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스타일과 네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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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스타일과 네이밍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8.04.19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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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몬스터> 박재우 대표
▲ <아트몬스터> 박재우 대표 ⓒ 사진 곽은영 기자

<아트몬스터>의 수제맥주는 위트있고 외우기 쉬운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청담동 며느리, 이태원 프리덤, 첫사랑 향기, 핵존심 등 모든 이름은 특허 등록이 돼 있다. <아트몬스터>의 박재우 대표는 맥주의 스타일을 제대로 아는 것만큼 각자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붙이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치 맥주를 주문하면 나에게로 와 꽃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Q. 맥주 이름이 독특한데 네이밍에 신경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맥주의 스타일은 100여 가지가 넘는다. 와인보다 많다. 여기 양조장마다 만들어내는 맥주들까지 더해지면 스타일은 더 늘어난다. 소비자가 그 모든 스타일을 외우기는 힘들다. 재미있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게 서로에게 유리하다. <아트몬스터>의 모든 맥주 이름은 특허 등록이 돼 있다.
 

Q. 이름에 대한 특허권이 있으면 좋겠지만 등록 과정이 길다. 그걸 감내할 만큼 중요한 건가. 
맥주 이름 하나가 특허 등록되는 데까지는 1년이 걸린다. 게다가 등록하고 싶은 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름 80개에 대한 특허 신청을 했고 그 중 절반인 40개 정도가 등록됐다. 거기서 맥주와 어울리는 이름을 선택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청담동 며느리는 비엔나 라거의 고급스럽고 단아한 느낌과 어울려서 이름 붙인 것이다. 국내 수제맥주 브루어리는 특허 등록을 잘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역명을 맥주 이름으로 사용할 경우 기본적으로 특허 등록이 안 된다. 그것이 문제가 되는 건 브랜드나 맥주가 유명해질 때다. 이름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이름 자체에 문제 제기를 하는 곳이 생겨도 제재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한의 강 이름을 따서 네이밍 했던 맥주가 있는데 특허 등록도 안 되고 다른 곳에서 불만을 제기하면서 결국 이름을 바꾸는 사례도 있었다. 
 

Q. 그 전까지 강남에서 외식업으로 꾸준히 대박을 이어왔다. 수제맥주 사업을 시작하게 된 데는 어떤 이유가 있나.
일반음식점은 운영이 너무 쉽다. 아무나 따라 하기 쉬워 부가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프랜차이즈 1세대 중에서도 노하우 없이 그냥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브랜딩도 안 돼 있고 브랜드 파워도 없다. 수제맥주 사업은 그냥 하긴 쉬워 보이지만 잘 만들기가 어렵고 잘 만들 경우 차별화가 될 것 같았다. 과거 크래이지 후크라는 661㎡(200평) 규모의 호프집을 운영했는데 당시 우연한 기회에 하우스 맥주 공급처의 공장을 보게 됐다. 장치산업인데다 공장에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이 하기엔 비용이 많이 들고 대기업이 들어오기엔 시장이 작았다.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아이템에 내가 그동안 쌓아온 F&B 경험을 더해 차별화 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시장이었다. 
 

▲ ⓒ 사진 <아트몬스터> 제공

Q.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제맥주 시장 진입을 준비했나. 
맥주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미국에서 5년간 양조기술과 맥주 레시피 개발을 했다. 미국의 양조장들과 협업해 레시피를 개발하고 유명 독일 양조장들에서 연수하며 전통 독일 양조기술을 획득했다. 독일 최고급 양조기계 카스파 슐츠(Kaspar Schulz)의 설비를 도입했고 현재 80여 가지의 양조기술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그 과정에 맥주 이름들을 미리 개발해 특허청에 등록해 놨다. 나는 비어소믈리에이고 박진우 부사장이 브루마스터로 현재 군포 1983㎡(600평) 규모의 양조공장을 책임지고 있다. 군포 수제맥주 생산시설은 자동화 돼 있지만 품질 관리를 위해 브루마스터가 매일 직접 현장 체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신생 브루어리로 여러 레시피를 시도하고 만들어보고 있다. 군포 공장을 찾아오는 도매상도 많은데 모두 <아트몬스터>가 너무 까다롭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까다로워야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익선동에 펍을 운영 중이고 올해 성수, 강남역, 사당 등에 총 다섯 개 직영점포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이후 프랜차이즈도 염두에 두고 있다.  

Q. <아트몬스터>에서 맥주 레시피를 개발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상업양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과 음용성이다. 일반인이 한 잔 마셔보고 맛있어서 한 잔 더 마시는 맥주를 기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좋은 맛을 내려면 맥주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맥주를 만들 때 실력이 부족하면 향이 강하고 비싼 홉을 강하게 넣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맥주는 스타일에 맞는 밸런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맥주 스타일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다시 말해 비엔나 라거라고 하면 그 기준에 맞게 만들어 누가 마셔도 ‘이건 비엔나 라거다’라고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얼마 전 비어소믈리에협회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레시피 개발에는 직접 참여하나.
레시피 개발은 브루마스터로서 박진우 부사장이 전담하고 있다. 맥주 시장에서는 브루마스터가 피라미드의 가장 위에 있다. 상상력을 가지고 맥주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하는 일은 브루마스터가 개발한 레시피를 보며 상품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대중성은 적지만 매력이 있는 레시피는 맥덕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페셜 에디션으로 준비한다.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잘 팔리는 맥주가 맛있는 맥주라고 생각한다. 맛이라는 건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잘 팔리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Q. <아트몬스터>의 주력 수제맥주 아이템은.
국내에는 라거를 잘 만드는 공장이 없는데 우리가 라거를 만들고 있다. 청담동 며느리가 비엔나 라거, 몽크푸드가 다크 라거로 평이 상당히 좋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라거가 익숙한 맛이다. 라거는 라거링이라고 하는 최소 5주의 숙성기간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맥주가 맛있어진다. 사실 에일은 3주 만에 맥주 판매가 가능한데 라거는 그에 비해 효용성은 떨어져 고민이다. 소규모 맥주공장은 법적으로 탱크 사용량이 12톤으로 정해져 있는데 라거는 탱크 효율성에서 에일보다 두 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반응이 좋아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 외에 밀맥주 종류인 이태원 프리덤과 첫사랑 향기도 인기가 있다. 
 

Q. 독특한 맛을 좋아하는 ‘맥덕’들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 메뉴는. 
‘잡스’라는 이름의 콜쉬(Kolsch) 맥주가 있다. 콜쉬의 탄생 도시인 독일의 쾰른에서 전통 레시피를 직접 공급받고 최상급 커피와 함께 재탄생 시켰다. 보통 맥주에 커피를 넣을 경우 스타우트나 포터 등 다크한 맥주를 베이스로 하는데 잡스는 그렇지 않다. 맥덕들이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도 일반 맥주와 색은 같은데 커피 향이 짙게 난다는 것이다. 맥주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Q. 수제맥주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다양성이다. 그동안 국내시장은 오비, 하이트 등 라이트 라거 판매가 주를 이루며 다양성이 부족했다. 라이트 라거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라 대형 맥주공장들은 그것을 할 수밖에 없다. 국내 대형맥주들의 경우 끝 맛이 밍밍한 편인데 그래서 소주를 타서 그 맛을 상쇄시키거나 여름에는 잔을 얼려서 시원한 맛으로 마신다. 맥주 맛보다는 시원하고 톡 쏘는 CO2의 맛을 싱싱한 맛이라고 표현하며 마시는 거다. 수제맥주의 강점은 그런 요소들을 모두 빼더라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맛에 있다. 또 대형맥주가 유통 문제로 효모를 죽이는 것에 반해 수제맥주는 효모를 살린다. 효모가 살아있는 맥주는 관리하기는 힘들지만 건강하고 맛있다. 
 

▲ ⓒ 사진 <아트몬스터> 제공

Q. 수제맥주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수제맥주는 종류가 많아서 어렵다. 시작 전에 공부를 꼭 하고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맥주에 대한 정보를 모르면 맥주 선택이 어렵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프랜차이즈들은 80~90%가 책임 없이 개설 수익만 찾는 것이니 재고해보길 바란다.


<아트몬스터>의 Fun Beer
청담동 며느리_(Chungdamdong Myuhnuri) Vienna Lager
몽크푸드_(Monk Food) Czech Dark Lager
이태원 프리덤_(Itaewon Freedom) German Bavarian Hefeweizen Ale
운짱_(Ultimate Luck) German Pilsner Lager
첫사랑 향기_(First Love’s Scene) Belgian Wit Ale
잡스_(Jobs) German Coffee Kolsch Ale
핵존심_(Extreme Pride) Belgian Golden Strong Ale
리얼 히어로_(Real Hero)  German Leipzig Gose Ale
수다 스폰서_(Suda Sponsor)  American Grapefruit Session IPA
이블콜링_(Evil Calling)  American Imperial Brown Stout 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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