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남긴 음식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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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남긴 음식의 의미
  • 박진우 외식경영학 박사
  • 승인 2022.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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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경영 노하우

지난달 매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려고 유니폼을 갈아입고 현장으로 향했다. 가끔씩 현장에서 일을 하면 기분이 물씬 좋아지고 새로운 기운, 설레는 기분이 드는데, 이럴 때마다 외식人임이 뿌듯해진다. 이런 기분은 잠시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는 고객의 테이블을 보니 음식이 거의 절반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이럴 때 정말 불안한 마음이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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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남긴 음식을 보면 ‘아뿔싸’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계산하러 가신 고객을 향해 달려갔다. “손님, 혹시 맛은 어떠셨어요?’”라고 물으니, 시큰둥하게 별 답변 없이 계산을 하고 떠나셨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가서 음식을 먹어 보았다. 큰 특이사항은 없었지만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지난 시절 음식점생활을 하면서 지닌 버릇 중 하나가 ‘고객이 남긴 음식을 먹어 보는 것’이다. 처음 이 현상을 접했을 때의 낯섦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은 스스럼없이 고객이 남긴 음식을 먹어 본다. 

 


남은 음식의 시사점과 해결점 
외식업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잘 드셔 주는 고객이 제일 고맙다’는 말을 정말로 실감한다. 또 음식을 많이 남기고 가는 고객을 바라보면 심장이 뛰고, 가슴이 벌렁거리고 출렁거린다. 이 사실이 거짓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음식점을 하는 나로서 사실이다. 숱한 패밀리레스토랑 시절, 외식업을 하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수히 고객이 남긴 음식을 먹어보며 반성도 하고, 잘못이 없음을 인지도 하고 그렇게 반복된 시간을 보냈다.

남긴 음식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간혹 “배가 불러서요”라거나 “저희가 입이 짧아요”라는 멘트를 주시기도 하지만 그 말에 100%의 동감은 하지 않는 편이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얼굴 표정만 보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된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 고객수가 감소한 요즘, 한 분, 한 분을 소중히 모시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평소에도 그리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자칫 우리 음식에 문제가 있는지 민감해하지 않을 수 없다. 음식점을 하면 당연히 그리해야 한다. 그런 마음이 있어야 한다. 

고객들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불만이 있어도 90% 이상의 고객이 말없이 돌아간다. 이런 의미로 보아도 ‘음식을 남기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왜 고객들이 음식을 남겼을까’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정말 양이 많아서 남길 수도 있고, 맛이 없어서 남길 수도 있고, 레시피대로 조리되지 못해서 기대 이하의 음식이 제공되었을 수도 있고, 온도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정말 입이 짧아서 그럴 수도 있다. 음식을 남기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내포되어 있기에 ‘고객이 남긴 음식’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과 해결책을 동시에 제공해 주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외식경영자로서의 자격 
우리나라는 음식을 남기는 것을 일부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넉넉하게 주는 경향을 가진 음식점들도 더러 있다. 넉넉하게 한상차림으로 나오는 한식집도 부지기수다. 이런 문화들이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지만 ‘남긴 음식’은 여러모로 의미를 가진다. 대다수의 고객들이 맛있는 음식은 거의 비우다시피 드시고 가신다. 맛은 있으나 음식을 남겼다면 메뉴제공 양이나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여타 다른 이유를 생각하더라도 음식을 남겼다는 것은 우리 메뉴의 문제에서 출발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 많은 고객들이 우리 음식을 남기거나, 불평을 한다면 반드시 그 음식을 먹어 보기 바란다.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거의 대부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음식점에 와서 음식을 남기는 것을 예사롭지 않게 바라볼 때 우리는 외식경영자로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먹다 남은 음식을 어떻게 먹어보냐’고 한다면 음식점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고객을 생각하는 외식인의 자세 
고객을 걱정하고, 우리 음식점을 걱정하는 이 하나의 태도와 습관화된 이 모습이 그렇게 외식경영자가 되어 가는 모습일 것이다. 우리의 매장을 돌다가 우연이라도 발견한 ‘고객의 남긴 음식’을 보면 아직도 심장이 뛰고, 가슴이 벌렁거린다. 음식점을 하면서 가장 심장이 뛸 때가 이때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외식경영학 박사 박진우 최근 『좌충우돌 직장인 레시피』 , 『외식 경영 노하우』 저서를 펴낸 박진우 박사는 외식은 가슴으로 하는 사업이며, 구성원들의 조직문화가 최우선임을 강조한다. 고객만족보다 직원만족, 수익보다는 고객가치, 마케팅보다는 QSC에 집중하며 이것이 진정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 유수의 대학에서 외식경영과 외식문화를 강의했으며, 대기업을 비롯해 외식CEO들의 강의 요청으로 다양한 기업체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mail jinair21@naver.com

 

*CEO스터디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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