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에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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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게에서 배우다
  • 임나경 편집국장
  • 승인 2020.06.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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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특집

경기불황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수많은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 본부 및 가맹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본지는 ‘백년가게에서 배우다’라는 내용을 주제로, 오랜 세월 수많은 부침을 겪어오면서도 꿋꿋하게 건재하며 고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노포들을 통해 창업과 운영에 대한 지혜를 배워보기로 한다. 아울러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백년가게’를 지원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백년소상공인은 15년 이상 된 사업체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지원과 혜택을 가져다주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백년소상공인을 추가 대상으로 해 지원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우리는 각종 분야 할 것 없이 시장과 트렌드가 전광석화와 같이 변해 가는 시대에 직면해 있다. 이에 많은 기업들은 이런 움직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가 하면, 한쪽에선 시대를 읽지 못해 갈팡질팡하거나 시장에서 영원히 도태되기도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노포와 장사의 달인 혹은 전문경영인이나 전문가들로부터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요즘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을 다지고 현재를 되돌아보라는 이야기다. 이에 본지는 백년가게를 통해 이들의 창업과 운영, 고객서비스와 장인정신에 가까운 운영면을 분석해보고, 많은 예비창업자와 창업인,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사업자 등에게도 기본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미지 ⓒ 사진 이현석 팀장, www.iclickart.co.kr
이미지 ⓒ 사진 이현석 팀장, www.iclickart.co.kr

 

백년가게에는 어떤 비법이 있을까?


본지가 찾아가 본 백년가게는 고깃집에서부터 해장국, 냉면집, 횟집, 보리밥집, 슈퍼, 공예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들의 업력도 최소 30년에서 70여년에 이르기까지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가게를 갈고 닦아오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오랜 시간 누군가는 생업을 위해서, 누군가는 선대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아서, 누군가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 누군가는 장인정신 하나로 가게를 이어왔을 것이다. 그렇게 해오던 것이 세월이 쌓여 노포가 되고, 급기야 ‘백년가게’로 인정받고 지원까지 받게돼 그동안의 노고를 알아봐 주고 격려를 받는 듯하다. 때문에 이러한 자긍심은 이들에게 앞으로 지나온 세월만큼 더 나아가고자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백년가게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이들이 대단한 기술이나 엄청난 투자비나 연구개발을 해왔다기 보다는 그저 자신들의 능력과 맛, 운영에 있어 소신껏, 기본을 지키며 운영해왔다는 사실이다. 음식이라면 항상 좋은 식재료와 맛있는 음식을 내도록 노력해왔으며, 슈퍼라면 고객들에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주기 위해 노력해왔고, 공예품은 최상의 작품을 만드는 장인의 정신으로 묵묵히 즐기면서 해왔다는 점이다. 결국, 이 세상의 이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 노포들을 보며,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이지만, 누구나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더욱 빛을 발하며 수많은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발길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미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이제 창업을 시작하는 새내기 창업자나 한창 시행착오를 겪고 있을 창업자, 또 수많은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본부들은 이들의 기본기를 지키는 ‘실천력’을 배워보자.

 

기본을 지키며 끊임없이 변화하다  
부모님 뒤를 이어 2대째 <창성옥>을 운영하고 있는 김계수 대표는 향후, 직영점 5개까지 만들겠다는 목표와 함께 자식들에게도 가업을 물려주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아들 돌상에 국자를 올려놓을 정도로 가업의 대물림에 대한 비전이 뚜렷한 그는 노포면서도 젊은이들이 방문해도 부담 없도록 세련된 간판과 내력이 담긴 벽그림 등으로 젊은 고객들 발길을 모으고 있다. ‘백년가게’로 선정된 이후에는 방송에 맛집으로 소개 되고, 지역방송국에도 출연하는 등의 기회가 생겼으며, 이번 코로나19의 영향도 포장 고객이 있어서 비교적 타격이 덜한 편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대를 이른 <창성옥>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며 백년가게로서의 품위를 지키고 있다. 

직접 제분한 메밀로 만들어내 은은한 메밀향이 나는 면과 동치미국물과 고기국물을 배합한 국물이 일품인 <동신면가>. 박영수 대표는 사업이 잘 풀리지 않자 이모의 권유로 동두천에 자리잡고 국수 장사를 시작한 때가 1964년, 무려 56년을 이어왔다. 표준화하기 어려운 평안냉면을 표준화해 직원도 만들 수 있도록 레시피를 정리한 이곳은 옛날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 발전해오면서 56년 이어온 맛을 유지해오고 있다. 현재도 코로나 19 이후 닥칠 경제 위기와 바뀔 외식 트렌드에 대비해 집에서도 맛을 재현할 수 있는 밀키트 개발 계획을 갖는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
 
50년 매듭 역사를 지니고 있는 <하영사> 차명순 대표. 그는 일찍이 국무총리상, 시장상 등 상은 모두 휩쓸다시피하며, 매듭 기능전수자로서 장인의 길을 걷고 있다. 가게를 50년 동안 운영해왔으니 그동안 만들어낸 작품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전시회도 열었다. 하지만 그는 오랜 세월 전통 예술품을 만들어 오면서 아쉬운 것도 많다고 한다. 각종 기관에[서 주는 상도 좋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를 뒷받침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의 옛것을 지키는 만큼 공방이나 연구비 등 다양한 지원책이 아쉽다고 한다. 

 

바른 마음으로 고객을 먼저 생각하다 
금천구에 위치한 <대호정>은 1982년에 문을 연 숯불갈비 전문점으로, 임순자 대표가 슈퍼마켓, 정육점, 쌀가게를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음식점을 시작한 곳이다. 임 대표는 내 입에 맞지 않으면 고객에게도 낼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오랫동안 <대호정>을 지켜왔다. 때문에 주방이 오픈되어 있으며 항상 청결을 유지하는데 힘쓴다. 이러한 임 대표의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은 예비창업자들이 꼭 한 번씩은 거쳐가는 곳이 되었다. 그녀는 앞으로도 지킬 것은 지키면서 운영하는 따뜻한 가게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대방회집>은 서희석 대표가 20대 때인 1985년에 신대방삼거리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35년을 운영해오고 있다. 서 대표는 점포 운영을 부모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고객을 응대해왔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내 생애 최고의 사람은 부모님이잖아요. 부모님을 대접하는 마음, 부모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고객들을 대합니다. 다른 사회생활, 친구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 대표는 경쟁 사회에서도 더불어 사는 것을 강조하면서 동종 업계의 다른 가게는 넘보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가게에만 최선을 다해오며 집중해왔다. 

<선동보리밥> 이부영 대표는 1987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쉬지 않고 식당을 운영해왔으며, 양심껏 좋은 재료로 집밥처럼 속편한 음식을 만들어온 노포다. 이 대표는 “지겹다, 하기싫다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손님이 잘 먹었다는 말 한 마디에 피로가 싹 녹아요. 매일 아침 7시에 나와서 항상 기도하며 만들었어요. 손님이 맛있게 드시고 편안하게 집에 가시라고요.” <선동보리밥>은 대한민국 유명인사들이 한 번은 모두 왔다갈 정도로 대기업 회장, 장관, 교수들을 비롯해 도올 김용옥 교수 등 많은 이 명사들이 거쳐 간 곳이다. 이제 아들이 대를 이으며 백년 이상 오래 갈 맛집으로 이어간다는 포부다.  

1988년 4월 오픈해 30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삼원슈퍼>는 김종현 이사가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김 이사가 3살 때 오픈했다는 슈퍼는 동네 주민들이 주 고객이며 즉석식품, 1차 식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친절, 청결과 함께 고객들이 찾는 물건을 구비해 놓는 것이 <삼원슈퍼> 운영의 비법이다. 자신을 비롯해 직원들도 열정적이며, 운영에 효율적인 방법을 배워나가면서 다양한 고객층을 유입하기 위한 서비스와 홍보방법도 모색해 나가는 등 시장의 변화를 읽으며, 끊임없는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성공모델 ‘백년가게’, ‘백년소공인’을 찾아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오랜 기간 경영을 하고 있는 우수 소상공인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지난 3월 27일부터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을 모집하고 있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백년소공인은 15년 이상 된 사업체를 대상으로 혁신의지, 차별성 및 우수성, 성장역량 등을 종합평가해 선정한다.

백년가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2018년 6월부터 선정하기 시작했으며, 업력이 30년 이상 된 가게(소기업·소상공인) 중에서 경영자의 혁신 의지, 제품·서비스의 차별화 등을 전문가가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해오고 있는 사업이다. 전국의 백년가게는 업종별로 음식점업 240개 업체, 도소매업 94개 업체이며, △지역별로는 서울 43개 업체, 경기 33개 업체, 부산 29개 업체 순이다. 

지난 1월 선정된 업체에 대해서는 백년가게 확인서 및 인증현판을 제공하고, 민간O2O플랫폼·한국관광공사 웹페이지 등록, 방송 송출 등을 통한 홍보와 컨설팅·교육·정책자금 우대·네트워크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이 이뤄졌다. 이어 중기부는 백년가게 온라인 지도를 만들고, 백년가게 방문·홍보 이벤트를 확대해 많은 국민들이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온·오프라인 시장에 대한 진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나아가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에는 ’국민들과 함께하는 백년가게‘를 만들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백년가게 선정 시 국민 추천제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노포·우수소상공인, 국민들이 직접 추천 가능해  
2020년 백년가게 육성사업은 그동안 음식점업과 도·소매업으로 한정하고 있던 백년가게 신청대상 업종을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고, 수리업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예시: 세탁소, 이·미용실) 등에서도 다양한 성공모델을 발굴키로 했다. 아울러 기존 소상인과 소기업으로 한정했던 신청대상 기업 규모를 중소기업까지 확대한 것이다. 

더불어 올해부터는 국민추천제를 통해 국민이 직접 우수한 소상공인을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으로 추천할 수 있어 백년가게에 대한 내용을 모르는 노포나 백년소공인들도 그 대상이 될 수 있게 됐다. 

국민의 추천을 받은 백년가게는 업력 30년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중점 평가해 국민추천 백년가게로 선정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 하한기준은 업력 20년이다. 이렇게 선정된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은 올해 신설된 혁신형소상공인자금(시설자금 및 운전자금)을 활용하는 경우 융자금리를 인하하고, 백년가게는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시 보증비율 및 보증료율을 우대한다. 

또 소상공인의 경영개선을 위해 마케팅, 경영관리 등 전문가가 사업체를 찾아가는 맞춤형 컨설팅사업을 활용 시에는 자부담 10%를 면제하고, 업체당 3,000~5,000만원을 지원한다. 

백년소공인에게는 국내외 전시회 참가, 온라인 몰 입점 및 기술개발에 필요한 인건비, 외부전문가 활용 등을 지원하는 판로개척과 기술지원사업 등을 부여한다. 이외에도 인증현판 제공 및 방송·신문·O2O플랫폼 등 온·오프라인 통합 홍보, 지역별·업종별 네트워크 구축 및 워크숍 개최 등을 통해 경영 노하우 전수·공유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

중기부 지역상권과 노기수 과장은 “혁신의지 및 성장역량을 갖춘 우수 소상공인을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으로 선정하고 맞춤형 지원을 통해 소상공인 생태계의 혁신성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백년가게 육성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는 전국의 62개 소상공인지원센터에 수시로 신청 또는 추천이 가능하며, 서류 평가, 현장평가, 지방 중기청별 선정위원회 평가를 통해 최종 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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