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문화, 열정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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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문화, 열정이 흐른다
  • 박신원 기자
  • 승인 2016.09.2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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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무띠> 김수연 대표
▲ <카페무띠> 김수연 대표 ⓒ사진 이현석 팀장

평일 오전부터 주말 저녁까지. <카페무띠>에서의 시간을 원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정성스레 내린 커피 한 잔으로 귀빈이 되는 곳, 언제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 할지 예측할 수 없는 매력이 손짓하기 때문일까. <카페무띠>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샘솟는다. <카페무띠>를 만드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날마다 새롭다.  

예측할 수 없는 공간

그 곳의 빨간 소파는 맞은편 초록 벌판을 향한다. 잡초와 들풀로 무성하게 뒤엉킨, 사람의 손이 닿은 듯 닿지 않은 듯 거칠고도 푸른 매력이 있는 비개발지대. 딱 그 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 책 한 권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는 포근하고 아늑한 시간이 시작된다. 조망은 옵션, 그때 그때 손수 내리는 핸드드립 커피는 단돈 3000원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갓 볶은 원두로 정성스레 내려진 커피는 엔티크 잔에 담겨 묵직한 나무쟁반에 올려 나온다. 그 곳에 들어선 순간, 당신은 귀빈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카페는 사라지고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의 종류도 다양하다. 유럽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는 포슬린 아트와 나무 장인의 손에서 태어난 작품의 콜라보를 선보이기도 하고, 다양한 그림과 작품들이 <카페무띠>에서 뽐을 낸다. 또 6명 이상의 인원이면 1인 1만원에서 2만 5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구성된 다이닝 코스요리를 예약해 독채를 빌릴 수도 있다. 월 1회 간격으로 프리마켓이 열리기도 한다.

<카페무띠>에선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또 무슨 색깔로 채색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김수연 대표도 함께 변신한다. 바리스타에서 셰프, 그리고 전시 큐레이터로.

커피인 양성소
아내로 엄마로 자신의 즐거움보다는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일을 하며 묵묵히 가정을 지켜온 김 대표. 어느 정도 자녀가 성장한 후에 그녀는 가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그리고 커피를 배우기로 한다. 커피를 배우기 시작한 건 15년 전. 카페 문화가 이제 막 들어와 자리 잡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녀는 이제 꽤나 연륜이 깊은 전문 로스터이며, 커피 장인이다. 동시에 교육자기도 하다.

김 대표는 어느날 문득 자신처럼 커피를 즐기고 또 열정 있게 배우고픈 엄마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로 결심한다. 사랑하는 커피로 그녀의 눈빛이 언제나 생기를 띠는 것처럼, 또 가슴이 뛰는 것처럼 엄마들의 가슴을 뛰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커피 로스팅 수업이다. 수업료는 없다. 그저 10명이 한 조로 로스팅을 배우고, 1kg의 원두 한 부대를 알맞게 나눠 갖는다.

수강생들은 300g당 30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자신이 직접 볶은 신선한 원두를 갖고 갈 수 있다. 그녀의 로스팅 수업은 입소문을 타고 금새 퍼져나가 현재 60여명의 주부 수강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많은 차기 수강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 대표의 열정어린 호의는 많은 엄마들의 열정을 깨우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엄마에서 한 여인, 그리고 전문가로 거듭나는 그녀들. <카페무띠>를 커피인 양성소라 명명한다.

또 올 수밖에 없는 곳
<카페무띠>에서 작가의 전시가 이뤄질 때 커피는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언뜻 보면 손해인 듯하지만 그 자리가 아니라면 결단코 알 수 없는 인맥들, 닿을 수 없는 발걸음들을 불러 모으는 계기가 된다. 전시 홍보를 보고 관심있던 작가의 팬과 지인들이 먼 곳에서도 <카페무띠>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은 <카페무띠>만의 분위기와 커피 맛에 좋은 인상을 받고, 서로 명함을 교환하며 소통한다. 그리고 김 대표와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관계를 이루며 이른바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전시 기획과 디스플레이, 전시 당일까지의 큐레이터는 최 대표와 함께 직원들이 도맡아 한다. 그때면 전시 콘셉트에 맞게 시시각각 인테리어가 달라져서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한편, 김 대표는 커피전문가인 동시에 카페 창업전문가로 컨설팅을 해왔다. 그녀의 노하우를 담아서 태어난 <카페무띠>는 단순한 상업적 공간이 아니다. 물론 먹고 살만큼은 벌어야 한다. 하지만 눈 앞에 이익을 쫓는 실수를 범치 않은 덕에 그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수 있었다. 언제나 새롭고, 이 곳이라면 또 오고 싶은 즐겁고 열정적인 서비스가 기다리는 곳. 더 많은 작가들에게 작품 전시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그녀의 넉넉한 인정이 서려있는 곳 말이다. 

문화허브 <카페무띠>
김 대표의 작은 꿈은 15개 정도의 <카페무띠>가 다양한 지역에 자리하는 것이다. 일반 프랜차이즈와는 다른 프렌드 숍의 개념이다. 브랜드는 같다. 메뉴 레시피도 공유한다. 콘셉트, 인테리어, 운영 방식 등은 <카페무띠>가 위치한 동네의 특성과 주인의 개성, 취향을 반영한다. 그러나 철학은 같아야 한다.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게 보고 문화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야말로 문화허브를 생성하고, 나아가서는 협동조합 설립이 소망이라고. 

커피 시장은 과열상태다. 커피 맛만으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 스토리가 있어야하고, 일부러 찾아 올 수 있는 매력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2014년 4월 오픈한 <카페무띠>는 2년이 흐른 지금 먼 곳에서도 <카페무띠>를 찾아오는 팬들이 제법 많아졌다. 새로운 것이 생기면 금새 다른 곳에 마음을 뺏기고 언제 이탈할지 모르는 고객이 아닌 오랜 세월 <카페무띠>와 함께 할 고객 말이다.

동네에선 이미 명소로 자리잡아 평일 오전부터 점심, 저녁으로 끊임없이 <카페무띠>에서의 시간을 원하는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김 대표가 오기 전 같은 자리에 오픈했던 여타 점포들은 5번 연속 폐업을 맞았다. 그 자리가 <카페무띠>의 오픈으로 명소가 되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입지에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뿌리내리는 <카페무띠>의 가장 큰 매력은 넘치는 새로움과 설레임이다.

 

 ▲ <카페무띠> ⓒ사진 이현석 팀장

 

김수연  대표의 성공 포인트 
1. 막연한 준비는 금물, 김 대표는 커피사업에 뛰어들기 전 다른 일을 하면서, 커피에 관한 전문적인 공부와 카페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결심했다면, 철저한 준비를 하며 전문가가 돼야 한다. 

2. 단기적 이익 추구를 넘어선 ‘가치공유’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립. 단순한 카페가 아닌 전시장, 로스팅 교육장, 행사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작가들에게는 무료 전시장을 제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3. 고객들을 향한 거침없는 투자가 결국 깊게 뿌리내리는 원동력이다. 시간이 좀 더 걸릴지 몰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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