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카페 창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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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카페 창업기
  • 지유리 기자
  • 승인 2024.01.1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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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 쉬고 목금토일만 여는 카페』


저자 윤예리

카페 ‘리브리베’ 대표

윤예리 대표는 자신의 책을 ‘전쟁의 기록’에 비유했다. 코로나19란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던 그는 정면승부를 택했고, 비장한 결심으로 싸웠다. 그 결과 지속 가능성과 워라밸이란 가치의 의미를 깨닫고 워라밸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은 그의 이야기는 도전을 앞둔 이들에게 가슴 뜨거운 용기의 원천이 되고 있다.
 

월화수 쉬고 목금토일만 여는 카페 저자 윤예리 ⓒ 사진 이현석 팀장
월화수 쉬고 목금토일만 여는 카페 저자 윤예리 ⓒ 사진 이현석 팀장

 

타고난 무대 연출가 
윤예리 대표는 아버지의 인사 발령으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한국에서  일본어 전공의 대학생이 된 그는 대학 시절 축제를 기획할 정도로 무대 연출 일에 흥미를 느꼈다. 외향적이고 열정적인 성향의 윤 대표는 보다 전문적인 무대 연출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일본으로 건너가 다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 우수생으로 선발된 그는 후지록 페스티벌의 인턴십으로 활동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졸업 후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취업에 성공한 그였지만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기가 두려웠던 윤 대표는 돌연 한국행을 선택했다.  

2018년 5월,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윤 대표는 자신의 청춘을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면서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막연한 꿈이었던 카페 사장이었다. 하지만 자본금이 여의찮았던 그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 도전했다.

참신한 기획력과 추진력을 인정받아 입학에 성공한 그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에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얻었다. 하지만 때를 기다린 그가 먼저 선택한 일은 의류 사업이었다. 대전에서 서울의 동대문시장까지. 심야 버스에 몸을 실은 그는 자신의 감각을 빌어 옷을 구매해 대전 자신의 매장에서 판매했다.

좋은 품질과 착한 가격의 의류들은 고객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3개월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윤 대표의 매장은 인근 지역에서 최상위 매출을 올리는 점포가 됐다. 매출의 기쁨보다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는 성취감이 컸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업의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더불어 사업 자금을 얻는 데 성공한 윤 대표는 그가 꿈꾸던 카페 창업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됐다. 

월화수 쉬고 목금토일만 여는 카페 저자 윤예리 ⓒ 사진 이현석 팀장
월화수 쉬고 목금토일만 여는 카페 저자 윤예리 ⓒ 사진 이현석 팀장

 

워라밸 카페를 완성하다 
카페 ‘리브리베’의 개점일은 2020년 2월이었다. 상황이 곧 누그러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코로나19의 재앙은 더욱 커져만 갔다. 윤 대표는 책에서 당시 자신의 모습을 ‘first penguin’(최초의 펭귄)에 빗대어 설명했다. 

“펭귄은 떼를 지어 바다 앞으로 모여들지만 정작 뛰어들기 직전에는 일제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머뭇거려요. 바닷속에 천적이 많다는 두려움 때문이죠. 하지만 그중 바다를 향해 용감히 뛰어내리는 펭귄을 최초의 펭귄이라고 부르는데 머뭇거리던 펭귄들은 일제히 그 뒤를 따라 바다로 뛰어들게 됩니다.” 

최초의 펭귄이 된 마음으로 윤 대표는 그해 4월 5일, 그의 첫 번째 카페 리브리베를 개점했다. 예상대로 코로나19의 공격은 거셌다. 카페 초반 윤 대표는 하루를 두 번씩 사는 치열한 삶을 살았다. 시간이 갈수록 버티기 힘든 싸움의 연속이었고, 결국 자신의 삶은 실종된 상황이 돼버렸다.  

“역설적으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행복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된 시간이었어요. 전쟁 같은 코로나19 속에서도 행복을 찾으니 존재했고, 그 행복이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소확행이 되었어요. 그 소중함을 잃고 싶지 않아 지금의 3일은 쉬고, 4일 일하는 카페 시스템을 정립하게 되었습니다.”

워라밸의 카페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답례품 제작 덕분이었다. 윤 대표가 우연히 자신의 SNS에 올린 베이커리 사진이 답례품 주문으로 이어졌고, 코로나19가 풀리면서 결혼식이 많아지면서 답례품의 주문 역시 폭증했다. 지난 3년간 틈틈이 익힌 디저트 기술이 답례품 제작으로 활용되면서 매장의 매출에도 큰 역할을 기여하게 됐다. 현재 3일은 답례품 제작 외에 개인적인 시간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4일은 카페를 운영하는데 보내고 있다. 

“책을 쓰게 된 계기 역시 카페를 운영하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어요. 저의 방법이 정답이라 할 수 없지만 저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아요.”

월화수 쉬고 목금토일만 여는 카페 저자 윤예리 ⓒ 사진 이현석 팀장
월화수 쉬고 목금토일만 여는 카페 저자 윤예리 ⓒ 사진 이현석 팀장

 

내가 꿈꾸는 행복 
윤 대표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머릿속에서 떠오른 단어는 여유와 시간이었다. 그런 이유로 일하는 시간을 줄였고, 무조건 쉬는 날을 만들어 워라밸 카페 리브리베를 완성했다.

매일 카페를 찾는 고객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자유의 시간이 찾아오자 윤 대표는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행복 역시 찾아왔다. 특히 새롭게 키우게 된 반려견과의 산책 시간은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행복이 됐다. 분명 매출은 감소했지만 더 큰 보상이 그에게 돌아왔다.    

“워라밸의 가치는 내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과 일의 균형이 맞을 때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온전한 내 시간을 가진 후에야 온전한 나를 바라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힘이 생겼고 행복감과 자신감도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제 주변 사람들 역시 행복해진 것 같아요.” 

윤 대표는 지속가능한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능력에 최적화된 규모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권리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포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고 월세와 기본적인 공과금은 확보할 수 있어야 카페를 운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윤 대표는 기회가 된다면 카페 창업을 희망하는 비슷한 또래의 MZ세대들을 위한 창업 강의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카페가 곧 나의 무대’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궤적을 차곡차곡 쌓은 윤예리 대표. 언젠가는 그가 연출한 무대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나는 날이 우리 곁에 찾아올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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