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기계 ‘네일리’, 왜 안 쓰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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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기계 ‘네일리’, 왜 안 쓰나 했더니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6.03.18 17: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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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이 밥그릇 빼앗길까 거부”

참 궁금하다. 네일아트를 편하게 시술할 수 있는 기계가 나왔는데 생각보다 잘 안 팔린다. 확인해보니 네일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네일기계를 쓴다는 곳이 없다. 길게는 몇 시간씩 걸리는 작업을 순식간에 할 수 있는데 왜 안 쓰는 걸까? 도대체 왜 네일기계를 안 쓰는 것인지, 네일기계 제작업체와 네일협회에 그 이유를 물어봤다. 편집자 주


“상식적으로 안 쓸 이유 없어”

먼저 네일기계 제작업체를 찾아가봤다. 현재 네일기계를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업체는 금강테크다. 경기 광명시 하안동 아파트형 공장에 있는 중소기업이다.

금강테크 김찬회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네일기계 ‘네일리’를 만들게 됐다. 그가 운영하는 금강테크는 공작기계를 25년 정도 설계 및 생산해왔다. 그런데 4년 전에 네일리를 개발하는 분을 만나 인연을 맺었다고. 15억원 엔젤투자를 받아서 연구개발을 하다가 포기한 것을 김 대표가 이어받아 2년 전 생산에 성공했다.

김 대표가 직접 보여준 네일리는 실로 놀라운 기계였다. 네일아트를 하려는 손가락을 기계에 있는 홀더에 올려놓으면 채 1분이 되지 않아 결과물이 나온다. 손가락과 손톱이 모니터에 보이고, 네일아트가 그려지는 모습이 그대로 영상으로 나온다.

네일리의 장점은 빠른 속도만이 아니다. 사실상 무한대의 패턴을 창조하는 강력한 기능이 있다. 네일리 모니터 바탕화면을 보면 메뉴 6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눌러보니 주제별로 4000~5000개 패턴을 고를 수 있고 더 넣을 수도 있다. 네일 업계에서 쓰는 온갖 패턴이 모두 들어가 있는 셈이다.

네일리는 사람의 손으로 절대 그릴 수 없는 극미세 패턴이라도 단숨에 그려낸다. 보통 네일 아티스트가 패턴을 손톱에 그리려면 일정 기간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육시설에서 패턴을 배우고 연습을 한다. 패턴을 익혔더라도 고객의 손톱에 안정적으로 그리기까지는 경험이 쌓여야 한다. 그래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아티스트라도 소화할 수 있는 패턴의 숫자는 한계가 있다.

김 대표는 “아티스트가 단골 고객에게 새로운 패턴을 그려주고 싶어도 자신이 배우고 연습하지 않은 패턴은 구사할 수가 없다. 네일리는 패턴을 자유롭게 편집하고 추가할 수 있다. 또, 사진을 합성하고 편집해 넣기도 쉽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네일리에 달린 카메라로 기자가 입은 옷의 무늬를 찍더니 자유자재로 편집하기 시작했다. 무채색이었던 옷의 무늬가 알록달록한 무지개 빛으로 변하고, 갑자기 아름다운 나비 한 마리가 앉았다.

 

“기술자에서 진정한 아티스트로 가야”

김 대표는 네일기계가 언젠가는 폭 넓게 쓰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네일기계를 쓰는 아티스트와 그렇지 않은 아티스트는 경쟁력 차이가 확연하게 나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사진을 가져오거나 패턴 책을 보고 번호를 불러주면 갖가지 창작물을 금방 만들어낼 수 있다.

네일아트는 경쟁이 아주 치열한 시장이다. 적성에 맞는다면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네일아트숍 창업비용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아티스트가 많지 않았던 초창기는 서비스 요금이 지금보다 훨씬 비쌌기에 괜찮았지만, 이제는 시장이 커지는 속도보다 아티스트가 더 빨리 늘어나고 있다. 극소수의 잘 나가는 아티스트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경쟁자와 비슷한 요금을 받는다.

네일아트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고객들은 주로 예약을 하고 온다. 잘 되는 동네 네일숍이라고 해도 예약이 다 차면 손님을 더 받을 수 없다. 더구나 네일아트에 쓰는 잉크가 점점 발달하다보니 한 번 하고 나면 이전보다 손톱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금강테크 김 대표는 “네일 아티스트들이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꽤 많은 네일 아티스트들이 하루 종일 일하고도 수입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마르기 전의 네일 잉크를 하루 종일 색칠하면 건강에도 나쁘다. 네일 아티스트는 네일아트의 콘셉트를 창조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아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네일기계를 쓰면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대중화가 된다는 말이다. 사실 한국에서 네일아트 문화가 없었다. 동네 네일숍에서 아티스트의 능력은 손톱에 패턴을 그리는 동안 주부들과 얼마나 잘 대화하는가에 달려있다. 일부 주부들이 과시용으로 네일숍에 오는 경향이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러한 수요는 한계가 있다. 젊은 층이 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다. 네일아트를 생활화하려면 네일기계가 있는 숍이 좋다. 네일기계가 아티스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오해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의료기계를 일반인이 쓸 수 없듯이 네일기계도 네일 아티스트만이 콘셉트를 창조할 수 있다. 첨단 의료기계를 도입한 병원의 경쟁력이 뛰어나듯이 네일숍도 첨단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술 아닌 기술 가르치는 기득권이 문제”

그러나 네일업계 관계자들은 네일기계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네일 아티스트를 대변하는 한국핸드아트스타일링협회 관계자는 “네일 프린팅 기계를 사는 부담이 크다. 네일아트는 유행이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패턴을 손으로 그리거나 패턴을 붙이는 방법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네일아트를 처음에 배우고 유행에 따라 추가로 패턴을 배우고 익히는 비용이 네일기계보다 저렴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네일기계 판매가가 얼마인지 아는가라고 묻자 “정확한 가격은 모른다. 아주 비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네일 아티스트 양성기관을 대변하는 한국네일지식서비스협회 관계자는 “사실 기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입장에서 네일기계가 반갑지 않다. 학원이나 대학교육에 접목해야 하는데 (색칠 위주로 교육하는) 지금 틀 안에서 어렵다”며 좀 더 솔직한 답변을 줬다.

네일업계를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한국네일협회 관계자는 “네일기계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가장 대표적인 협회가 아닌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 미용 전문지 편집인은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네일업계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일아트를 가르치는 쪽에서 네일아트는 당연히 손으로 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배우는 쪽에서도 따라가게 된다”며 “기본적으로 큰 비용이 안 들어가고 깊이 있는 전문지식이 없어도 되니까 네일숍 창업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기계를 추가로 살만한 재정적, 정서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강테크는 해외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조만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서 시연회를 갖는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니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 외국은 편견이 없더라. 중국 2개 업체가 네일기계를 만들지만 우리가 더 뛰어나다. 네일기계의 확산은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일반화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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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2016-09-07 16:54:41
문제는 인쇄품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기계를 들여놓은 샵에서도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해 폐기처분하거나 중고로 되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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