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수대로 1인 1주문입니다
상태바
인원수대로 1인 1주문입니다
  • 외식경영학 박사 박진우
  • 승인 2023.11.24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식경영 노하우

장사가 안되는 이유는 외부의 탓도 있지만 대부분 내부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이것은 진리다. 내부를 돌아보지 않고,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음식점. 그 결과는 뻔하다. 손님들이 와서 편하게 주문하고, 고객의 취향대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장사의 기본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상대방에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음식점이 되면 어떨까.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이미지 ⓒ www.iclickart.co.kr

 


먼 길을 끌어당기는 매력, 메뉴
여행을 이유 삼아 먹을 것을 찾아 나섰다. 아니다. 이색적인 메뉴를 먹기 위해서 여행을 도구로 삼았다. 서울에서 250km, 3시간 넘게 걸리는 시간, 그 노고는 물어 말할 것이 없다. 음식 하나가 궁금해서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 아니 왕복으로 치면 6시간 이상을 소비하는 것이니 예사로운 투자는 아니다.

음식을 업(業)으로 하고 있으니 궁금한 음식이 생기면 시간과 경제적 수고를 감수하는 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멀리 안동 길에 올랐다. 안동에는 ‘간고등어’가 유명하다. 지역 유명 산물을 이탈리안 메뉴인 파스타와 결합했다고 하니 궁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간고등어와 파스타와의 만남.

이야말로 이(異) 업종 간의 결합이요, 하이브리드(hybrid)의 정수라 말할 수 있다. 또한 지역 곳곳에서 불고 있는 로칼리즘(localism)의 정점이라 하겠다. 기대는 높아졌다.


‘여기 1인 1메뉴야’
도착 이후 '괜찮아지겠지' 라던 몸에 더 큰 이상이 생겼다. 장염과 탈수증상이 심하게 오기 시작했다. 몸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고등어 파스타’라는 한 가지 때문에 길을 재촉했으니 꼭 가보고 싶었다. 일행은 2명, 나는 비주얼만 보고, 맛은 일행에게 넘기려 했다. 2명이 ‘고등어 파스타’ 하나를 시키고(사장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 6,000원 하는 맥주를 시켰다.) 맥주를 추가했다.

서빙을 담당하던 아르바이트가 “여기는 1인 1메뉴에요”라고 대답한다. 하나를 더 시키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사정을 간략하게 말했다. “장염이 심해졌고, 탈수증상이 생겼다. 그래서 메뉴 대신 맥주를 하나 더 시킨거다”라고 하지만 아르바이트하는 자신은 권한이 없고, “사장님에게 물어보겠다”고 하면서 자리를 떴다.

1분여 만에 나타난 아르바이트는 내게 “그래도 1인 1주문이니 크기가 작은 메뉴 하나라도 시켜야 한다”고 했다(사장의 의견일 것이다). 더 이상 논쟁하고 싶지 않았다(장사를 하는 사장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여럿이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메뉴는 조금 시키는 얄미운 고객들, 그것에 이력이 났을 것이다).

배가 아프다고 했고, 탈수증상이 심해서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마시지 않을 맥주까지 추가했는데 ‘너는 아파도, 여긴 1인 1메뉴야’ 라는 그 사장의 야속한 마음에 그냥 자리를 일어나서 나와 버렸다. 즉문즉답은 강했고, 현문우답(현명하게 묻고, 어리석게 답함)은 야속했다. 

 

고객의 입장과 취향을 고려하는 음식점 
‘이러한 고객이 어디 나뿐이었을까?’, ‘아파도 먹어야 한다는 논리는 어떻게 해석할까?’, ‘나라면 그렇게 판매를 했을 것 같은데’, 사장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자리를 떠야겠다고 단 1초 만에 결정했다. 한 명의 고객이, 한 명의 불편한 고객이 미칠 파장은 크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의 상황을 전혀 헤아리지 않고 장사를 한다는 데 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아무리 유명한 셰프가 있어도 장사가 안되거나 망하는 것은 고객의 니즈를 읽지 못해서다.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장사가 흥할 수 없다. 배 아파서 밥을 못 먹겠다는 고객, 그것도 미안해서 다른 음료로 주문한 고객에게 그리 야박하게 구는 ‘장사의 마인드’가 성공하면 이상한 것이다.

먹는 양이 작아 3명이 와서 2개를 시킬 수 있고, 양이 많아 3명이 와서 4개를 시킬 수도 있다. 3명이 4개를 시키는 것은 되고, 3명이 2개를 시키는 것은 왜 안되는지 궁금하다. 양이 적어서 적게 시킬 수도, 양이 많아 더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더러는 돈이 부족해서 하나씩 못 시키는 경우도 있고, 나처럼 몸이 좋지 못해 못 시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 작은 배려 하나 헤아리지 못하면서 음식 장사를 하면 안 된다. 


음식점, 외식업 그리고 장사
이 음식점은 잡지를 통해서 보았다. 잡지를 통해서 본 음식점은 매력적이었다. 매력은 왕복 6시간을 투자하기에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고, 먼 길을 갔다. 사장이 내 사정이야 알 수 없었겠지만 사장은 ‘배 아프면 오지 말든지’라고 생각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장사를 왜 저렇게 하지’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잡지광고나 홍보는 오히려 ‘나 이렇게 장사하는 사람이야’라는 말로 대변될 수 있다.

차라리 홍보를 안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구석구석 돌아보면 이런 음식점들이 많다. 개인 업장이든 프랜차이즈 업장이든 이런 음식점은 흥할 리가 없다. 그리고 장사가 안되는 이유를 경제 사정을 빌리거나, 프랜차이즈 본사를 탓한다. 내 잘못은 없고 남의 잘못만 있는 것이다.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나올 때 한번 언급을 할까 싶다가 그냥 나왔다. 사람이나 마인드나 바뀌기는 쉽지 않다. 사장의 마인드는 음식점으로 전이된다. 괜한 오지랖으로 서로가 불편해지는 것은 더 좋지 않기 때문에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다시 갈 일은 없을 것이다.

‘고객의 입장을 생각하고, 고객의 상황을 이해하고, 고객의 취향을 존중하는 세심한 배려가 있다’면 어찌 성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심한 배려가 있는 문화로, 우리 모두의 음식점이 흥할 날을 기대해본다. 

 

 

외식경영학 박사 박진우  『골목식당 우문현답』, 『외식경영노하우』, 『직장인 레시피』 등의 외식경영 관련 저서를 펴낸 박진우 박사는 현재 외식기업 대표로 근무하고 있다. 외식업은 가슴으로 하는 사업이며, 구성원들의 조직문화와 외식의 기본인 QSC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외식업에 한가지라도 기여를 하고 죽자는 생각으로 외식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외식기업을 운영하고, 외식관련 글을 쓰고 있다. ‘외식 좀 하는 남자’가 되고자 한다고 한다.   e-mail jinair21@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jinair21 

 

 

*CEO스터디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