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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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잘 살자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7.08.31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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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장진우> 장진우 대표
 

국악을 전공하고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30개 점포를 운영하는 
외식업체 대표가 된 장진우. 
그는 지금도 끊임없이 색다른 시도를 
고민하는 중이다. 
혼자 잘 사는 데 그치지 않고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그의 눈에서 순수한 열정이 엿보인다.

 

▲ <주식회사 장진우> 장진우 대표 ⓒ 사진 황윤선 기자, 업체제공

우연처럼 시작한 창업
장진우 대표가 첫 식당을 연 건 7년 전이다. 대단한 포부를 갖고 창업한 게 아니라 굉장히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살던 집 1층에 빈 점포가 하나 있었는데, 임대료가 월 35만원으로 굉장히 저렴한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5개월 동안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장 대표는 주차할 자리가 없어 골머리를 썩고 있던 차에, 주차위반 벌금을 무는 것보다는 월 35만원짜리 점포를 임대하고 주차할 공간을 얻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찌보면 엉뚱할 수도 있는 <장진우식당>의 시작이다.

식당을 30개나 운영하고 있는 외식업체 대표라고 하면 대단한 스토리를 기대할 법도 한데, 그는 “정말 별 생각이 없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다 보면 큰 욕심 없이 시작했기에 지금의 성과가 나타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외식업을 통해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지금 하고 싶은 일, 새로운 일을 찾고자 노력했더니 식당이 30개나 되어 있었다는 게 장 대표의 얘기다.

굳이 계기를 찾자면 식당을 열기 전 유럽여행을 다녀왔던 게 좋은 자극이 됐다. 유럽과 달리 한국은 간판이 위압적이고, 건물들이 도시와 아름답게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마음을 붙일 만한 편안한 공간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식당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새로운 거점, 동인천
장 대표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이태원, 그 중에서도 경리단길은 다양한 문화가 모이는 곳이다. ‘공간’의 느낌을 중시하는 장 대표와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에게 요즘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선 곳이 있다. 바로 동인천이다.

동인천은 한 때 큰 번화가였지만, 지금은 쇠락해 유령도시처럼 변해버렸다. 장 대표는 카페를 열고 동인천이라는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작 카페 하나일 뿐이지만 자신의 노하우와 매뉴얼을 전해줌으로써 공간이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카페가 잘 되면 원두를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고, 점주의 이익이 커지며, 손님들에게는 싸고 맛 좋은 커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삼각형 선순환 구조. 장 대표가 꿈꾸는 모습이다. 다만 경기 불황 속에서 외식업이 활성화되려면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우선 청년들이 지갑을 열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창업자들에게는 ‘안 되면 빨리 포기하라’는 조언도 내놓았다. 포기는 결코 나쁜 게 아닌데, 포기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다보니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그리고 장사를 하고 싶다면 반드시 숫자와 친해져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더불어 사는 삶
장 대표가 최근 애정을 쏟고 있는 사업은 브런치카페 브랜드 <앵커드>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빵과 케이크는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다. 비싼 가맹비나 로열티 대신 장애인들이 만든 빵과 케이크를 점포에서 판매하는 조건으로 <앵커드> 점주가 될 수 있다.

현재 <앵커드> 점주들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 장진우 카페 브랜드라는 인지도를 누리는 동시에 저렴한 투자비용으로 창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홍대나 강남 등 번화가에 출점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 일부러 노후상권인 동인천 지역에 <앵커드> 지점을 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장 대표의 그리는 모습은 <앵커드>를 통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나아가 상권이 활성화돼 도시재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찌 보면 거창한 계획처럼 보이지만, 낙후되고 버려진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다는 것만으로도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사회와 이익을 나눈다는 원칙은 3년째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실시하며 꾸준히 지켜나가고 있다. 장 대표의 머릿속에는 지금도 새로운 시도가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지만, 남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원칙은 바뀌지 않을 예정이다. 장 대표의 다음 도전이 뭘지 더욱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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