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선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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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선택의 비밀
  • 창업&프랜차이즈 기자
  • 승인 2018.07.2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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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창업

프랜차이즈 업종은 창업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운영 노하우와 기술을 전수받기 때문에 초보 경영자에게는 안정감을 준다. 점포도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상권에 입점하기 때문에 초기 정착도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애 첫 창업을 준비하는 소점포 여성창업자에게는 도심 상권이나 중심 상업지구보다는 ‘주택가 상권’을 추천한다.


주택가 상권 경영 안정성이 두 배 
수억 원의 투자금으로 시작하는 황제 창업이 아니라면 어중간한 창업 자금으로는 중심상권을 피하는 것이 소점포의 첫 번째 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 3년차 성공률이 20%대 미만인 창업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수업료를 적게 내자는 주장이니 뒤집어보면 창업자의 최소 80%는 귀담아 들을 얘기다.

둘째는 장사 베테랑들이 몰려 있는 도심상권에 들어가서 그들을 상대로 피 튀는 경쟁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손님도 동네상권 손님과 도심상권 손님은 질부터 다르다. 고객이 달라지면 하루에 투입해야 할 에너지의 양부터 달라진다. 장사를 두루 경험해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말이다.
초보 창업자 중에는 화려한 상권에서 창업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폼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상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객 편중현상이 심하다. 몰리는 가게만 몰린다. 오피스 상권은 주말만 되면 텅 비고 대학가 상권 역시 1년 중 두 차례 방학으로 반 년 가까이 개점 휴업해야 한다.

이에 비해 주택가 상권은 소박하다. 유동인구가 갑자기 늘지는 않지만 1년 내내 거주민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하고, 평균 임차보증금도 상대적으로 낮다. 나만의 콘셉트를 찾아 창업을 준비한다면 중심상권으로 들어가 경쟁하는 것보다 주택가 상권이 백 배 낫다. 또한 규제가 많은 도심 상권보다 인테리어 자유도가 높으므로 자기만의 개성을 담아 점포를 꾸미면 차별화된 콘셉트도 적용할 수 있다. 숨은 매력이 있는 가게를 만들 수 있으면 주택가 상권에서는 경영 안정성이 두 배가 된다.

 

입지는 좋은데 경쟁이 치열할 때
‘어디서’ 경쟁할 것인가? VS ‘누구’와 경쟁할 것인가?
이 질문은 중요하다. 소점포의 입지선정 시 ‘어디서’ 경쟁할 것인지와 ‘누구’와 경쟁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때 판단의 우선기준은 뭘까? 마음에 드는 지역(어디서)이 있는데 조사를 해보니 강력한 경쟁자(누구)가 있을 경우 그 지역을 선택할지 포기할지를 판단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한 여성창업자가 동네 슈퍼마켓(소매점)을 하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지역을 찾아보았더니 그 지역에 이미 오래된 슈퍼마켓이 있거나 대형(기업형) 슈퍼마켓이 입점해 있거나 또는 더 좋은 자리에 24시 편의점이 있다면 그 예비창업자는 내게 강점이 있거나 전략이 있다고 해서 그 지역을 선택해도 좋을까?

나는 이런 경우, 동일 상권에 강력한 경쟁자가 이미 터줏대감으로 있다면 다른 지역을 물색하라고 조언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자주 부딪치는 상황이다. 대개의 예비창업자들은 ‘열심히’ 해서 경쟁자를 이겨보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심지어 경쟁자의 유명세를 빌리면 대박을 칠 것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경우도 있다. 자신감과 상황 파악을 헷갈린 경우로, 위태롭다.

SBS 방송사에서 10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 <생활의 달인>은 한 분야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숨은 고수들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분야의 숨은 고수를 발굴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인데 대개는 자기 색깔로 맛을 내는 실력자와 그들의 식당이 자주 등장한다.오랫동안 방송을 보면서 나는 달인들의 식당이 가진 공통점 하나를 발견했다. 그들의 점포는 대부분 일반 주택가나 도심의 중심상권을 벗어난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점이다. 달인의 점포는 화려하지 않다. 사람도 화려하지 않다. 심지어 입지나 상권을 분석하는 창업 이론가들의 설명에 위배되는 경우도 많다. 이론을 숭배하는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점포들이다. 그들은 창업 초기에 어려운 시절을 겪었을 것이고, 1년을 넘기기도 힘들었어야 옳다. 그러나 그들은 오늘도 문전성시다.


입지선정, 경쟁자를 피하라 
그들은 언제부터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을까? 그들은 어떻게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버티며 성장할 수 있었을까? 입지적 측면에서 비결을 생각해보면 경쟁자의 압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지역에서 영업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달인들은 다소 한적한 지역에서 오랜 시간 장사를 하며 실력을 쌓았다. 중심상권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월세가 낮아 고정비 부담이 적고, 경쟁자의 위협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물론 매출도 낮았을 것이다(매출이 낮다는 게 수익도 낮다는 말과 등가는 아니다.) 반면 도심상권은 고정비용이 높고, 경쟁자들이 즐비하며, 행정규제라는 변수가 존재하고, 고객은 민감하며 기대치가 높다. 초보 창업자가 능숙히 대응하기에는 외부 요인들이 너무 많고 변화무쌍하다.

나는 <생활의 달인> 고수들조차도 중심상권에서 가게 문을 열었다면 외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3년 사이에 무대에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장사가 뭔지 알기도 전에 태풍이 쓸고 지나가 버린다.

 일반적으로 장사는 목이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목의 이점을 활용하기 어려운 소점포 창업자에게는 높은 고정비용과 경쟁자의 위협은 치명적이다. 어느 자영업자에게도 경쟁자가 없는 곳은 없다. 그러나 준비 없이 격전지로 뛰어드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를 것 같지 않다. 총성 없는 전쟁에 힘을 소진하느니 차라리 나만의 색깔을 찾아서 주택가 상권으로 들어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경쟁자를 피하는 것, 그것이 입지 선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박홍인 비즈플랜즈(비즈니스창업경영연구원) 원장 겸 (사)한국여성창업교육협회 사무국장  현재 서울시 창업스쿨 지도위원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영업컨설턴트를 맡고 있으며, 관공서를 비롯해 다양한 창업관련 언론매체와 기업체 및 교단에서 명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주)한국프랜차이즈진흥원 전문위원 겸 프랜차이즈경제신문 칼럼니스트, (사)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전문위원, 법무부 수원구치소 창업교정위원, 시사주간지 CNB저널 창업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내 인생을 180° 바꾸는 탁월한 선택」, 「성공하는 쇼핑몰 창업가이드」가 있다.  e-mail phi3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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