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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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2.02.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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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베이> 김우영 & 이주현 점주

가족 간에도 동업은 쉽지 않다. 남편과는 못했을 거라고 말하는 김우영 점주의 동업자는 딸 이주현 점주. 워킹맘으로 지낸 19년보다 지난 1년 반이 더욱 딸과 서로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서로를 알고 이해하게 되면서 딸과의 협업은 척 하면 척이다. 투자나 지분을 떠나 사업을 함께 하면서 호흡이 척척 맞아 일 자체를 즐겁게 하는 관계,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 ‘진정한 동업’은 바로 이런 관계를 말한다.

 

커피베이 김우영 & 이주현 점주 ⓒ 사진 황윤선 기자
커피베이 김우영 & 이주현 점주 ⓒ 사진 황윤선 기자

 

“딸이 없었으면 시작도 못했어요”라는 김우영 점주. 본사에서 교육 받을 때 ‘직원 뽑을 때 따님 같은 사람이면 된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딸 이주현 점주의 야무진 일솜씨가 유명했다. 딸이 커피 내리는 솜씨에 반한 고객도 많다.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누가 내리느냐에 따라 커피 맛과 향이 달라진다는 것도 김우영 점주는 처음 알았다고 전했다. 딸의 활약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났을 지도 모를 일이다.  글 김민정 부장 사진 황윤선 기자

 


남다른 전략으로 고객 어필 
오픈한 지 1년 반, <커피베이> 구로디지털점은 주변의 많은 카페들 사이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적인 안착을 했다. 오피스상권의 900원 짜리 저가 커피가 즐비했지만 김우영 점주는 가격을 낮추는 대신 <커피베이>의 강점을 어필했다. 예쁘고 아늑한 카페에서 한 잔의 커피가 주는 여유와 느긋한 대화를 원하는 고객들은 커피가 좀 더 비싸도 <커피베이>를 택했다. 김 점주는 구로디지털점이 고객에게 ‘사랑방’ 같은 곳이 되는 것이 반갑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오픈한 <커피베이> 구로디지털점 김 점주는 디자인을 강의하던 경력으로 남다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테이크아웃 고객을 위해 컵뚜껑에 귀여운 그림을 직접 그리는데, 이제는 고객들이 종류별로 수집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김 점주는 고객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다가갔다. 편한 대화에 목말라있던 고객들은 김 점주가 ‘늘 드시던 거네요, 오늘은 다른 걸 드시네요’ 한 마디로도 친근감을 느낀다고. 내가 손님이면 사장이 말 거는 것이 싫을 것 같다며 말리던 딸 이주현 점주도 이제는 고객과 강아지 사진을 서로 보여줄 정도로 친화력을 자랑한다. 

 

 

커피베이 김우영 & 이주현 점주 ⓒ 사진 황윤선 기자
커피베이 김우영 & 이주현 점주 ⓒ 사진 황윤선 기자

동업자이자 동반자
김 점주가 창업을 결심했을 때,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에 창업하냐며 말리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덕분에 임대료 할인받을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지난해 9월 오픈을 앞두고 대학교 3학년 2학기를 앞둔 딸 이 점주에게 ‘같이 해볼래?’라는 제안을 넌지시 전했다. 선뜻 함께 일하겠다고 나선 이 점주의 야무진 일 솜씨는 본사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올 정도였다. 

교육 받을 때는 자신 있었는데, 막상 오픈하고 보니 현실은 예상보다 더욱 고되고 힘들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처음엔 힘들어서 창고에서 딸과 껴안고 울기도 했다. 육체적인 고단함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방역패스 적용으로 신분증을 확인해야 하는 때,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비난을 들은 적도 있었다. 고객은 앉아서 호통치는데 엄마가 서서 고스란히 다 감내하는 모습에 딸이 너무 속상해하며 그만두라고 했다. ‘엄마는 그만 둘 수 없어’라는 김 점주의 말에 이 점주도 함께 부둥켜안고 눈물 흘렸다.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더욱 단단해졌고, 어지간한 사건 사고에는 끄떡하지 않을 정도로 멘탈도 강해졌다.


이런 게 동업
김 점주는 이 점주와 투자나 지분으로 묶인 동업 관계는 아니다. 월급은 본인이 지급하는데, 실질적인 오너는 딸 이 점주라고 김 점주는 얘기한다. “최종결정권자는 딸이죠, 하하”라는 김 점주는 사장 입장인데도 딸 눈치를 볼 때가 많다.

‘너 아니면 누구한테 아쉬운 소리 하겠니’라는 엄마의 부탁에 딸도 결국은 청을 들어준다. 월급이라곤 해도 새벽부터 종일 함께 매장에 있는 걸로 보면 최저시급인 셈이다. ‘내가 돈 때문에 일하냐’라는 딸의 말이 고맙다. “다른 매장 얘기 들으면 직원 관리 때문에 힘들다는데, 저는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어요. ‘엄마가 잘 살아서 그런 거다’라고 딸이 말해주는데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났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딸에게서 그런 얘기를 듣는데 느낌이 다르더군요.”

김우영 점주는 딸 이주현 점주와 함께 일하면서 20여 년 동안 몰랐던 것들, 못했던 것들을 함께하고 있다. 다른 집 애들도 이럴까 싶을 정도로 딸이 참 잘 컸다는 생각이 든다고. 동업의 형태도 천차 만별이다. 주문이 들어왔을 때 김 점주가 A를 준비하면 이 점주가 옆에서 B를 하기 위해 C를 만들어 내준다. 손을 뻗으면 필요한 걸 쥐어주는 것,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동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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