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육식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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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육식 생활
  • 김태경 Ph.D
  • 승인 2020.08.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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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식당

코로나로 세상 전체가 우울한 가운데 훈훈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사람들에게 좀 위로가 되고 행복했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서 우리는 전미도라는 배우를 처음 만났다. 전미도의 노래는 음원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아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최고 수혜자는 배우 전미도가 아니였을까? 뮤지컬 배우출신인데 첫 드라마 출연에 이정도의 인기라면 정말 성공적인 데뷔라 할 수 있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이미지 ⓒ www.iclickart.co.kr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인기가 많은 이야기를 남겼지만 <하남돼지집>의 PPL 만큼 극적인 일은 없었다. PPL 이라는 건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소도구로 끼워넣는 광고기법1)을 말한다. 기업 측에서는 화면 속에 자사의 상품을 배치, 관객(소비자)들의 무의식 속에 상품 이미지를 심어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상품을 자연스럽게 인지시킬 수 있고, 영화사나 방송사에서는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 [네이버 지식백과] PPL 광고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하남돼지집> 광고 촬영같은 PPL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본방 사수를 했다. 주인공들이 삼겹살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누가 봐도 <하남돼지집>인지 알 수 있었다. 아니 내 직업이 식육마케터라서 잘 보였나 하여간, 주인공들이 직원이 삼겹살 구워주는 걸 바라보는 모습이나 메뉴 하나하나를 추가 주문하는 모습이나 누가 봐도 PPL을 넘어 <하남돼지집> 광고 촬영인 줄 알았다. 정말 드라마 중간에 나오는 광고인 줄 알았다. 그렇게 자세히 노골적으로 PPL 하는 건 처음 봤다.

코로나로 매출이 극감하니 살아 보겠다고 큰 투자를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효과가 있을까? 특집 방송도 요즘은 몇일 효과를 못 보는데 PPL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 참 좋은 PPL 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며칠후 <하남돼지집> 본사 사람들을 만났다. 싱글벙글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PPL 효과가 대박이란다.

비용도 그렇게 많이 쓰지 않았는데 방송에서 PPL을 너무 잘 해 주었다. 전국의 <하남돼지집>에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한다.  PPL 내용이 좋은 것도 드라마가 워낙 인기가 있었던 것도 있지만 <하남돼지집>의 브랜드 충성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국 방송인데 주변에 <하남돼지집>이 없다면 PPL 효과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전국에 200개의 매장이 있기에 커버할 수 있었을 것이며,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브랜드 삼겹살집이라는 것이 PPL 대박에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하남돼지집>의 브랜드 체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외식을 주저하며 잠시 잊고 있다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PPL을 보면서 브랜드에 대한 체험을 상기하고 해당 점포로 향한 것이다. 

 

코로나로 식당들이 다 어렵다
특히 저녁 회식을 하는 식당이 일상식을 하는 식당보다 더 어렵다. 그중에도 가장 어려운 식당들이 한우 한돈을 파는 고기집이다. 장사가 안 되는데 가정소비가 늘어서 원료값은 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식당의 식재료 원가가 상승해서 적자폭이 더 커지고 있다.

한우, 한돈 고기집이 장사가 안 된다고 단정지어서 이야기 할 수 없다. 모든 업종의 식당에서 잘되는 식당은 더 잘 된다. 안 되는 식당은 더 안 되는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코로나가 가져다 준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 양극화가 극심하게 나타난다는 거다.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은 사람들이 이미 경험하고 체험을 통해 사랑하게 된 브랜드 식당이다.

사람들이 경험해 보고 체험해 본 식당. 스스로 체험하고 경험해서 만족도가 높았던 식당에 대한 충성도는 더 높아지고 반면 오다가다 만나게 되는 식당에 대한 관심은 점점 떨어진다. 

브랜드라는 것이 어렵게 생각하면 참 어렵지만 쉽게 생각하면 사람들이 경험하고 체험해서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 콘셉트니, 브랜드 아이덴티티니, 브랜드 관련 어려운 용어들은 쓰며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지만, 진짜 브랜드는 사람들 경험의 합이다. 사람들이 좋은 경험이 모이면 좋은 브랜드가 되고 사람들이 나쁜 경험만 모이면 그 브랜드는 사라지게 된다. 우리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까 나쁜 경험이 될까?


코로나 이후의 뉴노멀
코로나 이후의 뉴노멀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쓴다. 뉴노멀의 소비 형태를 가치소비라고 한다. 사람들이 작은 소비 하나하나에도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는 소비를 한다는 말이다.

간단히 정리를 하다 보니 코로나 이후 우리의 소비형태, 뉴노멀, 가치소비는 근검절약이다. 근검절약(勤儉節約)이란 부지런하고 알뜰하게 재물을 아낌이다. 아주 오래전 새마을 운동시절에 많이 쓰던 말이다. 아무리 뉴트로, 레트로의 시대라고 하지만 소비자 행동까지 레트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일자리가 불안하고 소득이 줄어들면 수십억대의 아파트 등을 소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근검절약하게 된다. 점심 식사, 저녁 회식 장소를 하나를 선택하는데도 많이 고민하게 된다. 

사람들의 고민을 덜어 주는 것이 브랜드다. <하남돼지집> 같이 유명한 브랜드의 식당을 회식장소로 정하면 다들 동의하겠지만 이름도 없는 식당을 찾아서 갔다 맛없으면 욕먹기 좋다. <하남돼지집>은 삼겹살 식당의 <스타벅스>다. <스타벅스> 커피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는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브랜드다. 사람들이 기꺼이 모닝커피를 마시고 점심 식사 후 <스타벅스>를 찾고 저녁 약속을 잡는다.

코로나 이후 브랜드의 가치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지만 지금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기엔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식당 문을 닫는 것보단,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낫다. 모든 소비에 있어서 좋은 경험이야말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해보자. 

 

김태경 Ph.D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식품유통경제학교 겸임교수.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에서 학부과정과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롯데햄우유, 도드람양돈농협, TGIF 등 국내외 주요 육류생산과 가공, 그리고 외식업체에서 식육마케터로 활약해왔다. 국내 축산물이 처음 브랜딩 되기 직전 축산물 브랜드화의 필요성을 가지고 학위논문을 작성했고, 실제로 1세대와 2세대 돈육브랜드 론칭 과정에 참여하며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며 축산물 전문 마케터로 오랫동안 활약해 왔다.   e-mail pigres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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