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인더키친 <디저트리> 이현희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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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인더키친 <디저트리> 이현희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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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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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인더키친
달콤한 여유 속에 피어나는 순간의 행복

<디저트리> 이현희 셰프

눈이 즐거운 디저트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이 신사동 작은 골목에 위치한 <디저트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담한 바(bar) 위에 아름다운 작품을 내놓는 이현희 셰프는 평범한 회사원에서 뒤늦게 제과쪽으로 눈길을 돌린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오너셰프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빵 만드는 것을 즐길만큼 좋아했던 그가 뒤늦게서야 디저트에 입문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하다.
조민경 기자  사진 박세웅 팀장

새로운 디저트 인생 시작
어린시절, 어머니가 집에서 빵 만드는 것을 보고 자랐던 이현희 셰프는 어린 손으로 직접 빵이나 쿠키 만들기를 즐겼다. 그러는 동안 가슴 속에는 디저트를 만들고 싶은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진로를 결정할 당시 국내는 제과 전문 교육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었고 IT산업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결국 시대에 발맞춰 제과 쪽과는 거리가 먼 공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다. 다행히(?) 컴퓨터 분야가 잘 맞았던 그는 그렇게 어린 시절 꿈을 잊은 채 졸업 후 은행에 입사해 평범한 회사원의 길을 걷는다. 어느덧 직장생활 3년. 그의 마음 한켠에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꿈이 다시 피어났다. 카페 문을 열어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과자와 케이크를 팔고 싶다는 뚜렷한 계획이 생겼다.
생각이 많을수록 추진하기가 어려운 법. 결심을 굳힌 그는 복잡한 생각은 모두 거둬내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하려면 제대로 하고 싶었기에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제과 공부를 위해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늦었다면 늦었다고 할 수 있는 28살의 나이에 그는 새로운 길의 문을 두드렸다. 110년 전통의 프랑스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에 입학해 제과과정을 밟기 시작한다.
고된 유학시절 속에서 찾은 즐거움
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자 집에서 취미로 만들었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어린아이가 처음 말을 배우듯 조리도구 용어부터 기초적인 것들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더욱 타이트하게 수업일정을 짜서 1년이 걸리는 모든 제과과정을 7개월 만에 수료했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수석졸업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졸업 후 바로 호텔 레스토랑 연수과정에 들어갔고 실습을 하면서 아직도 배울 것과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였던 자신을 목도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물 안에서 조금씩 나오면서 실습을 마쳤고 수석 졸업한 그의 능력을 인정한 학교셰프의 추천서를 받아 레스토랑 몇 곳에 지원했다. 그리고 소위 잘 나가는 레스토랑으로부터 채용합격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바로 일할 수 없었다. 무보수로 6개월간 일한 후 정식채용 한다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넉넉치 않은 유학생활이었기에 그런 조건으로는 도저히 일할 수 없었던 그는 다시 르 꼬르동 블루에 들어가 조교로 일하기 시작했다. 5개월 정도의 조교생활을 마친 그는 평소 제과 외에 요리에도 관심이 있었던 터라 요리 기초과정을 배우기 시작했다. 생활유지를 위해 일을 하면서 공부했다.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 했고 밤에는 레스토랑 파트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배우면서 열심히 일했던 그 시절이 즐겁기만 했다.

아늑한 공간, 한 입 디저트의 유혹
그렇게 3개월 후 아르바이트를 했던 레스토랑 오너의 눈에 들어 정식채용을 하게 된다. 코스요리 중 디저트 파트 책임자를 담당한 그는 브레이크 타임에도 쉬지 않고 메뉴 개발을 했다. 오전 8시에 출근해서 밤 12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1년 동안 지속했다. 녹록치 않은 고된 생활이었지만 그런 환경에서 일했기에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후 여러 레스토랑을 거치며 경험을 쌓고 5년간의 프랑스 유학생활을 마친 그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그만의 디저트 카페를 오픈하기 위해 귀국한다.
아담하고 캐주얼한 공간의 <디저트리>는 주문 즉시 바(bar)에서 예술적 감각이 풍부한 화려한 디저트가 만들어진다. <디저트리>의 디저트 코스는 일반적인 쇼케이스에 진열된 제과제품이 아니다. 서양코스요리의 에피타이저(전식), 메인(중식), 디저트(후식) 중 디저트 부분을 따로 떼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디저트리>의 디저트 코스는 ‘아뮤즈+메인+쁘티프흐’로 구성돼 있다. 전식 아뮤즈는 입맛을 돋우는 새콤한 맛이고 예술작품과도 같은 메인 메뉴는 7가지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마지막 후식 쁘티프흐는 입안을 개운하게 또는 임팩트있게 마무리해준다.
그가 즉석에서 만들어준 헤이즐넛 비스킷 위에 구운 바나나와 소금 캐러멜아이스크림을 올린 메인 디저트는 보는 순간 눈부터 황홀해진다. 입에 넣는 순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곧 행복한 느낌이 온몸에 퍼지는 기분이다.

행복한 마법에 걸리는 동화 속 달콤함
예술가처럼 디저트를 만드는 게 재밌기만 했던 유학시절과 달리 지금은 오너로서 경영적인 부분에 신경쓰는 것이 어렵다는 그의 얼굴에 잠깐 걱정이 스친다. 그러나 매장에 들어올 때부터 기분이 나빴던 고객의 일화를 전하면서 다시 표정이 환해진다. 들어오자마자 공간이 좁고 자리가 불편하다고 불평하며 메뉴도 보지 않고 아무거나 달라고 하는 고객. 그러나 끝까지 디저트 메뉴를 설명하고 아름다운 디저트를 선사한다. 맛을 본 고객의 표정이 점점 밝아진다. 고객은 디저트가 맛있다며 또 오고 싶다면서 매장을 나선다. 그의 디저트는 이렇게 화난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마법의 디저트다.
식사 후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 “바쁜 일상 가운데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순간 만큼은 잠깐의 여유와 기쁨을 주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하는 이 셰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행복을 느꼈으면 한다. 훗날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도 <디저트리>를 오픈해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이 이뤄질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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