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정기구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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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정기구독하다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8.04.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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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까> 박춘화 대표

꽃을 신문이나 잡지처럼 정기구독 한다. 플랜트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꾸까>가 하고 있는 일이다. 국내 꽃 문화를 바꿔가고 있는 <꾸까>는 꽃을 통해 사람들에게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준다.

▲ <꾸까> 박춘화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꾸까>의 박춘화 대표는 잡지나 신문에만 한정되던 정기구독의 개념을 꽃에 접목, 일상에 꽃을 한 걸음 더 들여왔다. <꾸까>가 꽃을 배달하는 과정에는 사람들이 일상도 생일처럼 특별하고 기분 좋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2주에 한 번 꽃을 배달하다
<꾸까>는 월 1~3만원의 비용으로 2주에 한 번 전문 플로리스트가 만든 꽃을 배송한다. 박춘화 대표는 4년 전 플랜트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꾸까>를 창업했다. ‘꾸까(kukka)’는 핀란드어로 꽃이라는 뜻이다. “<꾸까>는 저의 두 번째 창업이에요. 첫 번째 사업 아이템은 화장품 정기구독으로 한 달에 한 번 브랜드 샘플 5개를 모아서 보내주는 서비스였어요. 그러다 꽃도 정기적으로 보내주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 제게는 익숙한 ‘구독한다’는 개념을 꽃에 접목해본 거예요.”

공대 출신의 박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이후 독일계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회사인 로켓인터넷으로 이직했다. 이곳은 직원에게 사업 아이템을 제공하고 스타트업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박 대표는 이때 화장품 구독서비스로 창업을 했다. 3년 반이 지나자 ‘내 것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창업 플랫폼 역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였다. 신문이나 잡지를 정기구독 하듯 일정비용을 내고 원하는 상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이다. 


스타일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서비스
현재 <꾸까>에서 판매되는 꽃은 한 달 평균 2~3만 다발. 고객의 약 90%는 20~30대 여성이다. 작년 9월부터는 매달 새 화분을 받아보는 ‘브루크린 그린’을 론칭했다. “뉴욕이나 도쿄에서는 확실히 그린이 인테리어의 이슈예요. 공간을 어떻게 하면 녹색으로 더 잘 꾸밀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거죠. 우리나라에도 그런 분위기가 시작되는 것 같아서 미리 준비했어요.”

<꾸까>는 꽃 정기배송 서비스 이외에 기업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B2C 사업부가 일반적인 꽃 정기구독 서비스라면 B2B 사업부에서는 홈쇼핑이나 화장품 브랜드와 VIP나 직원관리 서비스에 대한 플랜을 짜 꽃을 보낸다. <꾸까>에는 이런 꽃들을 만들어내는 플로리스트들만 40명이 넘는다. 시간대별로 작업을 하는 플로리스트까지 더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플로리스트들은 20대가 많다.

“회사 자체가 젊은 편이에요. 플로리스트는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이 확고한 분들을 많이 뽑으려고 합니다. 흔히 덕후라고 하는데 덕질을 할 줄 아는 친구들이 우리와 맞더라고요. 취향이 명확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재미를 잘 느끼거든요. 취향이 없는 사람은 트렌드를 잘 못 따라가더라고요. 무언가에 호불호가 있는 것은 관심의 문제이기도 해서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 분을 선호합니다.”
 

시들 걸 알면서도 꽃을 사는 마음
전 세계적으로 1인당 꽃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스위스다. 1인당 1년 평균 꽃 구매액이 18만원에 이른다. 한국은 1만 3000원으로 스위스와는 약 14배 차이가 난다.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도 평소에 꽃을 사는 생활이 일상적인데 우리나라는 특별한 날에만 꽃을 찾는다. “그래도 꽃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긴 해요. 저희가 4년째 꽃 판매를 해왔는데 매년 2배씩 성장하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거든요.” 박 대표는 우리나라도 일상에서 꽃을 즐길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10년 전과 지금 커피문화가 다른 것처럼 꽃도 일상에 스며들 거라는 예상이다. 그 사이에 <꾸까>가 할 일은 꽃이 일상과 가볍게 어울릴 수 있도록 꽃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생일이 아닌 날에도 꽃을 받을 수 있도록 정기구독을 하는 거죠. 꽃을 좀 더 가깝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시들 거 왜 사?’라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영국 사람들은 그래서 꽃 사는 것을 가장 럭셔리한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시들 걸 알고도 사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걸 감내하고 즐기는 것이 ‘멋’이에요.

어떻게 보면 살아가는 것과도 닮아있어요. 꽃이 시드는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시드는 모습도 멋있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꽃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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