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비어>와 <봉구치킨>은 비유사한 상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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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구비어>와 <봉구치킨>은 비유사한 상표인가?
  • 김민철 변리사
  • 승인 2021.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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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이야기

갈수록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 보호를 위해 상표권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사용하고자 하는 상표를 출원해 상표권을 획득해 나가는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김민철 변리사의 특허이야기를 통해 자사 브랜드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넓혀가 보자.

 

음식점에 사용하는 상표 <봉구비어>와 <봉구치킨>, <봉구통닭>은 일반소비자들이 볼 때 오인·혼동을 일으키는 상표인가? 아니면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없는 상표인가?

2020년 3월 <봉구비어>를 운영하는 (주)용감한사람들은 <봉구치킨>, <봉구통닭>을 사용하는 A를 상대로 자신의 상표를 베꼈다는 취지로 상표사용금지 등 가처분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봉구’라는 단어가 들어간 상표가 다수 존재한다”며 서로 비유사하여 오인·혼동의 우려가 없다고 <봉구치킨>, <봉구통닭> 측의 손을 들어줬다. 

 

<봉구비어>와 <봉구치킨>의 상표출원 및 상표등록 
재판부는 “<봉구비어>가 상표등록되기 전부터 <봉구스밥버거>, <봉구네>, <봉구스퀘어> 등 ‘봉구’가 포함된 상표가 서로 다른 권리자에 의해 상표로 등록되었고, <봉구비어>는 ‘봉구’로만 약칭하거나 분리돼 인식된다고 볼 수 없고, ‘비어’ 부분 역시 식별력이 없거나 매우 약하고, 또 <봉구비어>와 <봉구통닭>은 호칭과 형성되는 관념이 다를 뿐 아니라 표장 역시 그 외관이 서로 다르다”고 판단하였다. 

과연 1심 판결의 결론 내용대로 <봉구비어>와 <봉구치킨>, <봉구통닭>은 비유사한 상표인가? 필자는 판결의 내용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고 <봉구비어>와 <봉구치킨>의 상표출원 및 상표등록 내역을 살펴보았다. 

<봉구비어>는 디자인과 결합된 상표를 2012년 6월에, 문자만으로 된 상표를 2013년 11에 출원했다. 심사과정은 동일하기에 문자상표를 중심으로 분석하면, 2013년 11월에 출원되었던 상표 <봉구비어>는 2014년 11월에 거절결정되었고, 이에 대하여 2014년 12월에 거절결정에 대한 불복심판을 청구하여 2015년 11월에 원거절결정을 취소하라는 취소환송 심결을 받아 2015년 11월에 출원공고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2015년 11월에 이의신청이 있었고 2017년 1월에 이의신청이 ‘이유 없다’는 이의결정과 등록결정을 받아 상표등록되었다. 하나의 출원상표에 대한 심사과정이 매우 복잡해 보인다.

상기 과정을 유추해 보면, 상표출원되었던 <봉구비어>에 대하여 담당 심사관은 선출원 또는 선등록된 상표와 <봉구비어>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즉 ‘봉구’나 ‘봉구’를 포함하는 선출원 또는 선등록된 상표가 존재하여 거절결정한 것으로 유추된다. 이에 대하여 출원인은 거절결정불복심판을 청구하여 선행되는 상표와 <봉구비어>는 유사하지 않은 상표라고 주장하였고, 특허심판원에서는 그 주장을 받아들여 취소환송하는 심결을 하여 결국 심사관이 출원공고결정을 하였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가 이의신청을 하였고 그 이의신청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등록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봉구비어>는 아무 하자 없는 등록상표가 된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봉구비어>가 출원되기 전 ‘봉구’를 포함하는 선등록된 상표를 찾아보니 B에 의해 1998년 상표출원되어 등록된 <봉구네집>, 2009년 상표출원되어 등록된 <봉구네광양불고기>, 2012년 상표출원되어 등록된 <봉구네>가 있었고, C에 의해 2012년 상표출원되어 등록된 <봉구스밥버거>와 <봉구스퀘어>가 존재하였다. 이를 근거로 <봉구비어>의 담당 심사관은 <봉구비어>가 <봉구네>, <봉구네집>, <봉구네광양불고기>와 그 주요부가 동일하여 전체적으로 유사한 것이라고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원 담당 심사관의 판단이 옳았다고 본다.


<봉구비어>와 <봉구네> 등은 유사한 상표
필자가 상표의 유사판단 기준을 설명하면서 그중 하나로 설명한 내용이 “양 상표를 판단함에 있어 식별력이 있는 부분과 식별력이 없는 부분이 결합된 상표인 경우에는 식별력이 있는 부분만을 판단하여 그 부분이 동일 또는 유사한 경우에는 전체가 유사한 상표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 <봉구비어>의 경우를 보면, 지정서비스업이 음식점인 경우에 ‘비어’는 제공하는 음식의 내용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식별력이 없는 부분에 해당하여 판단의 대상은 ‘봉구’만이 되고, 그 판단의 대상인 <봉구네> 등의 경우 ‘네’, ‘네집’은 음식점에 관용하는 명칭이고 <광양불고기>는 제공하는 음식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식별력이 없는 부분에 해당하여 판단의 대상이 역시 ‘봉구’만이 되어, 양 상표를 전체적으로 판단할 때 <봉구비어>와 <봉구네> 등은 유사한 상표라고 할 것이다.

한편 상표 <봉구치킨>은 2018년 2월에 출원이 되었고 2018년 9월에 출원공고되었으나, 이에 2018년 11월에 이의신청이 있었고 2019년 12월에 이의신청이 이유있다는 결정과 함께 거절결정이 되었다. 이에 2020년 1월에 거절결정에 대한 불복심판을 청구하여 2020년 11월에 원거절결정을 취소하라는 취소환송 심결을 받아 2020년 11월에 등록결정을 받아 상표등록되었다. 상기 과정을 보면 <봉구비어>의 경우와 거의 유사한 이유 및 단계를 거쳐 상표등록된 것으로 보인다.

 

<봉구비어>와 <봉구치킨>이 비유사하다?
이러한 과정과 판단을 근거로 상기 가처분신청에서 재판부는 “이전에 봉구가 포함된 상표가 서로 다른 권리자에 의해 상표로 등록되어서 식별력이 약해졌다”고 판단하였는데(필자의 개인 견해로는 <봉구네>와 <봉구스밥버거>는 비유사하여 상표등록이 양립되어도 무방하다고 봄), 이는 선행되는 판단을 존중하였을 뿐 상표법의 유사판단의 근간을 흔드는 판단이라고 본다.

애초에 음식점과 관련하여 ‘봉구’를 포함하는 출원상표에 대하여는 선등록상표 <봉구네>나 <봉구네집>과 전체적으로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하였다면 뒤에서 언급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봉구’가 빙다리핫바지도 아니고 왜 독점을 인정하지 못했을까?

결론적으로 상표의 유사를 판단하는 기관에서는 <봉구비어>와 <봉구치킨>이 비유사하다고 판단하는데, 맥주집에서도 치킨을 팔고 치킨집에서도 맥주를 파는 실거래의 현실을 감안할 때, 과연 일반소비자들이 <봉구비어>와 <봉구치킨>에 대하여 오인 또는 혼동을 하지 않을까?

<봉구비어>와 <봉구치킨>에 대하여 오인 또는 혼동을 하지 않는다면 비유사한 상표겠지만. ‘봉구’에 대해서만 유난히 이런 판단을 하니(필자의 개인적 견해 또는 아쉬움) 음식점과 관련하여 각종 ‘봉구’가 다 상표등록을 받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즉 음식점과 관련하여 <봉구다방>, <봉구포차>, <봉구상회>, <봉구감자>, <봉구싸롱> 등이 <봉구비어> 등록 이후에 상표등록되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상기 분쟁과 관련하여 A측은 <봉구닭갈비>, <봉구닭>, <봉구술집>, <봉구찜닭>, <봉구닭강정>, <봉구고깃간>, <봉구꼬치>를 상표출원하여 등록받고, (주)용감한형제들은 <봉구아빠통닭>, <봉구아빠비어엔통닭>, <봉구비어치킨>, <봉구비어통닭>, <봉구비어&통닭>을 상표출원하여 등록받는 웃지 못할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참고로 2013년 상표출원된 <영구비>는 선등록된 <YOUNGGU'S PIZZA>와 전체적으로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정말 ‘봉구’는 빙다리핫바진가!    

 

김민철 변리사 현재 G&W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이며, KT 등 다수 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등 10여개 대학에서 지적재산권 특강을 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산업재산권법』, 『특허법』 등이 있다.   e-mail kmc0202@hanmail.net

 

 

 

 

 

*CEO스터디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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