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노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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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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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5.0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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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프유노
유희영의 주방에서 벌어지는 즐거운 요리전쟁
<유노추보> 유희영 셰프의 발사믹소스

유희영 셰프는 5월 중 나올 새로운 저서의 교정에 열중하고 있었다. 세 번째 내는 책이지만 낼 때마다 할 말이 많고 들려주고 싶은 얘기도 많고 알려주고 싶은 요리 방법도 많다. 물론 책만 본다고 유 셰프와 똑같이 요리를 만들어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독자들은 그가 전하고자 하는 요리철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유 셰프는 가로수길에 <유노추보>를 오픈하여 성공을 거둔 후 이어 <유노추보스시>까지 오픈, 운영하고 있다. 3개월째 쉬지도 못했지만 고단함보다는 가족에게 미안함이 앞선다는 유 셰프는 그럼에도 아직 휴식을 가질 때가 아니라고 한다. 의욕 넘치는 그의 요리, <유노추보>, 그리고 그가 아끼는 발사믹소스와 스시 이야기.

글/김민정 부장 사진/양문숙 팀장

미래의 유망직종
젊은 일식 셰프 중 가장  명성이 높은 유희영 셰프가 직업을 정하게 된 동기는 엉뚱했다. 고등학교 졸업한 시기와 아버지 사업이 기울어진 시기가 겹치면서 시골 내려가서 농사짓자는 제안이 너무나도 싫었다. 서울에서 사업하겠다고 큰소리치자 아버지는 사업계획서를 쓰면 자금을 대주겠노라고 하셨다. 배포 크기로는 부전자전인 셈. 이십년전 별 정보가 없을 때 스무살 짜리의 머리에서 나온 창업아이템은 단순했다. ‘독서실’. 그런데 아버지는 별말씀없이 정말 경희대 앞에 크게 독서실을 차려주고 당신은 시골에 농사지으러 내려가셨다. 한동안은 독서실 총무로 편하게 지냈는데, 딱 3개월만에 그 생활이 진저리쳐졌다. 그때 눈에 띈 것이 신문에 난 ‘미·일 청소년 유망직종’. 요리사가 10위권인 걸 보고 ‘그럼 한국도 십년안에 요리사가 뜬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동생들 챙기고 아버지 술국까지 만든 솜씨라면 해볼만하다 싶었다. 자격증 따면 독서실을 팔아서 식당을 차리면 되겠는데, 독서실 시세가 딱 일식집 하나 차리면 될 정도였다. 그래서 일식을 택하게 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셰프가 직접 만들어주세요
<유노추보>를 오픈하여 명실상부한 ‘오너셰프’가 된 것이 2008년이었다. <유노추보>는 일본어로 유희영 셰프의 주방이라는 뜻이다. ‘재패니즈퓨전요리의 대가’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가진 유희영 셰프의 손끝에서 나온 경이로운 요리들은 보기에도 황홀하고 맛을 보면 더욱 잊을 수 없게 된다. <유노추보>는 돈부리, 라멘 등 평범한 일식을 유 셰프만의 해석으로 창작하여 고객들에게 내놓는다.  고소하고 담백하면서 살짝 단 뒷맛까지 느껴지는 돈코츠라멘, 튀긴 두부와 매콤한 소스, 아삭한 생양파의 조화가 기막힌 아게도후동 등이 매우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독특하면서 맛이 일품인 <유노추보>의 요리를 먹기 위해 들른 고객들로 점심시간 내내 북적인다. 가게 운영에도 자신감이 생긴 유 셰프는 좀 더 전문적인 일식에 집중하고 싶어 반대편에 스시 전문 <유노추보스시>를 오픈했다. <유노추보>에도 스시 메뉴는 있었지만 원하는 고객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주방을 분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유노추보>는 주로 뜨거운 요리들을 하기 때문에 열기와 습기가 많아 차가운 요리인 스시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 <유노추보스시>는 스시와 사시미를 비롯한 찬 요리들을 주로 선보인다. 아게도후와 조갯살, 항정살호우바야끼 등이 인기지만 가장 많이 찾는 요리는 역시 ‘유 셰프가 직접 만든 스시’다.

가맹점도 고민 중
유희영 셰프가 발간 준비 중인 책은 <특급셰프 유희영의 COOK BOOK 2>이다. <오너셰프레시피>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초밥용 밥을 지을 때의 요령 같은 기본적이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레시피도 소개한다.
“초밥의 밥은 꼭 된밥이라야 할 필요가 없어요. 질지만 않으면 됩니다. 쌀은 살살 씻어주고 영상과 영하에 따른 온도를 맞춰줄 필요는 있어요. 반면 돈부리나 지라시의 밥은 찰지지 않으면서도 윤기나는 상태라야 합니다. 압력솥으로도 충분히 지을 수 있지요.”
<유노추보>와 <유노추보스시>의 성공적인 운영은 유 셰프에게 더 큰 사업계획의 꿈을 가져다줬다. 대기업에서 함께 사업해보자는 제의도 받았고, 외국으로 소스를 수출하자는 제의도 있었다. 그러나 유 셰프는 그런 복잡하고 거대한 계획보다 지금 일에 충실하고 싶다. 다만 가맹점 문의를 해오는 창업자에게는 <유노추보>의 라멘과 돈부리 등 가벼운 메뉴로 분점을 내주고 싶은 생각이 있다. <유노추보>의 맛으로 창업할 의지가 있다면 바로 유 셰프에게 연락을!

요리는 마음으로 만든다
유희영 셰프에게 요리는 일상이고 삶이다. 몇 년전까지도 그는 ‘요리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요리로 자신의 내실을 다져야겠다는 생각이다. 요리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고 영혼을 발견하는 동시에 ‘오너셰프’로서의 한계에도 도전하는 것이다. 요리만 하던 사람은 막상 식당 운영을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겠다는 결심이다. 그러기 위해 그가 포기한 것들도 많다. 매일 새벽 3시에 집에 들어가면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도 힘들어졌다. 어느 날 아내가 “모 개그우먼이 그렇게 커리어를 쌓을 때는 가족의 희생이 뒤따랐겠지”라는 문자를 보내와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다. 집에 들어가 “우리 다 엎고 설렁탕집이나 할까”라고 대화를 나누며 다시 한번 가족의 애정을 확인하기도 했다.
유 셰프는 힘들고 지칠 때마다 자신만의 셰프복에 달린 단추를 다시 본다. 두 개의 큼직한 주황색 단추에는 의미가 있다. 하나는 유 셰프의 심장, 하나는 고객의 심장이다. 요리는 마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유희영 셰프의 각오는 날마다 새롭다.

매혹적인 향과 맛, 발사믹소스를 찬양하라
유희영 셰프는 아끼는 식재료로 ‘발사믹소스’를 꼽았다. 발사믹소스는 식재료 자체라고 얘기하긴 어렵다. 그러나 발사믹식초, 올리브유, 레몬즙 등의 식재료들을 이용해 만든 이 소스가 각기 다른 식재료들을 얼마나 아름다운 어울림으로 만들어주는지 확인하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 샐러드를 풍성하게 해주는 감칠맛 나는 드레싱으로서, 또한 빵이나 채소에 뿌려 상상력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소스로서 발사믹소스는 알면 알수록 매혹적이다.
유희영 셰프는 발사믹소스를 이용해 참치타다끼와 광어카르파쵸를 준비했다. 신선한 참치를 겉만 살짝 익힌 참치타다끼와 발사믹소스, 그리고 새싹채소는 부드럽고 담백하면서도 상큼한 뒷맛이 황홀하다. 광어카르파쵸는 와사비드레싱을 깐 광어회와 발사믹소스를 뿌린 루꼴라의 궁합이 환상적이다. 와사비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전혀 부담없고 오히려 부드러워 광어회의 신선함이 돋보인다. 또한 향긋하고 살짝 쓴맛의 루꼴라와 달콤새콤한 발사믹소스는 마지막으로 목구멍 안으로 넘어갈 때까지 시원하고 상큼하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유 셰프만의 창작요리는 여전히 무궁한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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