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환> 배예환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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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환> 배예환 셰프
  • 관리자
  • 승인 2013.12.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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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면 생각나는 그 곳, 그 음식

뚜렷한 이목구비에 화장기 없는 투명한 얼굴. ‘단아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미모의 배예환 셰프. 새침한 소녀같은 첫인상과는 달리 본격적인 인터뷰에 돌입하자 푸근한 옆집 언니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그랜드힐튼호텔, 이탈리안 레스토랑 <비손>의 셰프를 거치고, 청와대 케이터링을 담당하기도 한 그는, 요즘 가장 핫하다는 경리단길 끝자락에서 이탈리안 가정식 레스토랑 <예환>을 10여년째 운영하고 있다.  
글 엄보람 기자  사진 윤동훈 기자

왈가닥 소녀, 푸근한 셰프 되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불 때는 시간을 너무도 좋아했어요. 저녁에는 아궁이에 고구마를 넣어뒀다가 먹기도 했죠.”
장작 타는 소리가 좋아 작은 몸으로 손수 아궁이에 장작을 나르던 소녀, 쥐불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리 위에서 카세트테이프를 틀어놓고 친구들과 춤추고 놀던 왈가닥 소녀. 호기심이 많아 겨울에는 사과 서리를 하고, 뱀도 서슴없이 잡던 개구쟁이 소녀.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배예환 셰프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 그리고 그의 공간인 <예환>이 유독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일까.
지금도 철마다 김치를 담가 보내준다는 배 셰프의 어머니는 유독 음식솜씨가 좋았다. 자연스럽게 어깨너머로 요리를 배웠다. 타고난 손맛이 어디 갈 리가 없었다. 그가 조리학과를 선택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지금은 유명 셰프가 된 그이지만, 당시엔 무엇이 될 거란 뚜렷한 생각을 하지 않았단다. 남들처럼, 어쩌면 남들보다 더 꾸미기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어여쁜 스무살이었다.
“2학년 때 특급호텔 실습을 계기로 제가 완전히 변했어요. 그곳에서 느낀 게 많았어요. 그때부터 머리카락도 짧게 자르고, 화장도 안하기 시작했어요. 요리에 방해가 됐거든요.”
대학을 졸업하고 그랜드힐튼 호텔(구.스위스 그랜드 호텔)에 입사한 그는 삶에서 가장 치열한 순간을 보냈다. “호텔 주방에는 체격 좋은 남자들밖에 없었어요.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체력으로는 이길 수가 없었죠. 그래서 매일 두 시간씩 일찍 출근하고, 남들보다 두 시간 늦게 퇴근했어요. 체력이 안 되니까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요.”
그렇게 3년의 시간동안 경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한 배 셰프. 그가 퇴사를 결심했을 땐 회사의 만류를 뿌리치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이탈리아 가정식
그 후 배 셰프는 <T.G.I.Friday’s>의 창립 멤버로서 활약하고, 일본에서 이탈리아 요리 연수를 받은 후 이탈리안 레스토랑 <비손>을 거쳤다. 그리고 마침내 2003년, 자신의 이름을 딴 이탈리안 가정식 레스토랑 <예환>을 오픈하게 된다. 처음엔 간판도 달지 않은 조그만 레스토랑이었다. 당시 경리단길 끝자락은 지금과 달리 인적도 드문 곳이었다.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음알음으로 어느새 손님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재계, 연예계 등 셀럽들도 여럿 다녀가 단골손님이 되기도 했다. 그즈음 케이터링을 병행한 배 셰프는 청와대 케이터링을 맡을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 케이터링을 다수 진행하다보니 배 셰프의 소스가 입소문을 타 사람들이 소스만을 따로 구입하기도 했다. 결국은 백화점의 제안으로 ‘예환 드레싱델리’라는 소스 전문 브랜드를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입점시키기에 이른다. 이외에도 ‘예환 햄버그 스테이크’라는 가공식품을 선보이고, 인기리에 판매되는 등 다재다능함을 보였다.
<예환>은 파스텔톤의 내부와 배 셰프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액자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모습이, 마치 유럽 어느 가정의 따뜻한 다이닝을 연상케 한다. 그 과장되지 않은 따뜻함이 ‘이탈리아 가정식’이라는 <예환>의 콘셉트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그릴에 구운 통오징어와 그린샐러드’로 <예환>의 시그니처 메뉴이기도 하다. ‘매콤한 새우 리조또’, ‘로제 소스 새우 리조또’ 등 리조또도 꼭 맛보아야 할 메뉴. 한 단골손님은 아플 때 배 셰프의 리조또가 먹고싶다며 전화로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고.

10년 동안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곳
배예환 셰프가 그러하듯 <예환>과 <예환>의 음식도 10여년동안 변함없이 늘 여전하게 손님들을 맞았다. 요즘은 경리단길을 찾는 이들이 많아져 젊은 고객들도 종종 찾아오지만, 이곳은 여전히 단골손님들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오징어샐러드가 자꾸만 생각난다며 계속 찾아오는 손님도 있고, 10여년 전 먹었던 음식을 잊지 못해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찾는 손님도 있다.
“이곳은 10여년 동안의 세월이 묻어있는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예요. 가끔 시골에서 보내준 김치나 사과, 마늘 등을 손님들과 나눠먹기도 하죠. 그렇게 스스럼없는 편안함이 <예환>의 매력인 것 같아요. 또 제가 항상 여기 있을거라 생각하니까 손님들이 안심하고 찾아오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예환>은 10년 이상 이어져 온 인연이 많다. “방송인 김세원씨는 제 가장 오랜 단골로 인연이 된지 13년이 됐어요. 얼마 전에는 단골인 모 방송국 국장님이 동료 PD와 함께 방문했는데, ‘나 배 셰프와 안지 10년이 넘었다’며 자랑을 하시더라고요.(웃음)”
오랜 단골손님들이 여전히 이곳을 찾는 것은, 어쩌면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는 곳이 흔치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파스타, 리조또 등의 가공식품을 출시하고, 주방식기도구 등을 개발하는 등 이제는 ‘예환’이라는 이름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든 배예환 셰프. 내년에는 인천문예전문대 교수로 출강을 앞두고 있고, 요리 서적도 집필 예정에 있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만 같다.
어렸을 적, 겨울이 되면 어머니가 배추를 쪄서 새우젓 양념과 함께 내놓던 밥이 자신의 소울푸드라 말하는 배예환 셰프. 10여년의 세월을 지켜온 그의 음식도 누군가에게는 아프고 외로울 때 생각나는 단 하나의 소울푸드일 것이다. 그래서 “예환은 영원할거예요”라고 말하는 그의 당찬 한마디는 참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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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2015-06-08 22:18:20
하하하...예환셰프는 약속을 잘 안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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