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음악(BGM)이 식사를 완성한다
상태바
배경음악(BGM)이 식사를 완성한다
  • 외식경영학 박사 박진우
  • 승인 2024.03.28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식경영 노하우

음식에 대한 반응은 혀나 코가 아니라 뇌에서 결정되는데 음식 맛 그 자체 외에도 씹는 소리, 함께 먹는 사람의 유무, 심지어는 배경음악의 높낮이와 빠르기 등 다양한 자극원에 의해 작용한다. 맛을 음미하는 것은 다양한 감각이 얽혀있는 복잡한 과학적 행위다. 이번 호에서는 배경음악과 음식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맛은 오감의 영역
많은 연구를 통해 ‘맛은 오감에 의해서 완성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오감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일컫는다. 『왜 맛있을까』의 저자 찰스 스펜스는 “오감은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한다. 단지 그 중 시각의 영향력은 가장 클 뿐이다”고 언급했다. 맛에 대한 오감의 비중은 시각이 87%, 청각이 7%, 촉각이 3%, 후각이 2%, 미각이 1%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맛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시각이며, 다음으로는 청각이다. 맛은 객관적인 사실과 주관적인 사실의 조합에서 완성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여기서 질문할 수 있다. ‘그러면 시각적인 정보(음식의 모양, 담음새, 플레이팅 등)만 관리하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뇌의 구조가 설명해 준다. 청각은 뇌의 대뇌변연계(limbic system/ 신경전달과 정보처리, 감정 조절, 운동 제어, 학습과 기억을 담당)가 담당하는데 뇌의 원초적인 부분과 직접 연결되어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눈은 대뇌 변연계와 가장 먼 쪽에 위치하고 있어 정서보다는 객관적 사실에 주목한다.

따라서 시각은 균형과 질서, 객관적 사실이라는 측면성이 강하고, 눈은 정서와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객관성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또 후각인 냄새와 미각인 맛은 원시적인 감각으로 뇌의 관점에서 보면 후각과 미각이 대뇌피질에 이르는 감각은 총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맛은 시각과 청각이 우위에 있으며 후각과 미각은 시각과 청각에 비해서 열등하다. 그럼에도 맛은 오감으로 완성된다는 말은 사실이다.


청각, 배경음악이 중요한 이유
음악은 귀로 듣고 판단하는 청각의 영역이다. 또 청각은 감정의 영역이며, 정서의 영역이다. 음악은 다양한 기능을 한다. 사람을 흥분시키기도 하고, 이완시키기도 하며 슬프게도 기쁘게도 한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배경음악(OST)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주요 장면에서 배경음악은 감정을 정점에 치 닿게 만든다.

음악이 감정의 영역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정과 깊숙이 닿아 있다. 귀로 듣는 음악이 식사를 완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이유다. 청각(음악)은 주관적이고, 감정의 영역이며, 4가지 감각은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영역이다.

식당에서 음악은 BGM(Back Ground Music, 배경음악)은 어떤 역할을 할까?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자. 

 

브리티시 에어웨이(British Airway)의 배경음악과 케이크 맛에 대한 연구
2011년, 유명 셰프 블루멘탈과 영국의 항공사인 브리티시 에어웨이가 ‘배경음악과 음식 맛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고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는 인도풍의 음악을 들려주고, 또 한 그룹에는 이탈리아 오페라 음악을 들려주었다. 두 그룹에는 동일한 케이크가 제공되었다.

두 그룹이 느낀 맛의 차이는 어땠을까? 인도풍의 음악을 들으면서 케이크를 먹은 그룹은 케이크가 부드럽고 촉촉하였으나 크림이 부족한 느낌이었다고 언급했고, 이탈리아 오페라 음악을 들으면서 케이크를 먹은 그룹은 크림이 훨씬 더 풍부하게 느껴졌다고 언급했다. 같은 음식도 듣는 음악에 따라 차이가 남을 밝힌 연구다.

플로리다 대학교(University of South Florida)의 디파얀 비스와스(Dipayan Biswas)박사는 카페 음악의 연구에서 음악의 볼륨이 55데시벨 미만이면 음식을 선택할 때 더 신중하고 좋은 음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볼륨이 70데시벨 이상이면 달거나 기름진 음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했다.

또 높은 볼륨의 음악은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불안하게 만들며 더 많은 설탕, 소금, 지방이 함유된 음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했다. 이는 찰스 스펜스(Charles Spence)의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찰스 스펜스는 음악의 높은 음은 단맛을 높이고, 낮은 음악은 쓴맛을 더 많이 느끼게 한다고 했다. 

 

음악 속도에 따른 메뉴 선택
음악의 속도는 음식을 먹는 속도와도 연관되어 있다.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으면 음식을 좀 더 빠르게 섭취하고, 클래식이나 재즈와 같은 음악은 음식 먹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카페와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클래식과 재즈를 틀어 놓는 이유이며, 패스트푸드와 비스트로에서 빠른 템포의 음악을 트는 이유이기도 하다.

음악은 또 구매 금액과도 연관되어 있다. 클래식과 재즈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면 풍부하고 우아한 감정을 선사해서 더 좋은 요리, 더 비싼 요리를 주문하는 등 구매력이 크게 증가한다. 빠른 음악은 이와 반대로 해석하면 된다.

 

우리 음식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
음식의 맛은 주변 환경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은 이와 같은 연구에 의해서 밝혀졌다. 제공되는 음식과 잘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선택하면 같은 음식이라도 더 맛있게 느낄 수 있고, 좋은 배경음악을 선택하면 부족한 음식을 완성해 줄 수도 있다. 또한 배경음악은 음식점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만들고 콘셉트를 완성하는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음악은 발라드, 댄스, 랩, R&B, 록과 메탈, 재즈, 클래식, 로큰롤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가 있다. 장르의 무궁무진함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KBS-N 채널의 ‘20세기 히트송’이다. 8090의 음악 장르를 색다르게 해석하여 창출하고 결합하여 새로운 장르를 보여준다.

장르의 다양함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장르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은 사람의 감정이 다양함을 의미한다. 음식과 음식점의 콘셉트도 다양하다. 또 음식과 음식점이 추구하는 방향성도 모두 다르다. 우리 음식점이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어떤 고객들을 주 고객으로 생각하는지, 어떤 분위기를 연출하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음악을 선택해야 한다.

음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우리의 주 고객층, 고객들이 지출하는 비용, 모임의 목적, 음식의 카테고리, 테이블 회전속도 등 운영, 음식점의 이미지 등이다. 정답은 없다. 다만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여 배경음악을 선택해야 하고, 선택된 배경음악은 우리 음식점의 이미지와 콘셉트에 부합해야 한다. (가사가 있는 음악은 대화를 방해한다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

 

 

 

 

외식경영학 박사 박진우  『골목식당 우문현답』, 『외식경영노하우』, 『직장인 레시피』 등의 외식경영 관련 저서를 펴낸 박진우 박사는 현재 외식기업 대표로 근무하고 있다. 외식업은 가슴으로 하는 사업이며, 구성원들의 조직문화와 외식의 기본인 QSC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외식업에 한가지라도 기여를 하고 죽자는 생각으로 외식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외식기업을 운영하고, 외식관련 글을 쓰고 있다. ‘외식 좀 하는 남자’가 되고자 한다고 한다.   e-mail jinair21@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jinair21 

 


*CEO스터디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