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소비의 새바람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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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소비의 새바람 일으킬까?
  • 지유리 기자
  • 승인 2023.04.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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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 시대

소문만 무성하던 애플페이가 드디어 국내에 상륙했다. 서비스 개시 첫날 애플페이의 카드 등록 수는 100만 건을 넘었다. ‘결제의 새로운 미래’라는 홍보문구로 한국 소비시장을 유혹하고 있는 애플페이의 대중화는 가능할까? 하지만 단말기 보급과 수수료 문제 등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크다. 이미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앞다퉈 애플페이를 도입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근거리 무선통신 결제 시스템
미국 애플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 애플페이가 지난달 21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페이는 스마트폰 등 애플 기기에 신용카드를 등록해 현물 카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2014년 출시 이후 70여 개 국가에서 5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고, 카드나 지갑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애플페이의 최고 장점이다.

그동안 비접촉식 결제에 필요한 수수료와 단말기 보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번번이 도입이 무산되었지만 지난해 현대카드가 애플과 계약을 맺고 투자에 나서며 서비스가 진행됐다. 금융위원회는 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허용하며 “간편결제 시 발생하는 수수료는 카드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와 달리 비접촉식 결제를 지원한다. 삼성페이의 경우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와 NFC(근거리 무선통신) 결제 방식이 모두 가능하지만, 애플페이는 NFC 결제만 가능하다. 국내의 경우 카드의 마그네틱 부분을 긁어 인식하는 MST 단말기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삼성페이는 도입 즉시 기존 단말기에서도 결제할 수 있었지만, 애플페이의 경우 매장들이 새로운 단말기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시장의 반응 
지난달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를 제외한 롯데GRS, SPC, <이디야커피> 등 대부분의 프랜차이즈업계가 애플페이 결제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알렸다. 각 매장에 근거리 무선통신(NFC) 단말기를 구비하고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완료하는 등 신규 결제 수단 확대를 통해 고객 편의성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롯데GRS는 자사 외식 브랜드인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전국 직·가맹점 약 1,800개 매장에서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SPC IT서비스 및 마케팅 계열사 ‘섹타나인’도 이날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파스쿠찌> 등 전국 7,000여 개 SPC 계열 브랜드 매장에 애플페이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9일부터는 SPC 매장에서 애플페이로 결제 시 SPC 통합 멤버십 서비스 ‘해피포인트’가 자동 적립됐다. 현대카드 앱을 업데이트한 후, 해피포인트 멤버십과 연동만 하면 결제 시 해피포인트가 자동으로 적립되는 방식이다. <이디야커피>도 애플페이를 전국 매장에서 지원한다고 발표했고, 매일유업 자회사인 엠즈씨드에서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 <폴 바셋>도 애플페이를 <폴 바셋> 매장과 앱 등에서 지원을 시작했다.

이 밖에 <투썸플레이스>, <메가MGC커피> 등도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메가MGC커피>도 지난해 12월 애플페이 결제를 위해 20만 원 상당의 NFC 단말기를 전 매장에 공급하는 등 총 6억 원가량을 본사가 100%가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메가MGC커피> 관계자는 “주요 고객층이 아이폰을 많이 쓰는 10~30대인 만큼 애플페이 결제 시스템을 초기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젊고 트렌디한 <메가MGC커피>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스타벅스>, 이마트, <노브랜드버거> 등 신세계 계열사 외식 브랜드에서는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없다. 추후 모니터링을 통해 내부적인 검토를 한 후 시장 상황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소상공인들의 엇갈린 반응
본사의 지원을 받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달리 개인 소상공인들에게는 애플페이 결제를 위한 단말기 구입에 최대 수십만 원에 달하는 단말기 가격에 따른 인프라 구축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수수료 및 유지관리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애플페이의 수수료는 결제액의 최대 0.15% 정도다. 당장은 현대카드가 이 비용을 부담하지만 언젠가는 가맹점에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개인 점주들의 의견 역시 엇갈린 반응이다. “삼성페이를 쓰면 지갑을 안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애플페이 사용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여기에 “애플페이 결제가 안될 때 그냥 가게를 나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대부분 고객이 카드를 들고 다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전통시장에서는 도입이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간편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소비자의 상당수이기 때문에 애플페이의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한편 정부는 NFC 단말기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영세·중소 가맹점 일부는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과 동반 성장위원회에서 NFC 및 QR코드 단말기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들 지원 단말기 중 일부는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하다.

 

애플페이의 전망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달 20일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애플페이가 2024년에는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15%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내용을 정리하면 애플페이가 기대 이상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삼성전자가 초강세를 보이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아이폰의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250만 대 수준이고, 올해 말까지는 1,280만여 대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말까지 약 55% 수준인 700만여 명의 아이폰 이용자가 기존 사용 중이던 여타 간편결제 플랫폼에서 애플페이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애플페이의 성장은 기존 아이폰 이용자에 의해서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단순히 애플페이를 이유로 아이폰으로 갈아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교통카드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 삼성페이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국내 주요 간편결제 업체와 연합군을 결성했다는 점 등은 아직도 애플페이의 걸림돌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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