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인더키친 <올리브앤팬트리> 김신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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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인더키친 <올리브앤팬트리> 김신 셰프
  • 관리자
  • 승인 2013.06.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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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셰프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가업을 물려받기 위한 수련의 과정으로 여겼던 요리 공부에 매력을 느끼면서 인생의 목표가 바뀌었다. 일본에서 프랑스로, 미국으로, 다시 한국으로. 세상은 넓고 흥미로운 요리도 많고 나라마다 주방의 풍경이 다르니 두루 겪으며 쌓은 풍성한 경험은 김신 셰프와  <올리브앤팬트리>의 신뢰를 높이게 됐다. 양식의 문화와 가치가 한국 시장에서 성숙 단계로 접어든 것이 가장 반갑다는 김신 셰프, 그가 들려주는 치열하고 유쾌한 주방 이야기.
글 김민정 부장  사진 박세웅 팀장

타고난 감각, 천부적인 재능
돌이켜보면 요리에 대한 감각이 있던 것 같다. 라면 한 개를 끓여도 김신 셰프의 요리법은 남달랐다. 물과 수프만 넣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를 뒤져 온갖 채소를 다 넣어보기도 하고, 달걀을 풀어 넣기도 하고, 달걀 한 개를 통째로 넣기도 하고. 매번 할 때마다 다른 요리법을 시도하는 김 셰프에게 삼촌들은 “라면 하나 끓이는데 왜 그렇게 어렵게 하냐”며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 삼촌들은 지금도 요리하는 저를 못마땅해 하시죠”라고 말하는 김 셰프는 ‘손맛’이라 일컫는 요리의 재능이 할머니에게서 온 것 같다고 한다. 기사식당을 운영하면서 한번에 20~30인분의 식사도 거뜬하게 마련하는 솜씨를 보였다. 오래 전에 다른 사람에게 넘겼지만 외할머니도 메밀국수로 유명한 <미진>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조모의 실력은 손자인 김 셰프에게로 내려온 것이다.

경영 수련의 과정으로 시작하다
디자인 공부를 하던 김 셰프에게 어느 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앞으로 가업을 물려받으려면 회사에 대해 알아야하지 않겠니?”.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식재료 전문 회사에서는 향신료를 다루던 부서가 있었다. 식재료도 향신료도 요리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아버지 말씀을 따랐다. 마침 일본에서 ‘아이언셰프’라는 쇼 형식의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흥미를 느끼던 참이었다. ‘음식은 예술이다’는 사카이 히로유키 셰프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은 김신 셰프는 그를 찾아 무사시노요리학교에서 양식을 공부하게 됐다.

일본은 현장 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선후배관계와 서열에 엄격했다. 입학해서 첫 수업시간에 들어가자마자 “니들은 ‘아이언셰프’ 보고 온 거지? 그 환상을 깨주마”로 시작했다. 책은 표지를 들춰보지도 못한 채 몽둥이를 들고 들어온 선배들에게서 욕을 듣고 위협만 받았다. 당시 외국인, 특히 한국인은 딱 두 명 뿐이어서 더욱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었다. 그나마 김 셰프는 중·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다녔기 때문에 영어는 물론 양식 예절에 관해 잘 알 거라고 여긴 선배와 강사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해 비교적 편하게 다닌 셈이라고.

“요리도 결국 문화니까 본토에서 서양식 예절을 자연스럽게 익힌 제가 더 유리하긴 했죠. 힘들기도 했지만 일본에서 양식이 문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안착한 배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일본에서의 경험과 다른 나라에서의 경험 덕분에 더 많은 걸 보고 배울 수 있었고요.”

식문화가 성숙할 때
IMF로 인해 집안의 사업이 기울어지면서 가업이냐 요리사냐 선택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 김신 셰프로서는 다행이었을까. 요리에 집중하게 된 그는 무사시노요리학교 재학 중 프랑스로 연수갈 기회를 얻었다. 프랑스의 주방 환경은 어떤지 직접 겪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왔는데, 불과 십여년 전이지만 지금과는 또 시장 상황이 달랐다. 국수가닥 같은 파스타 면만 접해본 대중들에게 펜네파스타를 ‘이태리 떡볶이’라고 알리는 상황에 김 셰프는 아직 자신이 뜻을 펼칠 여건이 아니란 판단을 했다.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 또 새로운 환경을 두루 겪어본 다음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한결 양식 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도가 높아져있었다. 지금이면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올리브앤팬트리>를 오픈하게 됐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오너셰프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요리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래 전에 선배의 와인바 오픈을 맡아서 진행한 적 있어요. 그 와인바에 9시쯤 기업의 중견 간부쯤 됨직한 남자 두 사람이 단골이었어요. 와인 한 병을 들고 오고, 가게의 와인도 한 병 주문해서 즐기다 가는 걸 보고 게이 아닌가 하고 오해했더랬죠. 그때까지는 볼 수 없던 생경한 풍경이었으니까요. 이제는 나이드신 분들도, 남자분들도, 와인과 양식을 좋아하고 즐기는 모습을 거리낌없이 내보입니다. 그 정도로 한국 시장도 성숙해진 거죠.”
시장이 성숙할 때 더 멋진 요리를 선보일 수 있고, 그렇게 식문화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진다. 김 셰프는 <올리브앤팬트리>와 함께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재료의 본질을 느끼다
김 셰프는 하반기에 할 일이 많다. 기업 케이터링 의뢰가 점점 늘고 있고, <올리브앤팬트리>의 새 프로젝트도 구체화되고 있다. 타인을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방송 출연도 고려하고 있고, 18년 간의 경험을 에세이로 엮을 계획도 있다.
“어머니가 주방에서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 등만 보는 제 입장에서는 척척척 해내시니까 별 거 아니라고 여기잖아요. 막상 도마와 개수통을 보면 전쟁이죠. 주방은 그렇게 다 보이지만 또한 안 보이는 육방면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처럼 깔끔하지도 않지만 더럽지도 않은, ‘당신들은 모르는 공간’을 얘기하고 싶어요.”

<올리브앤팬트리>의 주방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제철 식재료. 제철 식재료는 영양가도 풍부하지만 재료 본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김 셰프는 한창 제철인 주꾸미를 이용한  ‘쭈꾸미파스타’를  소개했다. 주꾸미는 불포화 지방산과 DHA를 함유하고 있어 담석용해, 간장의 해독기능 강화, 혈중콜레스트롤치 감소, 혈압정상화, 당뇨병 예방과 시력회복 및 근육의 피로 회복등에 좋은 타우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지방이 매우 적어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주꾸미의 야들야들한 식감과 고소한 맛, 파프리카의 단 맛, 마늘의 쌉싸름한 맛, 앙증맞은 재첩의 향이 어우러진 ‘쭈꾸미파스타’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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