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의 예술
상태바
한땀의 예술
  • 손고은 기자
  • 승인 2018.09.19 0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아당> 유숙자 명인

곱디고운 색실로 수를 놓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인내와 집중의 시간이 모여 예술로 탄생하는 전통자수, 30년간 한시도 바늘과 실을 놓지 않은 유숙자 명인의 삶도 근사한 기품으로 한 땀 한 땀 물들고 있다. 

▲ <송아당> 유숙자 명인 ⓒ 사진 이현석 팀장

고즈넉한 분위기의 장안문 주변 골목을 산책하다 보면 자수장인 유숙자 명인의 전통 자수공방 겸 게스트하우스인 <송아당>과 마주하게 된다. 정조 대왕의 매력에 빠져 연고도 없는 수원에 둥지를 튼 유 명인. 전통자수 인재양성과 한국 전통문화의 근간이 될 장인들의 생활터전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작품 앞에 앉아 인내와 집중의 예술에 전념하고 있다. 

 

실로 수놓는 예술, 전통자수에 미치다 
바느질 솜씨가 뛰어난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자수를 접하게 된 유숙자 명인, 그녀의 고향인 남원에서는 수를 놓는 일이 생활 일부였기에 자연스럽게 자수를 배우고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85년 전통자수에 입문하여 2002년 고행자 선생에게 사사 받으며 본격적인 자수길에 들어섰다.

전통자수 배움에 열성적이었던 유 명인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고 선생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2012년 고행자 선생의 작고 후에는 중요무형문화 제80호인 한상수 선생에게 전통자수를 전수받았고 마침내 2013년 전통자수 명인으로 인증받게 된다. 민화를 바탕으로 동양 자수를 놓는 게 일반적이지만, 유 명인은 정조 대왕의 작품을 자수로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고도 없는 수원에 둥지를 튼 이유도 정조 대왕이 남긴 작품들을 자수로 재현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영조가 정조를 왕세손으로 책봉한 ‘교명’과 정조 대왕이 낙성연을 열며 그때 그렸던 그림을 전통 자수로 복원한 ‘낙성연도’는 작업 기간만 1년 6개월 이상이 걸린 작품들로 전시에서 극찬을 받은 유 명인의 대작들이다.


전통자수 공방 겸 게스트하우스 <송아당>
유 명인은 전통자수 공방 겸 그의 자수 작품이 전시된 게스트하우스 <송아당>을 운영하며 전통자수에 관심 있는 이들을 교육하고 수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아름답고 기품 있는 동양 전통자수의 멋을 알리고 있다. 1960년대에는 수놓은 상품의 수출이 활발했기에 생활고에 시달리며 전통자수를 업으로 삼지 않아도 됐지만, 지금은 취미생활의 한 분야 정도로만 전통자수를 접하는 경향이 커 전통 자수인들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유 명인은 자수의 명맥을 잇는 제자 양성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터, 자수 수업을 듣고자 <송아당>을 찾아온 제자들에게 아낌없이 재료를 제공하는 등 전통자수의 대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아울러 유 명인은 자수 작품을 나염처리해 만든 스카프, 무릎 덮개를 비롯해 자수로 포인트를 준 넥타이, 복주머니, 지갑 등을 상품화하여 판매하고 있다.

공방 뒤편의 게스트하우스 역시 유 명인의 전통자수 작품들이 멋진 인테리어 역할을 해주고 있다. 유 명인의 전통자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론, 수원에 여행 온 배낭 여행객들에게 <송아당>은 매력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 <송아당> 유숙자 명인 ⓒ 사진 이현석 팀장

인재양성과 전통을 잇는 장인들의 생활터전 조성 필요  
“인내와 집중, 열정이 필요한 자수 작업을 제대로 활용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훌륭한 인재양성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전통자수의 명맥을 이어갈 후계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유 명인의 또 다른 소망은 공예 장인들을 위한 생활터전을 수원에 조성하는 것이다. “실력이 뛰어난 다양한 공예인들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힘들어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판매나 유통이 원활할 수 없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전통 작업만 해서는 수입이 적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제 능력과 여건이 된다면 그런 장인들을 위한 생활터전을 만들어 생활고를 해결해주고 모인 장인들의 작품들을 활용, 전시하여 한국의 전통문화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관광지로 만들고 싶어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지켜내겠다는 유 명인, 전통자수 인재양성과 한국 전통문화의 뿌리를 보여줄 수 있는 장인들의 생활터전을 만들어 일조하겠다는 열정으로 오늘도 작품 앞에 앉아 인내와 집중의 예술에 전념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