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왜 굽혀? 세면대가 올라오면 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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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왜 굽혀? 세면대가 올라오면 되는걸!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5.06.02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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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디시스템 높낮이 세면대
▲ (주)유디시스템 높낮이 세면대 ⓒ 사진 황윤선 기자

세면대가 알아서 높이를 맞춰준다면 얼마나 편리할까요. 말도 안 된다고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너무 비싸서 보급이 어려울 거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유디시스템의 제품을 만나보면 생각이 달라질 걸요.

높이가 조절되는 세면대, 있다? 없다?
서울 성북동에 사는 구보(34) 씨는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세면대를 외면하고 욕조에서 샤워기를 들고 얼굴을 닦습니다. 생각해보니 세면대를 언제 사용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요.
구 씨가 세면대랑 안 친한 이유는 그의 긴 허리 때문입니다. 키 184㎝에 앉은키 101㎝로, 대략 좋지 아니한 비율을 자랑하는 그에게 집에 있는 세면대는 너무 낮아서 불편해요.

한편, 구 씨의 여식 구순(4) 양은 의외로 세면대를 자주 사용합니다. 목욕의자를 딛고 올라서면 그런대로 세면대하고 거리가 맞춰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목욕의자 위에 서 있는 구 양을 보면 상당히 위험해 보입니다. 불편해 보이는 건 물론이고요. 자칫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의자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휴! 그 다음 벌어질 일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군요.

유디시스템은 구보 씨네 가족처럼 맞춤형 세면대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여러 가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왜 세면대와 싱크대는 가만히 있고,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의자를 밟고 올라서야 하나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회사에요. 세면대랑 싱크대가 움직여주면, 다리가 불편한 장애우들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거 아녜요?

그래서 장애우들의 인권이 잘 보장돼 있는 유럽 쪽을 살펴봤대요. 그랬더니 모터로 움직이는 세면대랑 싱크대가 있는 거예요. 좋긴 한데, 값이 좀 비싸고, 무겁고, 고장이 잘 나고, 시끄럽고, 전기선을 꽂아야하고, 다른 세면대 및 싱크대와 모양이 다르거나 하는 단점들이 있었대요.
“그렇다면, 전기 모터 없이 수압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수돗물의 힘으로 높낮이가 조절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앞에서 말한 전기 방식의 단점들이 한 방에 해결되잖아요. 수압으로 움직이면 모터가 필요 없고, 전기 쓸 일도 없으니까요.

수압 실린더 개발해 특허 출원
이때부터 유디시스템은 물의 힘으로 움직이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부지런하게 노력했습니다. 경기 부천시에 있는 공터에다가 수돗물을 끌어와서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연구했다고 하네요. 그런 고생 끝에 간단하고 튼튼한 구조의 수압 실린더를 결국 만들어 냈어요. 한국, 미국, 중국에 특허도 받았습니다.

그럼 어디 한 번 유디시스템의 높낮이 세면대를 한번 작동해 볼까요. 와! 정말 놀라운데요. 수도꼭지 옆에 있는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옮기면 내려가고, 왼쪽으로 옮기면 올라갑니다. 각자 원하는 높이가 되면 손잡이를 가운데에 두면 돼요. 정말 놀라운 세상이네요.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유명한 SF소설 작가 아서 클라크라는 분이 “아주 훌륭한 기술은 마술하고 구분하기 어렵다”고 했다는데,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인가 봅니다.

유디시스템의 높낮이 제품에 들어가는 수압 실린더는 알고 보면 되게 간단한 구조입니다. 건설장비 기계를 움직이는 유압 실린더를 응용했는데요, 기름 대신 물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겁니다. 물이 실린더에 차면서 세면대를 밀어 올리는데 100㎏의 압력에도 버틴다고 하네요. 구조가 간결하니까 수명도 반영구적이라 10만 번을 왔다갔다 해봤는데 멀쩡했답니다.

▲ 유디시스템의 최재우(왼쪽), 전영환 대표 ⓒ 사진 황윤선 기자

분양가 상한제로 타격, 해외진출 타진
유디시스템 제품이 워낙 획기적이다 보니 한 때는 회사가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아파트 단지 3만여 가구에 유디시스템 제품이 깔려있어요. 그런데 정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유디시스템에 위기가 닥쳤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란, 아파트 지을 때 얼마 이상 값을 받고 팔면 안 된다는 제도거든요. 분양가 상한제가 시작되니까 건설회사들이 유디시스템 제품 가격이 상당히 비쌀 거라고 생각하고는 관심을 끊어버렸어요. 당시 유디시스템의 회사 이름이 ‘높낮이’였는데요, 높낮이는 결국 폐업을 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유디시스템을 경영하고 있는 전영환, 최재후 공동대표는 높낮이 회사의 폐업이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두 분은 금융권에서 오래 일했고, 높낮이를 세울 때 투자 자문을 해준 인연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유디시스템을 직접 운영하기로 결심한 거에요. 두 분은 높낮이 세면대와 싱크대를 외국에 팔아야겠다고 생각하고 회사 이름을 유디시스템으로 정했습니다. 유디시스템에서 유(U)와 디(D)는 영어로 올라간다, 내려간다는 뜻의 업, 다운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유디시스템의 전영환, 최재후 대표님들은 요즘 중국시장에 진출하려고 열심히 뛰고 있어요. 두 분은 “중국 아파트는 내부 시설을 하지 않고 분양했는데, 최근에는 한국을 따라하는지 내장을 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면서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아파트를 공략하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현지 바이어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쪼록 유디시스템의 사업이 잘 되시기를 기원해 봅니다.

제품문의 010-249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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