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의 조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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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의 조율사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3.12.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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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문화재단 김준수 팀장

마포문화센터 김준수 팀장은 공연기획자가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글쓰기’를 강조했다. 공연에 대한 권한을 가진 사람을 기획서로 설득해야 하니까. 보도자료와 공연 소개글 등 공연기획자의 일은 글로 시작해서 글로 끝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조언이다.

 

마포문화재단 김준수 팀장  ⓒ 사진 이현석 팀장
마포문화재단 김준수 팀장 ⓒ 사진 이현석 팀장

 


공연기획자에게 극성수기는 연말이다. 김준수 팀장 역시 12월 내내 쉼없이 이어지는 공연을 위해 월화수목금금금의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 공연의 상황을 점검하고, 공연자들의 컨디션을 체크하며, 무대에 이상이나 변수는 없는지 확인해야 하므로 내내 긴장 상태다. 체력도 에너지도 바닥날 텐데 어떻게 견디냐고? 공연이 끝나면서 관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피로를 씻어내고 다음 공연을 즐겁게 준비할 힘을 얻는다. 

 


3 PEACE CONCERT
김준수 팀장의 초미의 관심사는 12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 간에  펼쳐질 ‘3 PEACE CONCERT’다. 한국, 대만, 일본의 실력파 피아니스트 3인방의 릴레이 리사이틀로, 이틀째인 6일 킷 암스트롱 리사이틀 2부에서는 세 명의 피아니스트가 한 대의 피아노에서 ‘라흐마니노프 6개의 손을 위한 로망스’를 함께 연주한다. ‘흰 건반, 검은 건반이 하나 되어 전하는 아시아 3국 평화와 화합의 클래식’이라는 메시지로 정점을 찍는 것이다. 

“3개국의 3인의 연주를 위해 날짜를 조율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특히 둘째날 세 명이 함께 공연해야 하는데 외국인 아티스트로서는 하루 더 머문다는 얘깁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이런 제안은 처음 받아본다고 하더군요.”

김 팀장은 이미 획기적인 기획을 펼치며 화제의 중심이 된 히트 메이커다. 마포아트센터의 대표 공연 ‘위드인디’, ‘인디열전’ 등을 방송사 9시 뉴스에 내보낼 정도의 이슈를 만들면서 공연기획자로서의 능력을 입증해보이기도 했다. 

 

 

마포문화재단 김준수 팀장  ⓒ 사진 이현석 팀장
마포문화재단 김준수 팀장 ⓒ 사진 이현석 팀장

DNA에 새겨진 음악의 힘
크고 작은 멋진 공연을 기획할 수 있었던 건 자신도 아티스트로서 무대에 선 경험이 있어서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는 물론 취직해서는 직장인 밴드를 조직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지리산 기슭의 농가에서 늦둥이로 태어난 그는 부모님을 돕는 일손이자 노동요를 불러드린 소리꾼이 되곤 했다. 트로트를 틀던 카세트 플레이어가 멈추면 “막내야 노래 함 불러봐라”라는 부모님 요청에 목청껏 노래했던 것이다. 평생 할 일도 음악계이길 원했지만 졸업을 앞둔 때는 하필 IMF가 온나라를 덮친 시기였다.

제약회사 영업 마케팅팀에 입사한 그는 문득, ‘서른이 되기 전에 업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퇴사를 한 김 팀장은 고양문화재단의 마케팅팀으로 입사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기획팀에서 일하게 됐다.

그가 기획한 ‘추억의 음악 이야기’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다음 직장인 세일음악문화재단에서는 한국가곡의 부흥을 위해 많은 클래식공연을 기획했다. 대중음악과 클래식 양쪽을 무대에 올리는 마포문화재단에 입사해서는 바로 ‘위드인디’ 시리즈로 화제를 모았다. 

“주현미와 국카스텐, 심수봉과 킹스턴루디스카, 김수희와 나티 등. 트로트와 인디 밴드들을 한 무대에 올렸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할아버지와 손자 등 2대, 3대가 한자리에서 박수 치는 모습은 당시 3대 일간지를 비롯해 9시 뉴스 등 모든 언론이 관심을 가질 정도였습니다.”


행복한 성덕
명함에 새겨진 그의 직책은 ‘문화사업부 생활문화팀 팀장’이다. 마포문화재단은 자치구라는 특성이 있어서 주민들의 동아리 활동 프로젝트도 진행해야 한다. 마포구 주민들과 아티스트들 사이, 주민들과 주민들 사이, 동아리와 동아리 사이를 조율하여 공연과 전시 일정을 맞추는 것도 생활문화팀의 중요한 업무다.

외국의 아티스트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밤낮없이 연락오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결국 잘 될 거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자’ 라며 팀원들을 다독입니다”라며 김 팀장은 ‘일을 즐기면서 하는 방법’을 얘기했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즐겁게 일하기 위해선 체력을 갖춰야 한다고도 얘기했다. 그 자신도 실내자전거와 홈트레이닝으로 매일 1시간씩 운동하면서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이른바 ‘덕업일치’를 이룬 덕분에 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쉼없이 내고 있다. 2024년 제9회 ‘M 클래식 축제’의 주제는 ‘보헤미아의 숲에서’로 드보르자크, 스메타나, 말러 등 체코 작곡가들을 중심으로 보헤미안 음악의 정수를 선사할 예정이다. 젊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하면서 독창석인 기획을 이어가겠다는 그의 계획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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