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창업・프랜차이즈 박람회 ‘파행’운영 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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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창업・프랜차이즈 박람회 ‘파행’운영 논란 ‘증폭’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6.05.3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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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 “법적 대응 준비”, 주최사, “형편상 환불 어려워”

업체들, “이렇게 부실한 박람회는 처음”

지난 5월 13일부터 3일간 광주광역시에서 진행된 2016광주창업・프랜차이즈 박람회의 파행운영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6광주창업・프랜차이즈 박람회(이하 박람회)에 참여했던 프랜차이즈 업체 JH그룹과 (주)오가다 등은 박람회 주최사인 (사)광주전남벤처기업협회와 (주)엑스퍼트 측에게 파행운영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업체들이 주장하는 박람회 부실운영의 근거는 박람회장을 찾은 예비 창업자들이 터무니없이 적었다는 점이다. 각 업체별 부스에서 이뤄진 상담 건수가 대부분 3일간 한 자리 수에 머무는 바람에 많은 업체들이 박람회가 끝나기 전에 철수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번 박람회 참가를 위해 많게는 4000만원 넘는 돈을 썼다. 먼저 부스 비용이 필요하다. 부스 하나당 가격은 130만원 안팎이었다. 몇몇 업체는 14개까지 부스를 구입했기에 여기에만 적잖은 비용이 들어갔다. 게다가, 부스를 꾸미기 위한 인테리어비, 박람회 참가를 홍보하는 마케팅비, 지방까지 직원들을 출장 보내는 인건비 등을 써야 한다. 이번 박람회에 60여개 업체가 참가했으므로 소모된 비용은 수억 원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2016광주창업・프랜차이즈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김대중컨벤션센터 내부 모습.

박람회 개최역량 ‘부족’ 드러나

박람회 참가 업체들은 주최사이자 주관사인 (주)엑스퍼트의 역량 부족을 파행 운영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또한, 박람회를 후원한 광주광역시도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박람회는 (사)광주전남벤처기업협회와 (주)엑스퍼트가 주최하고 (주)엑스퍼트가 주관했으며, 광주광역시와 광주전남지방중소기업청, 광주소상공인진흥원 등이 후원을 맡았다. 그런데 (주)엑스퍼트 박철희 대표가 (사)광주전남벤처기업협회장을 함께 맡고 있으므로 박 대표가 실질적인 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박람회 참가 업체들은 박 대표가 행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여력이 없음에도 그대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파행으로 치닫는 계기가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업체들은 기본적인 홍보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심지어 박람회 기간에 운영사무국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참가업체 대표는 “지금까지 여러 창업・프랜차이즈 박람회를 경험했지만 이렇게 사람이 적은 경우는 없었다. 1000만원 넘는 예산을 썼는데 단 1건의 계약도 성사되지 않았다. 참관객이 많았더라면 가맹계약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호남권에 우리 브랜드를 알렸다고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1000만원을 허공으로 날려 보낸 경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참가업체의 홍보・마케팅 책임자는 “박람회장에 상주하는 주최사 직원이 없다는 것이 상상할 수 있는 일인가. 운영사무실조차 현장에 만들 여력이 없는 업체가 얼마나 기자들에게 연락해 홍보를 했겠나. 우리에게 박람회 참가를 요청하면서 했던 말대로 된 부분이 거의 없다. 주최사는 파행 운영에 책임을 지고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2016광주창업・프랜차이즈 박람회 주최사 (주)엑스퍼트가 참가기업에게 제출했던 홍보계획.

“능력 없었지만 ‘성의’도 없었다”

이번 박람회를 지켜본 다른 주최사들의 반응 역시 부정적이었다. 창업・프랜차이즈 박람회 주최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 중의 하나인 A사 대표는 “박람회는 잔치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가보니까 그렇지가 않았다. 박람회에 참가하는 업체 처지에서 보면 아주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린 셈이다”라며 “그래서 주최사는 최대한 많은 예비창업차들이 오도록 전방위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 우리는 방송・신문・전문지 등 언론홍보와 함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홍보, 드라마 배너 광고, 그리고 창업관련 인터넷 검색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노출하는 표적광고 등 가능한 채널을 다 동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주최사인 B사 대표도 “지역기반 주최사는 수도권과 달리 규모가 작으므로 사실 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그것을 가지고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얼마나 노력하고 성의를 보였는지의 여부다. 우리 경험으로 보면 이번 박람회에서 업체들로부터 8000만원 정도를 걷은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비용의 일정 부분을 행사의 질을 높이는 목적으로 써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박람회를 주최할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부실한 박람회에 참가하는 일부 업체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런 박람회는 쟁쟁한 브랜드가 적게 참여하므로 우리가 가면 돋보이겠지 하고 나가는 업체들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많은 참가업체들이 박람회가 끝나기 전부터 철수하기 시작했다.

주최사, “지역 주최사 말살 음모 때문”

박람회가 파행 운영됐다는 지적에 대해 주최사 (주)엑스퍼트는 일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지역 업체가 주최하는 박람회를 뺏어가려는 음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엑스퍼트 측은 우선 박람회장을 찾은 예비창업자가 아주 적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올해 6회째를 맞은 박람회를 이전처럼 진행했지만 유독 이번에만 사람들이 훨씬 적게 왔다고 주장했다. (주)엑스퍼트는 이번에 방문자가 적은 이유로 같은 장소에서 같은 주제의 박람회가 너무 자주 열리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주)엑스퍼트 박철희 대표는 “광주・전남의 창업시장은 수도권은 물론이고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작다. 그런데 1년에 3번 대규모 박람회가 열리게 됐다. 우리가 먼저 시작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니까 수도권 업체가 뒤늦게 들어왔다. 거대 중앙 언론사를 끼고 막대한 홍보비를 지출할 정도로 우리와 체급 자체가 다르다. 이대로 가면 지역 주최사는 말라죽고 만다. 수도권 주최사들은 지역 주최사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상도의”라며 “이번 박람회에 사람이 적게 왔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올해부터 박람회가 적자로 돌아서 현금으로 환불해줄 형편이 못 된다. 손해를 입은 업체들에게는 다음 박람회 때 부스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혜택을 주겠다”라고 말했다.


광주시 “명목상 박람회 후원했을 뿐”

한편, 이번 박람회를 후원했고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행사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광주광역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광주시 해당부처는 이번 박람회의 파행 운영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최사를 탄압한다는 여론이 두려워 손을 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광주・전남의 어떤 언론도 이번 사태를 아직까지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광역시의 박람회 담당자는 “파행적으로 운영됐다는 말을 행사가 끝나고 나서 들었다. 이번 박람회를 광주시가 후원했지만 실질적으로 관여한 부분은 없다. 사설 업체가 주도해 진행했고, 현실적으로 모든 지역 행사를 지자체가 관리감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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