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을 보존하면서 현대적으로 아름답게 활용하려는 마음을 담아 구성한 <킷테>. 우드톤의 가구가 배치된 미니멀한 공간에서 재즈가 흘러나온다. 계절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메뉴를 준비하는 <킷테>는 오래 이어갈 공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존을 위한 도전
서울시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킷테>가 노란색 벽면과 경사진 지붕으로 눈길을 끈다. 흰 프레임이 있는 아치형의 출입문과 넓은 통유리창이 <킷테>의 내부를 궁금하게 만든다. ‘오세요’라는 뜻의 일본어로 이름을 정한 <킷테>는 이준호 대표의 가족이 거주하던 공간이다.
“1930년 일본 사업가가 건축한 집입니다. 오랜 시간 방치되다 1960년에 외할아버지께서 인수해 생활하신 공간이에요. 60년 동안 살림집으로 사용했어요. 방치하면 더 빨리 낡기에 이곳을 보존하면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4년 전 보수 공사를 했습니다. 당시 구조를 안전하게 확보하고 창문 등에 단열을 보강하는 작업을 했어요. 어울리는 가구를 준비해 2022년 12월 <킷세>를 시작했습니다.”
외관의 색상과 형태는 예전과 같으며 기와를 가벼운 자재로 바꿨다. “다른 색으로 칠할까 고민도 했지만 애초에 노란색이었다고 해요. 외관은 서양식, 내부의 넓은 공간은 일식, 방 공간은 서양식으로 된 화양절충 양식의 집입니다.”
조화롭게 구성
정원을 지나 건물의 출입문으로 들어가면 왼쪽으로는 바가 배치됐고 정면으로는 긴 복도가 나온다. 오른쪽 공간은 예전에 응접실로 사용됐던 라운지로 미닫이문이 겹겹이 있던 곳이다. 마당을 바라보며 기대앉을 수 있는 창가 쪽 라운지체어가 가장 인기다. 정원의 석탑, 상, 장독대와 함께 감나무, 소나무 등 식물들이 풍경을 만든다. 따뜻한 계절이 오면 정원 좌석을 활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내부의 올리브나무, 몬스테라, 드라코 등 화분이 공간에 생기를 준다. 한쪽에는 고객들이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바구니를 쌓았다. 일본식 집의 형태로 바닥을 한 층 높인 도꼬노마에는 그림과 화분을 두고 그 옆의 선반인 오시이레에는 분재와 예전에 사용하던 연탄난로의 잔해를 두고 있다. 이 대표는 <킷테>의 기존 나무 톤과 이질감이 덜하며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들 가구들을 배치했다. 2인용 원형 테이블, 6인용의 사각형 테이블 등이 널찍하게 자리 잡았다.
방 공간은 창틀에 프랑스에서 많이 사용된 백합 문양이 장식돼 있기에 프렌치룸이라 부르고 있다. 넓은 창에는 붉은 벨벳 커튼을 드리웠고 벽면은 유럽의 빈티지 포스터를 걸었으며 우드톤과 짙은 녹색톤의 의자가 조화롭다.
오래갈 바람
이 대표는 미니멀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소품을 두고 <킷테>의 색과 어울리는 조명으로 공간을 꾸몄다고 전한다.
“여기가 숙명여대 후문과 가까워요. 학기 중에는 대학생들이 고객층이 될 것 같아 가급적이면 가격을 너무 비싸게 정하지 않았어요. SNS에 많이 언급돼서 2030대 고객들이 많이 오십니다. 오래된 주택가라서 옛날에 동네에 살던 분들이 이곳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반가워해주십니다. 적이 남기고 간 집이라는 적산가옥으로 된 카페가 전국적으로 있어요. 그 중 화양절충식으로 남은 것은 드물어서 고객들이 신기해하십니다.”
색소폰을 연주했던 이 대표가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 공간을 채웠다. “크림 커피를 만들 때 진한 블랙커피에 말차와 호지차 크림을 올린 메뉴가 인기에요. 일본의 카페에서 볼 법한 메뉴 그리고 계절감 있는 음료와 디저트, 샌드위치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고요하게 즐길 때 좋은 공간입니다. 이 건물을 거친 가족들이 이제 5대가 됐어요. 건물도 카페도 지속적으로 대를 넘어서 유지하고 싶어요.”
오 픈 2022년 12월
전 화 0506-556-3745
주 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47가길 9-6 1층
규 모 실내 40석, 실외 30석
대표메뉴 시그니처 맛차 크림 커피 6,500, 아메리카노 4,800, 카페 라떼 5,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