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지만 친근하지는 않다 - 이제 관계의 미학 속으로 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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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지만 친근하지는 않다 - 이제 관계의 미학 속으로 가야 -
  • 박진우 외식경영학 박사
  • 승인 2020.08.31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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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경영 노하우

1999년 한국에 론칭한 S카페는 론칭 이후 한번도 매출의 감소 없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루어 왔다. 2019년의 매출은 1조 8,000억원, 영업이익은 1,751억원이었다. 상상 이상의 성과다. 단순하게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의 성장이지만 사실 매출보다 커피문화에 기여한 공이 더 크다.

매출과 커피문화로 보면 한국 내의 공룡 커피전문점이 되었다. S카페는 커피문화뿐만 아니라 연이은 MD 상품의 성공으로 새로운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한국 내에서 유독 MD열풍은 강하다.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닌 공간을 팔고, 문화를 판다는 그들의 생각은 이렇게 MD를 통해서도 전이되어 있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얼마 전 직장 동료들에게 S카페를 가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편차 없는 QSC, MD 상품의 다양화, 여유롭고 자유분방한 공간, 점포마다 다른 인테리어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 피력했다. 그 중 가장 많이 나왔던 이야기는 ‘편차 없는 QSC의 확보’ 였다.(어느 점포를 가더라도 실패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손실회피 경향’이라고 부른다.

즉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를 선택했을 때 입게 될 손해를 생각해서 익숙한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이유가 QSC에 대한 편차가 적다고 말했다. 브랜드가 가지고 가야 할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그들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매뉴얼을 넘어선 서비스 제공해야 
많은 사람들이 S카페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브랜드는 아니라고 정의한다. 영업은 가장 잘 되지만 가장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브랜드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서비스와 관련해 한 가지 더 첨언하면 ‘친절하지만 친근하지 않다’고 하고 싶다. S카페에 가면 항상 친절하다.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 그만큼 잘 교육된 바리스타들이 잘 만들어진 메뉴를 제공하기는 한다. 다만, 매뉴얼로 교육된 친절함이 묻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매뉴얼이 가져다 주는 친절함도 친절함이다. 모두가 다 친절하다. 여기까지는 충분한 인정을 표한다.

다만 내가 아쉬운 것은 매뉴얼을 넘어선 서비스에 대한 바람이다. 어떤 것이 매뉴얼 서비스를 넘어가는 것일까? 이런 고민을 던지게 한다. 더 인간적이고, 정감 있는 그런 서비스. 이제는 그런 서비스를 받고 싶어진다.

진정한 서비스에 대한 물음표
90년대에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패스트푸드와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로 인하여 국내 외식산업은 크게 도약했다. 외식기업 운영기법, 매뉴얼화, 시스템화뿐만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인식조차도 몇 단계가 업그레이드되었다고 본다. 일부 패밀리레스토랑들의 서비스는 특급호텔을 뛰어 넘는다는 말까지 전해졌으니, 이 외국외식기업의 출현은 국내 외식산업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외식기업들이 행하는 서비스가 대부분 매뉴얼화되고, 매뉴얼화된 서비스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면서 대부분의 외식기업들이 매뉴얼화된 서비스를 비슷하게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랫동안 학습된 고객들은 이제 이런 매뉴얼화된 서비스에 대해 식상함을 토로한다. 어느 음식점에 가서도 볼 수 있는 비슷한 태도와 말로 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식상함을 느끼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진정한 서비스인지 다시 물음표를 던지기도 한다. 

 

스몰토크(Small Talk)가 실현되는 음식점 
시대의 흐름으로 보았을 때 음식점의 서비스는 매뉴얼화를 넘어서야 한다. 많은 고객들이 이런 서비스를 보면서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기도 하고, 정감이 없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들도 대답을 매뉴얼화 해서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매뉴얼화를 넘어서 이제는 관계의 음식점이 되어야 한다. 음식점에서의 관계란 고객들과 사소한 이야기, 사적인 이야기, 일상적인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음을 뜻한다. (칼럼리스트의 생각이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이야기, 함께 왔던 아이들의 이야기, 부모의 이야기, 오늘 만든 반찬 이야기, 동네에서 일어났던 재미난 에피소드, 새로운 소식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고객들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그런 음식점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음식점의 관계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근무하는 레스토랑에도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를 내부적으로 스몰토크(Small Talk)라고 명명하며 고객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가볍게 주고 받으라고 한다. 스몰토크가 실현되는 음식점은 매뉴얼화를 이길 수 있다. 매뉴얼서비스에 식상한 고객들에게 신선함을 주고, 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이 또한 매뉴얼화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라고 매뉴얼화된 질문을 하는 것보다
“손님, 이 김치 지난 주에 담궜는데…맛은 어떤가요?”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라고 묻기 보다
“오늘은 준영이랑 안 오셨네요? 준영이 보고 싶은데” 등등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는 아주 정감 있는 그런 음식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이 느끼는 식상함을 벗어날 수 있고,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고, 이런 관계가 팬이 되고, 팬들이 모여서 팬덤이 된다. 
매뉴얼화도 중요하지만 매뉴얼화가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관계의 미학 속으로 아주 세심히 우리의 음식점을 돌아보자.

 

외식경영학 박사 박진우 최근 『외식 경영 노하우』 저서를 펴낸 박진우 박사는 외식은 가슴으로 하는 사업이며, 구성원들의 조직문화가 최우선임을 강조함다. 고객만족보다 직원만족, 수익보다는 고객가치, 마케팅보다는 QSC에 집중하며 이것이 진정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 유수의 대학에서 외식경영과 외식문화를 강의하였으며, 대기업을 비롯해 외식CEO들의 강의 요청으로 다양한 기업체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mail jinai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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