19라는 위기가 덮쳤다. 점포들은 일제히 문을 닫고, 영업시간마저 제한받자 함 대표는 ‘이러다 끝이겠구나’라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위기는 곧 기회로 찾아왔고 2020년 후반, 코로나19 대응 단계가 낮아지면서 홀에서 일할 직원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서빙 로봇의 수요가 생겨났다. 함 대표는 직접 매장을 찾아 점주들의 어려움을 경청했고, 인력난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서빙 로봇이 최선임을 다시 한번 굳히게 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시급의 인상, 물가 상승, 고정운영비 상승 등 외식 생태계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함 대표는 외식업계에서 직원들의 노동 강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서빙 로봇의 등장이 자연스러운 절차라고 설명한다. 

“홀에서 직원을 고용하면 월 250만 원이라는 인건비가 소요되는데 서빙 로봇을 사용하면 월 50만 원이면 해결이 됩니다. 또한 서빙 로봇은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서빙하고 다른 직원은 고기를 굽는 협업이 이뤄진다면 매장에서의 효율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함 대표는 특히 사람을 돕는 조력자로서의 로봇을 강조하면서 사람을 향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브이디컴퍼니는 로봇 영업이라는 표현을 절대 쓰지 않습니다. 우선 현장에서 점주님께 로봇을 사용하려는 이유를 물어봅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서빙 로봇이라도 매장의 환경과 맞지 않다면 절대 권하지 않거든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적합한 제품에 대한 컨설팅과 꾸준한 사후관리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함 대표는 현장에서 점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얻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사 개발조직을 통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제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뷔페식당이나 스크린골프장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제품들 역시 현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제품들이다.

무엇보다 함 대표는 현장에서 점주에게 서빙 로봇을 직접 사용하게 한 다음 편의성을 느낄 때 설치를 권한다. 서빙 로봇에 익숙해지고 편해지면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결국 기술의 편의성은 로봇 시장의 안정화로 정착시키는 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외식업계의 자동화 솔루션 
현재 브이디컴퍼니는 초창기 단순 서빙 로봇에서 진화해 외식업 자동화 솔루션 개발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클라우드 기반의 매장관리 솔루션 기업을 인수한 브이디컴퍼니는 2022년 서빙 로봇과 각종 디바이스를 결합한 AI 레스토랑 솔루션 ‘서빙 로봇 2.0’과 ‘브이디메뉴’, ‘브이디포스’ 등을 출시했다.

이를 통해 태블릿 메뉴판과 포스를 기반으로 매장, 고객, 매출의 원스톱 관리가 가능해졌다. 기존의 각기 다른 회사의 제품을 사용했을 시 야기되는 사후관리의 불편함을 해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태블릿 오더의 화면을 통해 주문한 음식이 언제 도착할지를 확인하고, 호출 벨을 눌러 서빙 로봇에게 퇴식 요청이 가능해졌다. 함 대표는 로봇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빙 로봇의 설치 후 사후관리에 더 큰 공을 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경우 과도한 가격 경쟁을 한 탓에 로봇 시장을 사양산업으로 전락시켜버렸습니다. 영업 이후에 사후관리가 필요한데 관리를 안 하니 그저 서 있는 로봇이 된 것이죠. 눈요기의 로봇이 아닌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매장에서 최적의 효율성을 갖는 로봇을 구현하는 일이 저희의 최종 목표입니다.”  
   
지금도 ‘서빙은 사람이 해야지’라는 선입견과 싸운다는 함 대표는 서빙 로봇 시장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습관을 바꿔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국내 로봇 시장이 확보되어야 기술의 상품화, 상용화, 대량생산을 거쳐 경쟁력 있는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인구의 감소 추이로 인해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할 로봇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재미있게 일하는 회사 
브이디컴퍼니는 젊은 스타트업 기업이다. 직원 대부분은 2030의 구성원으로 자율을 중시하는 사내 문화를 지녔다. 함 대표 역시 회사는 재미있게 일하는 곳으로 규정하면서 일과 생활의 즐거움을 병행할 수 있는 사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반영하듯 브이디컴퍼니의 사내 프로그램 중 하나인 브이디인큐베이터는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사내 규정 토론 제도로 사내의 문화와 규정을 임직원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가는 제도다.

가장 최근에는 역시 임직원들의 참여로 출퇴근 시간에 대한 토론 끝에 기존의 10시 출근, 7시 퇴근 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정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승진제도나 야근 시간의 허용 시간 등 회사생활을 하면서 생각해볼 만한 이슈들에 대해 민주적인 방식의 공론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사내에서는 직원끼리 서로를 ‘동지’라는 호칭을 사용하여 평등하고 수평적인 브이디컴퍼니만의 사내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함 대표는 조직 내에서 권한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상당수의 문제는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데 특히 지위가 낮은 사람일수록 권한이 별로 없고, 많은 책임이 지어질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업무 담당자가 책임만큼이나 권한을  가지는 것이 이상적이며 무엇보다 일의 능률을 높이는데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기업 대표로서 브이디컴퍼니가 일하기 좋은 회사로 평가받고 싶고, 그러기 위해 직원에게 충분한 보상과 복지가 지급되는 안정적인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브이디컴퍼니(주) 함판식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인간을 위한 로봇
브이디컴퍼니 본사 2층에는 <1992덮밥&짜글이> 독산 스마트1호점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브이디컴퍼니의 자회사인 (주)식당을 구했다가 운영하는 매장으로 브이디컴퍼니만의 강점인 식당 자동화 원 솔루션 테스트 베드 매장으로 활용되는 곳이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웨이팅 시스템인 태블릿이 있고, 전화번호를 입력하자 예약 현황이 확인됐다. 대기 순번의 알림 문자가 뜨자 접객로봇인 케티봇이 고객을 테이블로 안내한다. 이후 서빙 로봇 벨라봇이 안전하게 음식을 운반하고, 음식을 다 먹은 퇴식구 앞에서는 푸두봇이 퇴식구로 그릇을 치웠다. 직원 대신 일하는 로봇들은 정확하고 신속했다. 그리고 귀여운 표정의 모습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최근 브이디컴퍼니는 서빙 로봇 외에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발굴하고 있다. 상업용 자율주행 무인 청소 로봇 ‘클리버’와 층간 배송 로봇 ‘플래시봇’ 등을 선보이면서 앞으로도 브이디컴퍼니는 로봇 기술을 발전시키는 디벨로퍼의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독서와 외부 사람과의 교류를 즐기는 함 대표는 회사와 가정에서의 모습이 각기 다르다고 설명했다. 

“집에서는 세 아이의 아버지로, 회사에서는 CEO로서 환경에 따라 적응을 잘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내향적이면서도 외향적인 성격이 조화롭게 섞인 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일에서는 항상 가능하다는 지향점을 갖고 행동하는 편입니다. 그런 면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끝으로 함 대표는 올해 서빙 로봇 제작에 착수할 계획과 함께 3년 내 IPO 상장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을 위하는 선한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내비쳤다. 사람을 향한 가슴 따뜻한 로봇이 열어가는 세상. 함 대표의 꿈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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