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 막걸리 상표권은 누구에게 귀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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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탁’ 막걸리 상표권은 누구에게 귀속될까?
  • 김민철 변리사
  • 승인 2021.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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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이야기

영탁막걸리가 유명한가 보다. 막걸리도 좋아하는 필자는 마트에서 영탁막걸리를 본 적이 없는데 영탁막걸리와 관련된 상표분쟁을 보게 됐다. 관련 기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니, 미스터트롯이라는 TV프로그램 출신 가수인 ‘영탁’과 영탁막걸리를 제조·판매하는 ‘예천양조’간에 모델 재계약 협상 결렬과 상표권 분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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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특성상 영탁막걸리와 관련된 상표권 분쟁에 대해 모델 재계약 협상 결렬과 관련된 사항은 무시하고 상표권 분쟁에 대해서만 살펴보고자 한다. 양측은 모델 재계약이 결렬된 후 ‘영탁’에 대한 상표권이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과연 ‘영탁’이라는 상표권은 누구에게 귀속될 것이며,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이 타당할까?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예천양조는 2018년 설립된 회사이고 2019년 공장을 준공하였으며, 막걸리 시판을 앞두고 막걸리 이름을 고민하던 차에 2020년 1월 23일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가수 영탁이 ‘막걸리 한잔'을 부르는 것을 보고 ’영탁’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 후 예천양조는 2020년 1월 28일 막걸리 등 주류(제33류)와 주류의 유통업(제35류), 막걸리양조업 등(제40류)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영탁’이라는 상표출원했다.(상표출원은 영탁막걸리가 아니고 영탁임).

이에 대하여 특허청은 2020년 7월 22일자로 상표출원 ‘영탁’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의견제출통지서를 발송하였는데, 의견제출통지서의 거절이유는 “이 출원상표는 아래와 같이 저명한 타인의 성명(예명)을 포함하는 상표이므로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에 해당하여 등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본원 상표 ‘영탁’은 TV조선 미스터트롯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연예인의 예명 ‘영탁’(본명:박영탁)과 동일하므로 상표등록에 관한 타인의 승낙서가 제출되어야 합니다. 비록, ‘영탁’이 출원인과 광고모델에 관한 전속계약을 맺고 상표 사용에 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낙하였더라도 상표등록 받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는 서명 또는 날인된 별도의 승낙서가 필요합니다”라는 것이었다.

 

저명한 타인의 인격적 이익 보호 규정
이에 대해 출원인인 예천양조는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특허청은 2021년 4월 19일 거절결정서를 발송하였으며, 이에 불복심판이 청구되지 않아 예천양조의 ‘영탁’ 상표출원은 등록거절이 확정되었다. 이로써 예천양조는 ‘영탁’이라는 상표에 대하여 막걸리, 막걸리유통업, 막걸리양조업에 상표권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거절이유가 된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는 어떤 경우에 적용되는 것일까?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에서는 “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 또는 상호·초상·서명·인장·아호(雅號)·예명(藝名)·필명(筆名)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그 타인의 승낙을 받은 경우에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출처에 대한 오인·혼동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라기 보다는 저명한 타인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해석되며, 여기서 저명성은 타인의 인격권 훼손이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될 정도의 저명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상표 ‘영탁’과 관련해 가수 영탁이 일반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가수(필자는 미스터트롯을 시청하지 않았고 가수 영탁도 잘 모르지만)라면 그의 인격권을 보호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에 특허청이 예천양조의 ‘영탁’ 상표출원에 대해 거절결정을 한 것이라고 추정된다.

이는 단서 규정의 타인의 ‘승낙’이 있는 경우에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과 저명한 타인의 성명과 동일한 성명의 소유자가 있는 경우라도 그 타인의 승낙을 요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미루어 인격권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한 출원상표
반면 가수 영탁은 자신의 성명(예명)에 대하여 막걸리 등에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을까?

살펴보니, 가수 영탁은 2020년 8월 19일 제3자 2인과 공동으로 막걸리 등 주류(제33류)를 지정상품으로 하여 ‘영탁’을 상표출원하였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가수 영탁이 상표 ‘영탁’을 막거리에 상표등록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에는 “동업·고용 등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또는 그밖의 관계를 통하여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그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등록출원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의 취지는 타인과의 계약이나 거래관계 등 특정한 관계에 있던 자가 이를 통해 알게 된 타인의 상표를 자기가 출원하는 등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한 출원상표에 대하여는 상표등록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신의칙(信義則)에 근거한 것으로 해석되며, 그 판단은 상표출원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가수 영탁과 예천양조간에 광고모델계약이 유효하게 유지되는 시점에 가수 영탁이 ‘영탁’이라는 상표가 예천양조에 의하여 막걸리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도 ‘영탁’이라는 별도의 상표출원을 하였기 때문에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의 규정에 의하여 상표등록이 거절될 것으로 필자는 예상해 본다. 

 

퍼블리시티권 법적 권리로 인정하는 실정법 없어 
그렇다면 상표 ‘영탁’은 누구에게도 독점적으로 귀속되지 않게 되어 예천양조는 상표등록과는 상관없이 ‘영탁’이라는 상표를 막걸리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가수 영탁은 자신의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퍼블리시티권이란 개인의 성명, 초상, 서명, 목소리 등의 인격적인 요소가 파생하는 일련의 재산적 가치를 권리자가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품 등의 선전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로 자주 회자되고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퍼블리시티권을 법적 권리로 인정하는 실정법이 없으며, 더욱이(이를 인정한다 또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하급심 판례는 몇 개 존재하지만) 대법원 판례도 형성된 것이 없다.

따라서 가수 영탁이 자신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다투어야 하는 상황이고, 반드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지들 말고 욕심을 조금 덜 내고 좋은 협상이 타결되어 장수막걸리, 지평막걸리 등 유명막걸리와 ‘영탁막걸리’가 경쟁해 우리 동네 마트에도 진열되었으면 한다.

 

 

김민철 변리사 현재 G&W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이며, KT 등 다수 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등 10여개 대학에서 지적재산권 특강을 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산업재산권법』, 『특허법』 등이 있다.   e-mail kmc02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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