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유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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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유형(2)
  • 임나경 편집국장
  • 승인 2020.03.0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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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이야기

BI, CI, 인테리어, 디자인 등을 모두 제작한 뒤 상표등록이 불가능해 콘셉트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행 상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템이 있으면 상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미리 판단하고 유사한 것의 등록 여부를 찾아보아야 한다.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에 대한 업무와 함께 다수 프랜차이즈의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철 변호사로부터 이에 대한 각종 사례와 상표등록에 대해 알아본다.


경상북도 경주에서 유명한 <경주빵>에 대하여 등록된 상표
의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갑)이 빵에 “경주빵”이라는 상표를 (갑)의 허락없이 사용하는 (을)을 상대로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독자들은 이 사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상표권 침해다’ 아니면 ‘상표권 침해가 아니다’
전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상표를 상표권자의 허락없이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면 상표권 침해가 된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을)은 (갑)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왜 그럴까? 왜 등록상표임에도 상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상표권 부여 안되는 <경주빵>   
상표법에서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대하여는 어떤 상품에 대하여도 누구에게도 상표등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표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필요가 있고 그 사용을 원하기 때문에 특정인에게 상표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공익상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특히, “현저한 지리적 명칭”은 그 지역주민의 상호로 많이 사용되고 있어, 이러한 지리적 명칭에 대하여 상표등록을 인정한다면 해당 지역에서의 자유사용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이나 널리 알려진 지리적 명칭에 대해서는 특정인에게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실무에서는 국가명, 국내의 특별시, 광역시 또는 도의 명칭, 특별시·광역시·도의 시·군·구의 명칭, 저명한 외국의 수도명, 대도시명, 주 또는 이에 상당하는 행정구역의 명칭 그리고 현저하게 알려진 국내외의 고적지, 관광지, 번화가 등의 명칭에 대하여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취급하고 있다.

여기서 상기 사건을 다시 살펴보면, (갑)이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등록상표는 ‘도형’과 ‘경주빵’이 결합된 상표로, 이 중 ‘경주빵’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시의 명칭)인 ‘경주’와 보통명칭인 ‘빵’이 결합된 것으로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구성이고, 결국 (갑)의 등록상표는 경주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인 얼굴무늬수막새(기와의 한 구성)를 독특하게 도안화하고 구름 형상과 같은 전통 문양을 배치한 것으로 구성된 도형부분에 의하여 상표등록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경주빵”이라는 상표를 사용한 (을)의 행위는 (갑)의 상표권의 권리범위가 미치지 않는 누구나 상표로 사용할 수 있는 “경주빵”이라는 상표를 사용한 것이므로 (갑)의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된다면 제3자가 ‘이상복경주빵’, ‘최부자경주빵’, ‘진수미가경주빵’, ‘우영경주빵’, ‘경주빵몽드레’라고 ‘경주빵’을 포함하고 있는 상표를 사용하더라도 (갑)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참고로 예를 든 상표는 모두 (갑)의 등록상표와 상관없이 각각 등록된 상표임). 왜냐하면 (갑)의 등록상표 중 ‘경주빵’은 상표권의 권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등록상표의 권리가 인정되는 <경주황남빵>  
반면 경상북도 경주에서 유명한 <황남빵>에 대하여 등록된 상표 이 존재하는 경우, 상술한 바와 같이 ‘경주’ 부분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서 등록상표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지만, ‘황남빵’ 부분은 당연히 등록상표의 권리가 인정되는 부분이므로, 제3자가 ‘황남빵’이나 ‘이상복황남빵’, ‘최부자황남빵’, ‘진수미가황남빵’, ‘우영황남빵’, ‘황남빵몽드레’라고 ‘황남빵’을 포함하고 있는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경주황남빵”의 상표권 침해가 되는 것이다(실무에서는 등록상표의 일부 유사도 전체 유사로 봄). 

따라서 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포함하고 있는 상표가 다른 등록의 대상이 되는 구성과 결합되어 상표등록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상표의 선택 시 고려와 유의가 필요하다.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는 <사리원면옥>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2018년 대전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병)이 음식점에 <사리원불고기>’라는 상표를 사용하는 (정)을 상대로 자신의 등록상표 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소를 제기한 사건에 대하여, (정)은 (병)의 등록상표 “사리원면옥”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여 상표등록을 무효로 하여야 한다는 무효심판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다.

(병)의 등록상표 중 ‘면옥’은 음식점에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부분으로서 등록상표의 권리가 미치지 않는 부분이고, 결국 ‘사리원’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는가가 쟁점인 사건이었는데, 대법원은 “조선 시대에 조치원, 이태원, 장호원, 퇴계원 등과 함께 ‘원’이 설치되어 있던 교통의 요지였고 현재 북한 황해북도의 도청 소재지인 사리원은 조선 시대부터 유서 깊은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를 거쳐 그 후에도 여전히 북한의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사리원’ 부분은 일반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라고 판시하여 ‘사리원’을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인정하였다. 

상기 대법원 판단이 타당하고 적확한 것인지는 별론(1심,2심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보지 않았음)으로 하고, ‘사리원’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함으로써 “사리원면옥” 전체가 착오로 등록된 상표로 인정되어 (정)이 제기한 무효심판에서 “사리원면옥”이 무효가 되었고, 그 결과 (정)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음식점에 ‘사리원’이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현저한 지리적 명칭은 상표출원 시 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이며, 착오로 등록된 경우라도(심사관의 판단 미숙 포함) 무효심판에 의하여 상표권이 원천적으로 무효가 되므로, 상표를 선택함에 있어서 상표등록을 염두에 둔다면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는 상표의 선택은 피해야 할 것이다.  

 

 

김민철 변리사 현재 G&W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이며, KT 등 다수 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등 10여개 대학에서 지적재산권 특강을 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산업재산권법』, 『특허법』 등이 있다.   e-mail kmc02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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