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갑질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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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갑질 막을 수 있을까?
  • 지유리 기자
  • 승인 2023.06.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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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

치킨 프랜차이즈 <bhc>가 본사를 비판한 가맹점에 대한 계약 해지에 1억여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지난 2017년 도입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법원이 처음 인정한 사례다. 하지만 배상액 측정에 대한 공정성 여부와 명예훼손의 허위 인식 문제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bhc>, 가맹점주협의회와의 불협화음
2018년 5월, 진정호 회장은 전국 <bhc>가맹점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본사의 부당행위 의혹을 제기하면서 본사와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신선육이 아닌 냉동육과 저품질 해바라기유를 공급한다는 의혹을 부각하였고,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그해 8월, <bhc>가맹점협의회에서는 <bhc>를 광고비 유용으로 인한 횡령 및 해바라기 오일 납품가와 공급가의 차액 편취 혐의로 본사를 형사 고발했다.

이후 2019년 4월, <bhc>가맹점협의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했다. 그러자 <bhc>는 진 회장이 본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어 본사는 진 회장에게 4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 105일간 물류 공급을 중단했다.

그리고 6월, <bhc>는 진 회장을 대상으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10억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8월, <bhc>는 가맹점주협의회 집행부 임원 5명과 일반 가맹점주 1명에게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진 회장은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며 지위 보전 가처분을 신청했고, 2020년 10월, <bhc>는 진 회장에게 2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리고 10월 30일부터 2021년 4월 22일 168일간 2차 물류 공급 중단을 이어갔다. 이후 <bhc>가 진 회장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형사고소와 10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화해 권고로 종결됐다. 그리고 그해 5월, 공정위는 <bhc>에게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하도록 지시했고, 이에 <bhc>는 과징금에 대해 불복했지만 2심에서 패소했다. 그리고 2023년 5월, 법원은 일방적 계약 해지 행위에 대해 <bhc>에게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 사진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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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판단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본사는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주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가맹점주 입장에선 본사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는 닭과 기름 등 원부자재(필수품목) 공급이 끊기면 영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가맹사업법은 본사가 일방적으로 물품 공급을 끊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으로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가맹계약 기간 내의 계약 해지 조건 역시 까다롭다. 명백한 계약위반 사실이 있어야 하고, 시정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 법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bhc>의 진 회장을 상대로 두 번의 계약 해지는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첫째, 가맹점주협의회가 제기한 냉동육,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광고비 전가 관련 의혹들이 근거가 없다고 보기 어렵고, 둘째,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이 훼손되지 않은 점, 셋째,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3부는 지난달 11일, <bhc> 가맹점주협의회 진정호 회장이 <bhc> 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hc>에 1억1,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놨다. 첫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되면서, 진 회장의 재산상 손실액인 8,255만 원보다 큰 배상액이 나왔다. 

 

   Tip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란 가해자의 행위가 고의적, 악의적, 반사회적 의도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배상을 하도록 한 제도다. 국내에서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통해 도입된 이후 가맹사업 분야까지 확대되어 지난 2018년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반영됐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주의할 점은 모든 가맹사업법의 위반 행위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가맹본부가 허위•과장 정보 제공행위 및 부당한 거래거절(영업 지원 등 거절, 부당한 계약 해지, 부당한 계약갱신 거절)로 가맹점사업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가맹본부가 그 손해의 3배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가맹사업법은 민법과 달리 가맹계약체결과 가맹계약해지, 가맹계약 갱신거절시에 일정한 절차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가맹사업에서 분쟁이 가장 빈번한 계약 해지와 관련된 절차를 살펴보면,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에는 가맹점사업자에게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의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만약 이를 시정하지 아니하면 그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부당한 계약 해지에 해당하게 된다. 따라서 가맹사업법에 규정된 각종 절차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준수하여야 한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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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액 책정의 공정성 논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달 24일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공동논평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bhc> 가맹본부는 가맹사업법상 보장된 가맹점주 단체 활동을 이유로 부당하게 가맹점주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법원의 판결은 <bhc> 본사의 가맹계약 해지 행위를 가맹점주의 생계를 위협하고, 가맹점주 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명백한 위법행위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럼에도 법원은 위자료를 인정하지 않고 일별 영업이익만을 고려해, 3배 한도의 손해배상액 중 1.3배의 손해배상액만을 책정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법원이 판결한 1억 1,000만 원의 손해배상액은 <bhc> 가맹본사 영업이익의 0.1%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명백한 갑질을 일삼고도 고작 영업이익의 0.1% 수준에 불과한 손해배상책임만을 질 뿐”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시민단체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표적 기능을 ‘처벌’, ‘억지’, ‘배상’으로 꼽으며 징벌적 손해를 인정함으로써 고의적·악의적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기능을 수행하고, 잠재적 불법행위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를 감행하려는 마음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가 승소해 손해배상을 받는 경우 소송비용 등을 공제하면 실제 발생한 피해를 전부 배상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법원의 판결은 징벌적 손해를 인정함에도 1.3배의 소액을 배상하게 함에 그쳐, 징벌적 손해배상의 기능을 유명무실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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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업계의 반응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bhc> 측은 “1심 판결에 대해 바로잡아야 할 내용이 있다고 보고 항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허위 사실과 명예훼손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가맹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재판 진행 기간 중 허위사실 유포로 가맹본부 명성·신용 훼손을 이유로 한 해지 사유는 사라졌다. 다만 행위 시 기준으로 이 쟁점에 대한 부분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가맹사업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할 당시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진 부분이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게 예상 매출액을 허위로 제시하거나 과장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함으로써 가맹본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해 가맹점사업자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간 계약 해지 절차에 관한 부분이 핵심 사안으로 드러났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2017년 가맹사업법 도입 당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소송 남용을 우려한 바가 있다. 도입 후 첫 사례가 나온 만큼 향후 반응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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