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을 통째로 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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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을 통째로 살 수 있다면
  • 박신원 기자
  • 승인 2016.07.26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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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정리를 하던 중, 초등학교 6학년 때 썼던 '내가 하고 싶은 일'의 기록을 발견했다. 그 중 하나가 '롯데 백화점 통째로 사기'였다. 그렇다. 그 시절엔 그게 가능 한 줄 알았다. 나는 변호사도 꿈꿀 수 있었고, 발레리나도, 외교관도 꿈꿀 수 있었다. 꾸지 못할 꿈이란 하나도 없었다.

하고 싶으면 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그렇게 어른이 돼버렸다. 어른이 되고 가장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세상은 만만치 않다는 것. 몰라서 참 용감한 꿈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 이 이치를 나보다 덜 아는 어른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누군가의 부모가 되면 더 절실히 와닿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취재하다보면 참 순진한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고, 간혹 씁쓸한 안타까움을 남긴다.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단돈 1000원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100만원 벌기도 정말 힘들다. 그런데 한달 수익 5000만원 이상, 7000만원 이상 이란 광고 문구는 어찌 그리 잘 믿어지는 것일까. 물론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은 생각지 않는다.

막연히 시작만 하면 다 잘될 줄 아는 그 낙천적인 사고. 낙천성이 이렇게 위험 할 수가 없다. 이러한 막무가내의 낙천성은 평생 모은 자금, 혹은 모든 것을 걸고 이에 더해 빚까지 내서 마련한 누군가의 점포가 폐업으로 치닫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모든 예비창업자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까지를 떠올려 보십시오. 어디서 어떻게 근무하고 돈을 벌었든지 간에 ‘쉬웠습니까?’ 200만원 벌려면 얼마나 힘들던가요? 2000만원 벌려면 그보다 10배 더 힘들다고 보면 됩니다. 어쩌면 20배 더 힘들수도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을 통째로 사는 만큼이나 힘들 수 있습니다.

막무가내식, 무대포식의 창업을 꿈꾸고 있는 이들이여~ 
나와 가족들의 생계가 달린 이 순간만큼은 현실적인 어른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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