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을 은퇴하고 할 수 있는 선택은 프랜차이즈 창업이다.
은퇴 후 <본죽>에서 깨 볶으며 운영하고 있는
부부 점주의 즐거운 창업이야기를 들어봤다.
밝은 웃음이 번지는 점포
매장 입구에서부터 달달한 냄새를 풍기는 유성진·박종식 부부. 남편 박종식 점주는 창업 전 외국계열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명예퇴직 후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던 중 지인에게 <본죽> 브랜드를 추천받았다. “처음에 남편은 <본죽>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인근 점포에서 아르바이트를 며칠하더니 <본죽> 점포를 열어보자고 하더라고요.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서 남편이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라며 남편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한 마디를 해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묻어나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바쁘게 일하면서 서로 싸우는 일은 없는지 궁금했다. “결혼하고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는데 이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다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옆에서 이를 지켜보는 직원들은 싸우는 건지 소꿉놀이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핀잔을 놓기도 했다고.
매장에는 두 부부와 외식업 경험이 있는 두 누나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일하다 보면 의가 상한다는 말을 반증이라도 하듯 창업하면서 오히려 서로가 큰 의지가 된다고 말한다. 부부뿐만이 아니라 시누이 사이에도 다음날이 쉬는 날이면 일을 더하려는 모습이 그렇다.
누가 죽을 먹는다고
처음에 부부가 <본죽>을 시작하려 할 때, 누가 아프지도 않은데 죽을 먹냐며 모든 지인이 만류했다. 하지만 오픈 후 조카도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죽을 먹는지 몰랐다고 말한다. 이제는 지인들이 죽이 맛있다며 인정해주니 일할 맛이 난다. 2년 전 박 점주는 허리를 다쳐 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때문에 오래 서있지 못해 종종 쉬어줘야 하는데 주방에서 일을 도와주는 누나들이 이를 조절해주고 있어 감사하다. 또 부부는 처음엔 일이 익숙지 않아 오래걸렸지만 지금은 능숙해져 같은 일도 고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2015년 10월에 오픈하면서 첫 달부터 손해 없이 운영되고 있을 <본죽> 양재은광여고점. 여유자금 1000만원은 가지고 시작하라던 말이 무색할 만큼 고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병원 앞에 위치한 탓에 아픈 이들이 약봉투를 들고 죽을 주문하면 조리하면서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죽을 만든다. 두 부부의 진심과 그 따뜻함이 담긴 죽을 맛본 고객들은 다시금 <본죽>양재은광여고점을 찾고 있다.
<본죽>은 나의 취미
점포를 운영하면서 박 점주가 매달 기다리는 일이 있다. 그것은 <본죽>에서 이뤄지는 직원교육. 참석자들에게 무료로 유니폼 제공과 4가지 죽을 챙겨주는 이 교육이 박 점주는 좋다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또 부부는 <본죽> 경영철학이 매우 마음에 든다. 일을 하면서 기부에 대한 생각을 해왔지만 워낙에 쉴 틈 없이 일하다 보니 행동에 옮기지 못했는데, 본사에서 쌀 기부에 대한 여부를 묻는 문자가 온 것. 박 점주는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과 ‘기부죽’ 고객도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도 만족한다.
많은 돈을 벌어 잘살겠다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과 더불어 살고 싶은 유성진, 박종식 점주. 해맑은 웃음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 부부가 운영하는 양재은광여고점은 비 오는 날, 빛나는 하루를 선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