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관계, 관여(觀心, 關係, 關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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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관계, 관여(觀心, 關係, 關與)
  • 박진우 외식경영학 박사
  • 승인 2021.02.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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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경영 노하우

여행의 백미는 역시 먹는 것에 있다. 그래서 늘 食의 발전에 대한 희망을 놓치 않는다. 매콤한 떡볶이가 먹고 싶었다. 알지 못하면 검색창을 열어 검색한다. 우리의 일상이다. #떡볶이맛집 을 검색했다. 떡볶이가게야 어느 지역이던 있기 마련이고, 인기검색어로 손색이 없는 키워드다. 몇 군데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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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을 여행하다 생긴 일이다. 메뉴의 비주얼과 고객들의 평점을 기준으로 한 떡볶이전문점을 찾았다.(검색어에 걸린 맛집보다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이 더 훌륭한 경우가 많다.) 선택한 떡볶이맛집, 그 집에 오픈 첫 손님으로 들어갔다. 도심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돈을 많이 들인 것 같지 않았지만 소박하고 시골스러움을 나타내는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장의 환대도 제법 좋다. 메뉴를 내오고, 만들어주면서 보여주는 음색과 태도도 참 좋았다. 젊은 친구 둘이서 하는 가게라 그런지 잘 준비된 느낌을 받았다. 메뉴를 제공해주면서 여러 가지 스몰톡(Small Talk)도 근사하다. 자신이 ‘지방에 와서 떡볶이를 하게 된 사연’, ‘왜 이 장소에서 장사를 하게 됐는지에 대한 사연’, ‘가게 이름을 짓게 된 배경’도 ‘서울이 고향이란’ 얘기까지도 해주었다.

묻지 않았지만 즐겁고 재미나게 얘기를 해주었다. 별로 싫지 않아서 맞장구까지 쳐주며 얘기를 들어주었다. 한번씩 질문도 툭툭 던지면서 말이다. 그런대로 훌륭한 식사였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젊은 친구들이 제법 괜찮네, 장사 잘 됐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고 가게를 떠났다. 

 

상대를 기억하는 방법은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이다  
며칠 후 생각이 나서 그 가게를 다시 찾았다. 이번 방문은 영업 마감 한 시간 전이었다. 여전히 젊은 친구 둘이서 가게를 지키고 있었고, 손님은 우리까지 두 테이블이었다. 지난 번 주고 받았던 얘기들이 생각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를 했고, 넌지시 “저 생각나지요?”라고 물으니 엉뚱하다는 표정으로 아무 대답을 못한다. 그래서 다시 “가게이름도 얘기하고, 여기 온 사연도 얘기하고 가게이름 지은 사연까지 얘기했는데”라고 던졌다.

‘이 자리에 앉아서 얘기를 주고 받았는데’라면서 애교를 보여도 전혀 기억이 없다는 눈빛과 대답이었다. 나는 바로 실망으로 접어들었다. 그냥 ‘누구나한테 하는 상투적인 말이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얘기를 주고 받았다면 기억을 해야함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한 내가 부끄러웠다. 상대가 상대를 인정하는 방법, 상대가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 그건 기억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음식점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른 것은 몰라도 상대의 얼굴을 기억해주고, 상대의 이름을 불러주고, 상대의 상황에 대해서 얘기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음식점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생각했다. 성공한 음식점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내 욕심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날 그 주인장의 모습에서 손님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깊어 졌다.

 

관계가 밑거름이 되어야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국내의 일일확진자가 1,000명을 육박했다가 1월중순부터 4백대로 떨어지면서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일 확진자 4백명의 수준은 지난 가을 2단계 정점의 수치이다.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또 영국을 비롯한 브라질, 덴마크, 미국, 남아공 등에는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어서 당국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2월 말부터 백신접종이 시작된다고 하나 코로나19의 여파는 2021년도 역시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팬데믹 관련해서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한 가지는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 동의를 하고 사업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큰 변화중의 하나가 상권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다. 고객몰입도와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로드, 골목상권,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는 상권)으로 고객유입이 많아질 것은 명확한 사실처럼 보인다. 어딜가나 만날 수 있는 음식점보다 우연성과 의외성에 기반한 음식점들이 선호될 것이라는 기대도 한다. 과거처럼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보다 고객층의 타깃이 명확한 음식점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타깃고객을 기반으로 한 관계를 형성하는 음식점, 고객을 음식점 운영에 관여하게 하는 음식점들이 선택 받을 것으로 생각되며 그 강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란 생각이다. 고객과의 관계를 맺고, 고객을 음식점 운영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이제 성장의 발판을 삼아가야 한다.

 

소형, 보통, 가까이의 공식이 성공하는 시대 
지난 칼럼(친절하지만 친근하지 않다, 2020년 8월호)에서도 얘기를 했지만 매뉴얼로 획일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점은 고객과의 관계 형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획일성에서 벗어난 마음과 관심이 전해지는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음식점이 되어야 한다. 이런 작은 행위 하나하나가 모여서 관계가 될 것이다. 관계는 팬을 만들 것이고, 팬들이 모여서 팬덤을 형성해줄 것이다.

팬덤을 형성한 고객들이 음식점의 체험과 운영을 함께함으로써 고객의 관여도는 높아질 것이며 충성도로 발현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관심, 관계, 관여로 가는 방법이고 동네 음식점, 소형 음식점들이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그 가장 밑거름에 고객을 생각하는 진심과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이제 대형보다 소형, 특수보다 보통, 멀리보다 가까이의 공식이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다. 작은 음식점, 동네 음식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의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만의 스토리를 쓰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갈 때 2021년말 작은 음식점들은 웃으면서 한 해를 마감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지방까지 내려와서 음식점을 하는 그 젊은 친구들이 일면식이 좋은 친구들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씁쓸한 마음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나와의 관계형성에 실패했다. 서비스도 메뉴도 훌륭했지만 단골을 만드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외식경영학 박사 박진우 최근 『외식 경영 노하우』 저서를 펴낸 박진우 박사는 외식은 가슴으로 하는 사업이며, 구성원들의 조직문화가 최우선임을 강조함다. 고객만족보다 직원만족, 수익보다는 고객가치, 마케팅보다는 QSC에 집중하며 이것이 진정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 유수의 대학에서 외식경영과 외식문화를 강의하였으며, 대기업을 비롯해 외식CEO들의 강의 요청으로 다양한 기업체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mail jinair21@naver.com

 

 

*CEO스터디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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