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처럼 살기 (living the brand) ‘월향 처럼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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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처럼 살기 (living the brand) ‘월향 처럼 살기’
  • 임나경 편집국장
  • 승인 2019.06.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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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식당

<월향>이라는 프리미엄 막걸리집이 있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브랜드가 9개쯤 되며, 매장이 15개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브랜드에 대한 자세한 변동 상황은 모르지만, 사실 <월향>은 이여영이라는 대표가 곧 모든 브랜드의 핵심이 되고 있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단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구매한다. 그만큼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 속성, 브랜드 연상의 성공적 창조가 중요해진다. 이들은 대체로 무형적이고 주로 상징적이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마음과 머리를 사로잡으면 우상적 위상을 얻는다. 그런데 요즘은 성공의 잣대가 브랜드 종족(brand tribe)이 있느냐 없느냐가 되었다. 브랜드 종족이란 특정 브랜드를 향한 열정과 충성도를 공유한 마음과 뜻이 통하는 사람들의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그룹을 말한다. 이들은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받아 들여 그것을 실생활에 적용한다. 브랜드 종족들의 활동은 해당 브랜드를 보는 남들의 인식과 평가에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를 만드는 힘은 직관이나 감성이 아니다. 
촘촘한 실무의 단계들이다. 디자인이다. 
- 개서린 슬레이드브루킹 -

 

브랜드 종족의 탄생
식당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종족’을 보유하는 것이다. 브랜드 종족이란 말이 낯설다면, 그냥 팬이나 좋아서 재방문 손님 정도와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 식당을 자랑해 주는 손님, 친구들을 몰고 와서 직원보다 더 메뉴 설명을 열심히 해 줄 수 있는 손님, 모임이 있을 때 우리 식당을 가장 먼저 추천해 주는 손님이 있으면 식당 사장님 입장에서 얼마나 고마울까? 브랜드 종족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즉, 말 그대로 가족 같은 관계다. 몇 일전 이여영 대표가 출산을 했다. 늦은 나이의 노산이라 페이스북 친구들이 다들 자기 일처럼 걱정을 한다. 이 대표의 페이스북 친구는 적어도 서울 사는 이들은 다들 <월향>의 단골이고 스스로 ‘월향족’이라고 자부한다. 

매장을 새로 오픈하는데 다들 투자를 한다. 그리고 그 매장의 단골이 되어주고 서로들 페이스북의 포스팅을 한다. 이여영 대표를 통해 서로서로 페이스북 친구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월향>의 이 대표를 대한민국사람들이 다들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방송에 출연해서 자기 할 말은 다 하니 일베들의 주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촛불집회 때도 광화문 <월향>에서 시위대를 위해 음료 서비스를 했다. 이여영 대표는 자기 색깔이 강하다. 보통 페이스북에 유명한 식당 대표들은 다들 누구나 좋아할 만한 모습으로 식당 홍보가 대부분인데, 이 대표는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표현하는 페이스북 포스팅을 한다.

최근엔 유튜브까지 하면서 시원한 발언들을 쏟아 내고 있다. 악플도 많다. 적극적으로 대응도 한다. 그에겐 손님은 그냥 친구다. 아니 식구다. 식구, 가족끼리 욕도 하고 싸우고 싫은 소리도 한다. 보통 여성 대표들은 좋은 모습만 보여 주려 노력하는데, 이 대표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시간되면 그의 페이스북을 찾아보라. 페이스북에서 마케팅을 가장 잘 하는 식당 대표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시대의 외식업 스타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1990년대나 2000년대랑 다르다. 그래서 1990년대에 화려했던 외식 경영자나 10년 전에 돈 많이 벌었던 분들이 지금 새롭게 식당을 개업하면 성공하라는 보장이 없다. 예전에는 모든 고객의 우리 식당의 잠재고객이었다. 남녀노소 식사를 하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식당을 운영했다. 이제는 그런 식당은 살아남기 어렵다. 식당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식당의 존재 자체만으로 손님들이 방문할 수 있는 동기가 부여 되었지만, 식당이 넘쳐 나는 지금은 나와 같은 종족의 식당을 방문하고 싶어한다.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은 많다. 그러나 <월향> 광화문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건 다른 의미다. 최고급의 막걸리를 마시는 느낌이랄까? 막걸리가 와인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손님 스스로가 이여영 대표처럼 성공한 여성이라는 동질감 같은 것도 생기는 듯하다. 젊은 손님들에게는 퇴직 기자 출신에 맨손으로 시작해서 중견 외식 기업의 CEO가 된 <월향> 이여영 대표는 그들의 롤 모델 자체다. <월향>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외식기업은 아니지만 이 대표 역시, 외식업계에서는 골목식당 백종원 대표 버금가는 외식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보니, <월향>보다 10여배 큰 외식기업들이 이 브랜드와 콜라보를 한다. 서울대 유명 교수가 스스로 월향종족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나만의 브랜드 종족은 무얼까? 
이렇듯 자신만의 브랜드 종족을 만들어가고 있는 외식 사업자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합정동 <몽로>는 가장 작은 종족이지만 가장 개성이 강한 아지트족이었다. 지금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박찬일세프가 박찬일스러운 분위기의 식당에 박찬일 친척같은 직원들과 박찬일의 동료같은 손님들과 조용히 영업하던 시절의 <몽로>는 메뉴까지도 박찬일스러웠다. 갈수록 마케팅이 어려워지고, 브랜드가 더욱 강조되는 것은 이젠 다양한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하며 소비자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야 한다는 거다. 

즉, 진심이 담기지 않은 콘텐츠는 생명력이 약하다. 그냥 내 모습 그대로 내 이름같은 브랜드 종족을 모으면 된다. 브랜드 식당을 만들기 전에 식당을 하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브랜드 종족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오늘은 너무 다양한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욕구가 넘쳐 나기 때문에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모두 담을 필요는 없다. 나만의 브랜드 철학, 세계관, 역사관, 인류관 등을 확실히 가지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만 모이면 성공하는 브랜드 식당이 될 수 있다.

과거에 페이스북 친구 5,000명이 너무 적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내가 식당 사장이라면 내 식당을 사랑하는 친구 5,000명만 있다면 장사가 매우 잘 되는 식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150명을 손님이 30일 식당 방문하면 4,500명이다. 페이스북 친구들만 오겠는가? 그들의 친구도 같이 올 것이다. 다른 말로 내 페이스북 친구만 내 브랜드 종족이 된다면 브랜드 식당으로 성공할 수 있다. 여러분의 페이스북은 여러분 브랜드 종족의 아고라 광장이다. 광장(페이스북)에 모인 내 브랜드 종족의 소리를 잘 듣자. 그리고 같이 대화해야 한다. 

 

 

김태경 Ph.D  식육마케터, 식육역사학자, 30년간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식육 마케터로 활동하면서 롯데 후레쉬포크 등 브랜드 돈육을 만들고, T.G.I.F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찹스테이크 등 메뉴 기획을 했다. <만덕식당>, <모두의 한우>, <제주 숙성도>에 숙성기술을 전수하고 지금은 고기에 관한 역사를 찾아서 소개하는 일과 어려운 식당 재활사업, 청년 기업들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돼지브랜드 경영지침서』, 『삼겹살의 시작』 (2019.4월 출판예정)   e-mail pigres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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