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서더맘> 엄현정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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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서더맘> 엄현정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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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1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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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식탁의
맛을 알리고 싶어요

북유럽 가정식이라는 다소 생소한 요리를 국내에 선보이고 있는 엄현정 셰프는 요리를 하기 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우연한 계기로 요리에 입문하게 된 그는 요리를 하면서 진정한 재미를 알게 됐다. 디자이너에서 요리사로 바뀐 그의 요리 인생에는 어떤 색깔이 담겨 있을까. 북유럽가정식을 널리 알리고 후배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그의 소박하고 다정한 요리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글 조민경 기자  사진 박세웅 팀장


디자이너에서 요리사로…
한국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줄곧 일해 왔던 엄현정 셰프는 29살 되던 해인 2004년에 레스토랑 디자인 공부를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러나 막상 공부를 시작해 보니 생각했던 것과 많은 부분이 달라 한계에 부딪혔다. 레스토랑 디자인 공부를 위해 키친과 요리를 접목한 컨설팅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맨하튼에 위치한 FCI(French Culinary Institute) 요리학교에 원하는 교육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몇 차례에 걸친 수업 참관 후 요리도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요리과정과 레스토랑 경영 컨설팅 과정을 함께 배우기 시작한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요리는 레스토랑 디자인 공부를 위한 것일 뿐, 요리사가 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요리공부를 하면서 그의 마음은 점점 요리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졸업할 무렵에는 디자이너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고 요리사가 되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디자이너에서 요리사의 길로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디자인 공부를 하다가 요리세계에 눈을 뜬 것은 우연이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1년에 14번의 제사를 지내는 집에서 자란 어머니의 손맛이 뒤늦게서야 발휘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설렘으로 시작된 요리 세계
프렌치 요리를 기본으로 시작한 요리공부에 어려움은 언어문제였다. 프랑스어로 된 요리 용어를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야 했다. 외국인은 엄 셰프 혼자였기에 스스로 극복해나가야 했다. 요리공부를 시작하고 처음 완성된 요리를 마주한 그는 설렘과 뿌듯함으로 가득 찼다. 반면 새로운 요리를 끊임없이 창조해야하는 부담감도 함께 느꼈다. 요리는 계절과 재료에 따라 새로움이 계속 요구되는 분야다. 그런 점에서 그는 요리와 디자인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학교에서의 마지막 두 달은 레스토랑 매니지먼트 과정과 뉴욕 레스토랑 인턴 생활을 병행했다. 공부와 인턴 과정을 모두 마친 그는 바로 스웨덴 레스토랑 <아쿠아비트>에 정식채용 된다. 하루 17~18시간을 근무하는  고된 나날들이었다. 이후 스위스의 <그레이즈> 레스토랑까지 거친 그는 그 때의 경험이 지금의 <22서더맘>을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렇게 5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2010년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온다.
 
개성이 녹아든 북유럽 가정식
한국에 돌아온 이유는 북유럽으로 가서 요리를 계속 하기 위한 준비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양지훈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됐고 그곳에서 마음 맞는 동료 요리사를 만나 마침내 <22서더맘>을 오픈하기에 이른다. 레스토랑의 독특한 이름 <22서더맘>에는 그만의 추억이 담겨있다. ‘서더맘(SODERMALM)’은 뉴욕 유학생활 중 머물렀던 스웨덴 마을 이름. 예술적인 감성이 풍부하게 묻어나는 지역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추억이 많은 곳이다. 앞에 붙은 숫자 22는 레스토랑이 위치한 곳의 번지수다.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기로 결심한 엄 셰프는 요리 콘셉트로 북유럽가정식을 선택한다. 국내에는 북유럽가정식이 생소했고 제대로 선보이는 곳이 없었다. 때문에 북유럽가정식이라는 요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오픈 후 3년이 돼가는 지금, 국내에서 드문 분야를 시도한 것이라 부담감도 있지만 그만큼 재미도 뒤따른다. 간혹 “스웨덴과 덴마크가 어떻게 다른가요?”라든가 “이탈리아 요리와 다른 점이 뭐가 있나요?”라고 북유럽 가정식에 대해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고객들도 있다. 그러나 그는 본토 북유럽 가정식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만의 색깔을 녹여낸 북유럽 가정식을 선보이고자 한다.

편안하게 다가갈래요
엄 셰프는 집 밥 같은 소박한 가정식을 추구한다. 따라서 플레이팅도 화려하지 않고 요리 콘셉트에 맞게 수수하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음식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렇듯 그가 생각하는 요리는 누구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의 한 부분이다.
요리는 오감을 자극하는 일이라 종종 예민해짐을 느끼는 그다. 그러나 “요리를 하면서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되는 느낌을 받아요. 오픈 전 밑작업과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오픈을 기다리는 순간은 배우가 무대에 오르기 전 설렘과 같아요. 피크타임이 끝나고 나서 모든 열정과 힘을 다 쏟아 붓고 나서 오는 뿌듯함은 연극 무대를 마친 뒤 느끼는 희열과 같고요(웃음)”라며 요리를 하면서 진짜 재미를 찾은 모습이다.
화려하지 않은 순백의 접시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 요리들은 그가 추구하는 소박한 가정식의 모습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천일염으로 담백하게 구워낸 연어와 6가지 야채로 만든 라따뚜이에 아스파라거스, 허브오일을 곁들여 낸 ‘그릴드 샐몬’은 ‘맛있다’라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온다. 메쉬포테이토와 새콤달콤한 링곤베리가 곁들여 있는 ‘스웨디쉬 밋볼’은 스웨덴에서 가장 즐겨먹는 메뉴로 정성이 듬뿍 담긴 맛이다.
요리는 정직함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나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는 요리’를 하겠다는 올곧은 의지를 보이는 엄 셰프. 진정으로 요리사를 꿈꾸는 후배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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