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모여있는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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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모여있는 책방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8.10.1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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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마을> 정지혜 대표

책방 <여행마을>의 정지혜 대표는 대표라는 말보다 ‘이장’이란 호칭이 더 편하다. 실제로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책방 주인을 부를 때면 마을 이장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독립출판물과 여행서적으로 꾸려져 있는 작은 책방 마을을 일구고 있다.

▲ <여행마을> 정지혜 대표 ⓒ 사진 김효진 포토그래퍼

관악구에 위치하고 있는 책방 <여행마을>은 독립출판물과 여행서적만으로 구성된 독립서점이다. 세계를 한 바퀴 다 돌 수 있는 에버랜드의 ‘지구마을’을 좋아하던 정지혜 대표는 전 세계에 대한 책이 모여 있는 책방도 그와 비슷하다 생각해 <여행마을>이라 이름 지었다.  

 

여행과 독립출판물이 테마 
여행이란 감성적인 코드와 달리 정지혜 대표의 전공은 과학정책. 책방 문을 열기 전까지 전공과 연관된 공공기관에서 5년간 일을 했다. “입사한 지 3년차에 번아웃 증후군이 왔어요. 주변에서 ‘누구나 다 그래’라고 말하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버텼는데 결국 병이 났어요. 5년차에는 병원 진료를 받을 정도였는데 의사 선생님이 가치관을 바꾸거나, 업무에 변화를 주거나, 그도 아니면 쉬라고 하더군요.”

당시 그녀는 독립출판물에 담긴 탈자본주의적 사고와 작은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위안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 ‘독립서점이 뜬다’는 기사를 보고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몇 날을 고민하다 ‘100년 사는 거 1~2년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자’는 생각에 다음 날 바로 퇴사를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소박한 마음에서 내디딘 첫 걸음이었지만 서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 당시 전국의 204곳 독립서점을 모두 다녔다.

인테리어, 운영시간, 북큐레이션 방식, 이벤트 등을 하나하나 메모하다 보니 서점의 특징이 보였다. 정 대표는 여행과 독립출판물을 테마로 2016년 11월부터 준비를 해서 지난해 4월 1일 책방의 문을 열었다. “ 2년간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자, 그러다 사라지더라도 후회하지 말자 생각했어요. 회사에 다닐 때와 달리 서점에선 작은 것까지 제가 기획하고 운영하고 진행해야 했어요. 행사도 직접 하고 수업과 워크숍도 할 수 있고요.”

 

▲ <여행마을> 정지혜 대표 ⓒ 사진 김효진 포토그래퍼

<여행마을>만의 콘텐츠 
<여행마을>에 들어서면 책방의 또 다른 주인인 고양이 ‘뚱이’도 손님들을 반긴다. 뚱이의 매력에 빠져 책을 사러 오면서 간식을 사다주는 손님도 꽤 있다. 책방 <여행마을>의 공간은 전기 배선부터 가구 조립까지 구석구석 정 대표의 손길이 닿아 있다. 셀프인테리어로 직접 내부를 꾸미고 한 달간 페인트칠을 하고 난 뒤에는 몸살을 앓기도 했다. 여행서점이다 보니 서적은 여행 독립출판물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는 기성 여행책자와 단행본으로 구성했다. 주로 여행지에서 읽으면 좋을 독립출판물을 골라오는데 대형서점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이드북 형식은 지양하고 떠나고 싶은 감성을 자극하는 에세이 류가 주를 이룬다. 

책방 <여행마을>에서는 책뿐만 아니라 나만의 가이드북 만들기, 여행 썰 풀기 모임, 낭독모임, 필사모임, 북토크, 한 달에 한 번 심야책방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출판사도 병행하고 있어서 5주 만에 책 만들기 수업도 진행한다. 정 대표 또한 ‘여행마을’ 출판으로 책방 오픈 1주년을 기념해 『책방 여행마을, 이제 곧 망할 듯?』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관악구에 있는 네 개의 독립서점과 연합해 이벤트를 준비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독립출판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여행마을’도 운영 중으로 현재 구독자가 1000여 명에 이른다.

 

책방 창업의 문을 열 포인트 
정 대표는 책방 운영 이외에 책방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직접 세무 등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독립서점과 동네책방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서점 시장 또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정 대표는 책방 운영에서의 책임감을 강조한다. 흔히 책방은 책만 갖추면 된다고 생각해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작가에 대한 책임감과 책에 대한 마케팅이 필요하며 책방 자체 콘텐츠 개발 및 이벤트 기획 또한 중요하다는 것.

특히 최근 서점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트렌드에 대해서 “서점은 북 카페와는 엄연히 별개이며 음료나 간식으로 책에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어 운영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 대표는 현재 가게를 확장할 지 유지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확장을 하게 된다면 책 만들기나 글쓰기 수업이 더 원활해질 것 같아요. 오래오래 <여행마을> 특색이 나는 플레이스를 만들고 싶어요.”

자영업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뒤로 퇴보할 수도 있다고 조언하는 정 대표는 “그럼에도 성취가 있으면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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