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 열병 이후의 고기 식당 브랜드 전략
상태바
아프리카 돼지 열병 이후의 고기 식당 브랜드 전략
  • 임나경 편집국장
  • 승인 2019.12.19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랜드 식당

2018년이 단군 이래 처음으로 우리 민족에게 고기가 남아돌기 시작한 해다. 물론 과거에도 수입육이나 국내산이 조금씩 이월된 물량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고기가 풍성하고 평등한 시대는 없었다. 수요공급에서 공급이 많아질 때 마케팅이 발달하게 된다. 이제 정말 고기 장사도 고기 식당도 마케팅을 해야 할 때다. 그것도 브랜드 마케팅을 해야 할 때다.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식당들의 애환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국내에 상륙했다. 경기북부 14개 농장이 감염되어 그 지역 돼지를 수매나 살처분한다. 멧돼지도 감염되어 대한민국 멧돼지를 다 잡을 기세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병되자, 처음엔 앞으로 30년 동안 육즙 가득하고 두툼한 삼겹살을 못 먹을 것이라는 이상한 글들이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돌아다니면서 공포심을 조장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도매상들이 돼지고기 가격을 인상했다. 살처분과 질병에 대한 공포심이 돼지고기 식당 소비를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돼지고기 도매시장 경락가가 반토막으로 떨어졌다. 이 와중에도 내년 봄에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전 세계 돼지고기가 다 중국으로 수입되어 국제가격이 오른다고 엄청난 양의 수입 돼지고기 재고가 있으면서도 계속 수입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람들 각자의 욕망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장이 혼란스럽다. 정작 너무너무 힘든 건 돼지를 키우는 농가가 아니라 돼지고기 식당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돼지고기 식당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돼지고기 수요의 새로운 시장 형성 
사실 돼지고기 식당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이전부터 대부분의 식당이 고전중이었다. 최근 들어 돼지고기 식당이 힘든 이유는 돼지고기의 소비패턴에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라는 소비형태 술과 고기를 함께 먹는 소비형태를 축제식이라고 한다. 이 축제가 끝나가고 일상식시장이 늘어나고 있다. 좋은 일이다. 고기를 삼시세끼 밥과 함께 먹는 건 육류 소비를 확대할 수도 있다. 식당의 이용율도 높아진다.

그런데 사람들이 일상식으로 돼지고기를 먹는데 그게 돼지고기 구이 식당에서 점심 메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구내식당, 단체급식 등으로 수요가 옮겨갔다. 거기에 배달음식으로 집에서 주문해서 먹기 시작했다. 기존의 돼지고기 식당들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우리나라 육류 시장은 1970년대 이후 생고기를 소금과 후추로 맛을 낸 로스구이시장 즉 삼겹살 구이, 목심 구이 시장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값싼 수입 목전지를 활용한 양념육 무한리필 시장이 무섭게 확대되고 있어 기존의 고기 식당들이 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사람들이 더욱 돼지고기를 안 찾게 되니, 식당 경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브랜드는 고객과의 약속이다
요즘처럼 고기가 남아돌고 아프리카 돼지열병 같은 질병으로 고기에 대한 안정성에 의문이 생길 때는 이고기 저고기가 아니라 안전하게 키워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고기를 찾게 된다. 지금까지 고객들은 맛있고 적당한 가격, 그리고 분위기가 자신하고 맞는 고기 식당을 찾았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이후 고객들은 맛있고 적당한 가격이나 분위기보다 안전하게 키워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고기를 파는 식당을 찾게 된다.

▲ 돼지고기전문점의-안전홍보물

이미 앞서가는 식당들은 자기 식당에서 사용하는 돼지고기들이 어떤 이가 어떻게 키웠는지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200개가 넘는 돼지고기 브랜드가 있다. 대부분이 1992년 이후 UR로 수입육이 밀려오는 걸 대비하고 당시 일본의 수출하기 하면서 냉장육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브랜드를 만들었다. 마침 대형 마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오픈하면서 마트용 브랜드로 대형마트와 식당들에서 인기가 좋았다. 이제는 몇몇 브랜드들은 메이저급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수십 수백군데 계열화 농장에서 돼지를 수매해서 브랜드 돼지고기를 만든다. 철저히 과학적 관리를 한다. 믿어도 된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더 믿을 수 있는 고기와 식당을 찾을 것이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
약속을 지킨다. 거짓말 하면 안 된다. 유치원에서 배우는 내용이다. 브랜드가 매우 어렵고 화려해 보여도 사실 브랜드는 사람들 마음에서 만드는 거라 화려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진정성과 진심이 있으면 된다. 경쟁이 더욱 심해지는 외식시장에서 유치원에서 배운 것만 가지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겠지만, 살면서 유치원에서 배운 것도 동화책에 있는 상식도 잘못 지키는 것이 세상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의심과 불안한 마음들이 더 커지고 음식에 대한 공포심까지 생겨났다. 이제 진짜 브랜드가 필요한 시대다. 

▲ 돈마루-성지-농장-이범호-대표

[사진 02]의 식당 앞 배너의 돼지와 함께 계신 분의 사진은 돈마루 성지농장 이범호 대표님이다. 30년 전, <도드람포크>를 만든 분이다. 연세도 있으신데.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걸고 농장의 돼지고기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랑받는 브랜드 식당이 되고 싶다면 돈마루 성지 농장 이범호 대표처럼 고객과의 약속을 당당히 자신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진심과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약속은 믿음에서 시작된다. 브랜드는 약속이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 이후의 육류 시장은 ‘안전’과 ‘안심’에 대한 관심이 더욱더 커질 것이다. 건강하고 맛있게 돼지를 키우는 농장에 대한 정보도 식당에서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되는 시대가 왔다. 

 

 

김태경 Ph.D  식육마케터, 식육역사학자, 30년간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식육 마케터로 활동하면서 롯데 후레쉬포크 등 브랜드 돈육을 만들고, T.G.I.F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찹스테이크 등 메뉴 기획을 했다. <만덕식당>, <모두의 한우>, <제주 숙성도>에 숙성기술을 전수하고 지금은 고기에 관한 역사를 찾아서 소개하는 일과 어려운 식당 재활사업, 청년 기업들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돼지브랜드 경영지침서』, 『삼겹살의 시작』 (2019.4월 출판예정)   e-mail pigresort@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