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영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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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영숙씨'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3.03.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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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아트가구> 권영숙 대표


<우드아트가구> 권영숙 대표는 내년이면 칠순이란 나이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젊고 고운 자태다. 탄탄한 피부의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권 대표는 “일하면 안 늙는다”라고 답한다.  25년 동안 매력적인 고가구를 디자인, 제작, 판매까지 하면서 꾸준히 가게를 운영해온 노하우가 곧 그의 건강의 비결이리라.

우드아트가구  권영숙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우드아트가구 권영숙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우드아트가구>가 경기 인천 백년가게에 선정 됐을 때는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원래는 30년 이상 업력이 있어야 선정 대상이 되고, 20년 이상 30년 미만의 업력은 강력한 추천이 있어야 선정 대상에 오르는데, 25년 된 <우드아트가구>가 백년가게로 선정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우드아트가구>가 그동안 얼마나 수고했는지 알아줬구나 싶어서 이종근 대표와 권영숙 대표에게는 그 의미가 크다.  

 


모두가 인정한 백년가게
성남 수진동에 자리잡고 있는 <우드아트가구>는 1998년 오픈해 25년째 운영 중이다. 태평동 중앙시장은 지금처럼 번화한 도심이 아니었다. 가게 자리를 미리 봤다면 어떤 결정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이종근 대표의 친구가 운영하던 가게를 맡아서 한 지라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편 이 대표가 나전칠기 작가였고 가구를 다루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 중 한 명이 내가 하니 잘 안 되는데 네가 해보라고 권해서 이 대표가 맡았어요. 이 대표가 가구 공장을 운영했고 저도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해보겠다길래 별 생각없이 그러라고 했죠, 하하.”

처음엔 일반 가구로 시작했는데, 아무리 잘 관리해도 10년 정도 지나자 손잡이가 떨어지는 등 이상이 생겼다. 10년 단골 고객들이 찾아와서 얘기하자 AS까지 시도했지만 떨어진 걸 다시 붙일 수가 없었다. 권 대표와 이 대표는 이때부터 고가구는 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떠올렸다.

나전칠기 작가였던 이 대표가 고가구와 전통문화에 일가견이 있고, 가구를 제작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여건은 충분했다. 요즘 고객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취향을 파악한 권 대표가 주도해서 디자인하고 친구들에게 제작을 의뢰하면서 <우드아트가구>는 고가구 전문점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우드아트가구  권영숙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우드아트가구 권영숙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반갑다, 가구야
고객들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이나 장식, 경첩 스타일로 달라진다. 철저하게 ‘고객맞춤형’ 고가구를 만든 건 <우드아트가구>가 장수를 누린 배경 중 하나가 됐다.

“조상의 지혜가 담긴 고가구는 요즘 나오는 일반 가구와 제작법이 다릅니다. 원목이지만 가볍고, 서랍이 레일로 만든 게 아니라서 고장도 안 납니다. 오동나무로 만든 장식장은 가볍고 우아하고, 편백나무로 만든 옷장에 옷을 두면 은은한 편백향이 배기도 합니다. 이런 고가구의 장점은 직접 봐야 알아요.”

고가구를 제작, 판매하기 시작한 지도 18년째다. 처음엔 노인들이 쓰는 거라고 여기던 고객들도 <우드아트가구>의 현대적인 디자인에 반해 하나둘 구매하기 시작했다. 오랜 단골들은 자녀들 방에 하나씩 마련해주기도 하고, 젊은 고객들은 ‘할머니 집에 있었는데 반갑다’면서 아예 오리지널 스타일을 가져가기도 한다. 이런 고객들의 선택을 본 권 대표는 고가구도 예쁘고 멋지게 만들면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첫째도 친절, 둘째도 친절
“가게를 오래 할 수 있는 배경은 친절이죠. 친절한 서비스. 이건 누가 따라할 수 없는 겁니다.”

권 대표는 <우드아트가구>가 다른 가구점과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 얘기했다. 배달을 도맡아 하는 이 대표가 고객의 집에 도착하면 일단 걸레부터 받아들고 가구가 들어갈 자리를 닦는다. 가구를 넣어주고, 주변을 정리하고, 또 가구를 닦아준다.

가구를 조심스럽게 다루는 이 대표와 권 대표 모습에 감명받은 고객들은 이젠 아예 집 열쇠를 맡기고 간다. 가구를 놓을 자리만 지정하면 이 대표가 가구를 들이고 주변까지 깔끔하게 정리를 해두고 가니 집에 돌아온 고객은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단골 고객도 많고 오래 운영해왔지만 권 대표는 최근 2~3년은 경기가 좋지않아 고민이 컸다고 말한다. 가장 안타까웠던 건 박람회에 나간 가구를 팔지 못하고 도로 차에 실을 때였다. 세일하라는 권유에도 굳이 하지 않은 건 <우드아트가구>가 지금까지 해온 멋진 모습을 끝까지 갖고 가고 싶어서다. 

“이제 일흔이 되는데 앞으로 3, 4년 정도 더 가게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동안 멋지게 잘 해보자라는 생각입니다. 당장 봄에 AK백화점 광장 행사가 있고, 공예협회 주체 박람회가 줄줄이라서 올해는 반응이 좋을 거란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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