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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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기술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2.03.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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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로보틱스> 하정우 대표

즐거워 보였던 식당은 직접 운영해보니 전쟁터였다. 서버들이 식당에서 일일 평균 8~13km 걷느라 고단하다는 점을 실감한 하정우 대표는 서빙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사람과 로봇이 잘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여 힘든 일은 로봇에게 맡기고, 직원은 손님 응대에 집중하게 하니 매출도 함께 오르는 선순환을 이뤘다.

베어로보틱스 하정우 대표  ⓒ 사진 베어로보틱스 제공
베어로보틱스 하정우 대표 ⓒ 사진 베어로보틱스 제공

 

단순 반복되는 힘든 일은 로봇이, 고객을 위한 서비스는 사람이. 베어로보틱스 하정우 대표는 식당을 창업한 경험에서 사람의 힘을 덜어줄 로봇 개발에 뛰어들게 됐다. 그가 개발한 서빙로봇 ‘서비’는 서비스 로봇 업계 세계 최초로 미 위생국 NSF 인증을 획득했다.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서빙로봇 중 NSF에서 위생관련 성능을 인정받은 로봇은 ‘서비’가 유일하다.  

 


힘든 일은 로봇이
“한식당을 오래 운영한 지인이 계십니다. 뚝배기를 많이 나르다 보니 손가락 마디가 휘었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서빙을 맡았던 사장님들은 로봇을 사용하면서 덜 걷고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으니 편하다고 하십니다. 서빙로봇 하나로 매장에 일하러 나오는 게 즐거워진다면서요. 고객들도 로봇에게 서빙 받으려고 일부러 주문하는 경우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로봇을 활용하는 매장이 많습니다.”

하정우 대표가 로봇 개발을 결심하게 된 계기 역시 식당 운영의 어려움을 겪어서였다. 엔지니어이므로 일찌감치 푸드테크와 서빙로봇에 관심을 뒀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그는 ‘로알못’이었다. 하 대표는 교포사회에서 한국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으로 순두부가게를 창업했다.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시작했는데도 식당 운영은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엔지니어로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게 편했구나’라고 느낄 정도였다. 무단결근한 셰프 대신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서버 대신 무거운 순두부 뚝배기 그릇을 들고 나르면서 지옥을 경험했다고. 하 대표는 단순하고 힘든 일은 로봇이 대신하면 좋겠다는 엔지니어로서의 사명감을 갖게 됐고, 2017년 구글을 떠나 회사를 설립했다. 작은 순두부 가게에서 시작한 베어로보틱스는 이제 한국과 미국에 직원이 150명이 훌쩍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베어로보틱스 하정우 대표  ⓒ 사진 베어로보틱스 제공
베어로보틱스 하정우 대표 ⓒ 사진 베어로보틱스 제공

똑똑한 ‘서비’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처음 로봇을 개발, 출시했을 때부터 100% 자율주행으로만 움직이도록 했다. 식당에서 테스트를 시작했기 때문에 바로 필드에서 습득한 노하우도 많다. 이런 경험들이 축적되어 나온 로봇이므로 기술 완성도가 현재 시장에 있는 어느 제품보다도 높은 것이다.

식당에서 로봇을 운영할 때 제일 중요한 점은 ‘안전’이다. 움직이며 다니는 사람들과 어린이들 사이를 뚫고 뜨거운 그릇을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어야 한다. 베어로보틱스의 ‘서비’가 장애물을 인식하는 기술 수준이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제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하 대표는 강조했다.

“테이블 밖으로 살짝 나온 팔꿈치, 바닥의 신발 등도 센서로 인식하고 사람의 움직임과 가장 유사한 모션으로 피해 갑니다. 로봇이 장애물을 피해 다녀야 하는데 멈춰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안전할지는 몰라도 효율성이 떨어지는데, 저희 로봇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킵니다. 결코 쉽지 않은 기술입니다.”


사람과 로봇의 상생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로봇의 등장으로 무인화가 가속되고, 사람들이 실직하게 된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그 부분에 대해 하 대표는 ‘No’라고 말한다. 로봇의 등장으로 질적인 서비스의 향상을 가져오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무거운 그릇을 나르는 등 위험하고 힘든 일은 로봇이 맡고, 직원들은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 서비스에 조금 더 신경 쓸 수 있다. 고객이 서비스에 만족하여 재방문하면서 식당의 매출이 높아지는 선순환구조를 이루는 것이다. 직원 2~3명이 로봇 1대와 함께 일하면 매출이 최대 30%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다.

“고객들이 식당을 찾는 건 로봇을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식과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서빙 로봇은 외식 산업 전반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겁니다. 일의 효율을 높이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며, 실질적인 수익률과 고용안전에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외식 서비스 분야의 로봇 도입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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