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생’이 된 프랜차이즈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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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생’이 된 프랜차이즈 열전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6.01.29 0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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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용어로 보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원작과 TV드라마의 대성공에 힘입어 현재 속편이 연재되고 있는 웹툰 ‘미생’의 열기가 뜨겁다. 정규직이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는 비정규직의 아픔을 전작에서 잘 그려냈다면, 2편에서는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고충을 그리고 있다.

웹툰 미생은 완생을 꿈꾸는 미생들의 이야기를 담아 대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작은 가맹본부를 차리고 갖은 고생 끝에 성장한 이야기는 언제나 관심을 모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미생에서 완생이 되는 경우는 언제나 소수이기 때문이다. 완생이 되는데 성공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남다른 전략을 바둑 용어로 풀이해봤다.

 

□화점(花点)
→세력과 실리의 균형을 취할 때 놓는 점이다. 바둑판에 있는 9개의 점을 말하나, 보통 대국에 들어가서 화점에 ‘착수했다’고 하면 귀퉁이의 화점을 차지했음을 뜻한다. 접바둑을 할 때 하수 측에서 화점에 돌을 놓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화점이라는 말은 옛날 바둑판에 꽃무늬를 그려놓았기 때문에 나왔다고 한다.

→사례 <또봉이통닭>
부침이 심한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실리와 균형을 취해 성공한 사례로 <또봉이통닭>을 들 수 있다. <또봉이통닭>이 빠른 기간에 가맹점 500개를 돌파한 비결은 철저하게 실리와 균형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또봉이통닭>은 창업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인 비용 문제를 해결했다. 조그만 분식집을 하더라도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걸 감안하면 <또봉이통닭>은 33㎡(10평) 기본형인 경우에는 가게 보증금을 제외하고 2000만 원 정도면 매장을 오픈할 수 있게끔 매뉴얼을 제시한다. 그래서 신규 창업은 물론이고 기존의 장사를 접고 <또봉이통닭>으로 리뉴얼 오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좋은 입지가 아니더라도, 창업자금이 여유롭지 않더라도, 실패 확률이 적은 안정적인 창업을 할 수 있기에 <또봉이통닭>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정석(定石)
→친숙한 바둑 용어라 긴 설명이 필요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정석을 곧잘 무시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바둑에서도 돌을 어떻게든 놓더라도 자신에게 적절하다면 별 상관은 없다. 그래도 그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되어 있기에 서로가 그 방법으로 두게 되었고, 정석으로 굳어진 것이다.

→사례 <김가네>
김밥집 프랜차이즈의 대명사 <김가네>도 커다란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른바 ‘천원김밥’이 맹위를 떨쳤다. 그때 <김가네>까지 저가 흐름에 뛰어들었다면 지금쯤 국내 김밥 프랜차이즈 시장은 공멸하고 없을지도 모른다.

<김가네> 김용만 회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우리 브랜드만 값이 비싸다고 하니 사실 고민이 깊었습니다. 결론은 똑같이 가면 성공하기 어렵다였습니다. 우리만의 맛과 품질을 지키면, 반드시 고객도 인정하고 알아 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브랜드 품격을 더 높이고자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요.”


□사활(死活)
→말 그대로 돌의 삶과 죽음을 이르는 말이다. 바둑에서 ‘사활 문제’란 어떻게 둬야 내 돌이 살아나고 상대방 돌을 죽일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분야다. 우리는 사활이 걸려 있다는 표현을 일상에서도 자주 쓴다.

→사례 <큰맘할매순대>
권익현 대표는 <큰맘할매순대국>을 하기 전까지 딱 7개의 사업을 실패했다. <큰맘할매순대국>은 7번 넘어진 다음에 일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권 대표는 순댓국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활을 걸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생각했다. 순댓국을 끓이면서 손님들과 함께 희망의 군불을 지피고자 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가게가 살아났다. 10개 있는 테이블이 하루 40회전을 했다. 7전 8기 끝에 얻은 ‘대박’이었다.


□승부수(勝負手)
→바둑에서 승부를 가르고자 두는 회심의 한 수를 말한다. 보통 불리한 측이 승부수를 띄워서 역전을 노린다. 승부수를 띄워 판을 흔들어야 형세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 <설빙>
빙수는 대표적인 여성창업 아이템이지만 많이 뛰어드는 만큼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다. 정선희 대표는 코리안 디저트 카페라는 전혀 다른 개념을 시장에 제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설빙>이 있기 전까지 기존 빙수는 얼음을 갈아서 팥을 얹는 모양이었다. <설빙>은 우유 얼음을 갈아서 새로운 빙질을 창조하고 팥이 아닌 콩가루를 올렸다. 지금은 많은 브랜드가 따라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혁신이었다.

 

□신수(神手)
→우리는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바둑 기사들은 아무도 생각하기 어려운 돌을 놓고는 나중에 자신도 모르게 생각이 났다고 답하곤 한다. 인력으로 놓은 돌이라기 보다는, 신의 뜻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 결승타를 때려 일본의 승리를 이끈 스즈키 이치로는 “그 순간 내 몸이 움직였다. 내게 승리의 신이 들어왔던 모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례 <굽네치킨>
프랜차이즈 창업시장에서 구운 치킨은 사실 아주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다. 기름에 튀긴 닭고기가 몸에 나쁘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강조되면서 꾸준히 성장했지만 ‘대세’까지는 아니었고 <굽네치킨> 역시 구운치킨 브랜드 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굽네치킨>의 신의 한 수는 당대 최고의 걸그룹으로 떠오르던 소녀시대와의 전속광고 계약이다. 당장 2008년 매출이 전년보다 131% 올랐고 이후에도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그렇게 <굽네치킨>은 구운치킨의 ‘본좌’가 됐다.


□환격(還擊)
→대반격을 펼친다는 뜻이다. 바둑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돌 하나를 잡게 놓은 뒤에 바로 그 자리에 다시 놓아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이다.

→사례 <맘스터치>
<맘스터치>는 2004년 정현식 대표가 맡기 전까지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를 물리칠 별다른 장점이 없었다.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 대표는 과감하게 주요 상권을 포기했다. 목 좋은 곳은 이미 경쟁업체가 들어와 있었다. 1급지 상권은 임대료와 인건비가 비싸고, 마케팅에도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므로 가맹점주의 투자 금액도 크다. 반면 <맘스터치>는 동네 상권을 공략했다. 대형 업체가 들어가지 않은 작은 틈새시장을 주목한 것이다.

이제 가맹점 700개를 돌파한 <맘스터치>는 경쟁 업체가 선점한 중심상권으로 진군을 시작했다. 외곽을 장악한 다음 강한 상대의 종심을 허무는 대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천원(天元)
→바둑판 중앙의 화점을 가리키며 ‘하늘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현대 바둑에서 천원은 상대의 흉내바둑을 무너트리는 착점이다. 1980년 제15기 왕위전 도전 7번기. 초반 싸움에서 열세였던 서봉수가 조훈현을 상대로 초반 착수를 그대로 따라하는 흉내바둑으로 타이틀을 탈환한다. 이후 1998년 명인전에서 강훈이 이창호를 상대로 흉내바둑을 시도했다. 천재기사 이창호는 천원을 취하는 방법으로 가볍게 탈출해 버리고 그 판을 승리했다.

→사례 <투다리>
가맹점 1600개가 넘는 <투다리>는 한국 프랜차이즈 역사의 중심을 차지한 큰 별이다. 대한민국 성인남녀라면 <투다리>에서 술 한 잔 마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국내에 프랜차이즈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던 지난 1987년, 꼬치구이 주점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현재 20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투다리>를 창립한 김진학 회장은 업계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입신(入神)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뜻이다. 체스의 최강자는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지만 바둑에서 컴퓨터는 사람을 넘지 못한다. 바둑 애호가들은 바둑에서 최강자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기 때문이라며 웃는다. 바둑에서 9단이 되면 입신이라 하여 신의 경지에 올랐음을 인정한다.

→사례 <크린토피아>
“이제 애플이 전화기를 재발명한다.” 2007년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했던 ‘세기의 명언’이다. 이날 발표회 참석자들은, 말 그대로 무엇을 상상했건 간에 그 이상의 것을 접하고는 전율에 휩싸였다. 이런 점에서, 미국에 애플이 있다면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에는 <크린토피아>가 있다. 2300개가 넘는 점포에 80% 이상의 시장점유율. 기존 세탁소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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