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전통의 ‘서서 먹는 갈빗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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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 전통의 ‘서서 먹는 갈빗집’
  • 김성배 기자
  • 승인 2016.09.20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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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서 식당> 이대현 대표
▲ <연남서 식당> 이대현 대표 ⓒ사진 이현석 팀장


사람도 환갑이면 장수한 것을 축하하는 잔치를 열어준다. 그 속에는 그 해까지 살기가 쉽지 않다는 속내도 숨어있다. 하물며 사람도 그럴진대 하나의 가게가 63년이라는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은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서서 먹는 갈비’로 유명한 <연남서 식당>은 63년이라는 세월 동안 갈비 맛으로 승부하는 진짜 맛집이다. 

창업 Before  생계를 위해 시작한 ‘전쟁의 유물’
‘서서 먹는 갈빗집’, <연남서 식당>은 식당 내부에서만 서서 먹는 사람들로 붐비는 것이 아니라 식당 외부에도 대기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기로 유명한 집이다.
63년 전, 전쟁 이후 생계를 위해 선술집으로 시작했던 <연남서 식당>은 이대현 대표 아버지의 손을 통해 운영하게 됐다. 이 대표는 <연남서 식당>을 전쟁의 유물이라고 정의한다. 전쟁이 끝난 시절,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고 아버지와 남동생과 함께 먹고살기 위해 시작했던 가게. 처음에는 천막을 치고 시작했던 가게가 길이 확장되며 옮겨 다니기를 9번을 하고서야 지금의 자리에 위치하게 됐다. 아버지를 따라 시작했던 가게는 어느덧 60여년이 흘러 이젠 이 대표 혼자 운영하고 있으며 아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전통 있는 맛집으로 거듭났다.

창업 Start  63년 전 그대로, 그것이 차별화 포인트 
현재 자리 잡고 있는 <연남서 식당>의 위치는 그리 입지 조건이 좋은 편은 아니다. 번화가가 아닌 외곽 지역에 위치한 <연남서 식당>은 흔히 요즘에 떠오르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대박 가게가 아닌 것. 오로지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이곳은 편하게 앉아서 먹는 것도 아닌 삼삼오오 서서 고기를 먹어야 하며, 특히 무더운 여름에는 에어컨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남서 식당>의 고기를 먹기 위해서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오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금 프랜차이즈나 다른 가게처럼 차별화된 콘셉트를 적용한 것이 아니에요. 이 식당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전쟁이 막 끝난 때라 사람들은 천막에서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고기를 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이야기를 나눴었죠. 저희 집이 김치, 밥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처음에 남자들만 있어, 다른 반찬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저희 가게만의 특색이 된 거죠.”

창업 Open  오로지 ‘맛’이다
남다른 서비스도, 좋은 입지조건도 아닌 <연남서 식당>이 이렇게 대박 맛집으로 유명한 것은 한번 먹으면 잊지 못할 갈비 맛 덕분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이 대표만의 경영 철학이 녹아져 있다. ‘정직’과 ‘성실’을 강조하는 이 대표는 최상의 재료를 사용한다.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최상의 질을 중요시 여기는 것. 
그래서 고기 손질에도 정성에 정성을 더한다. 고기 손질에 매일매일 3~4시간을 들이고 고기의 3분의 1을 버린다. 쇠고기는 살만 먹어야 제맛이 나기 때문에 살 속에 자잘하게 붙어 있는 기름과 힘줄, 군살 등을 다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숙성을 많이 하면 양념에 절여져 쇠고기 원래 맛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아침 일찍 손질해 적당히 숙성된 고기를 고객들에게 공급한다. 또 화력이 강한 연탄을 사용해 고기 겉은 익고 속은 끓게 해, 수분이 증발되지 않은 촉촉한 육즙이 가득한 고기를 맛볼 수 있다.

창업 Play  전통과 향수가 담고 있는 가치
이 대표는 60여년이 넘은 지금도 한결같이 아침 4시 30분에 눈을 떠 6시가 되면 가게에 나온다. 그리고 직원들이 주된 일을 하고 있지만 마지막 정리는 꼭 이 대표의 몫이다. 이렇듯 가게의 처음과 마지막을 이 대표의 손을 거치게끔 하는 것도 정직과 성실이 바탕이 된 이 대표만의 성공 노하우다. 또 서비스에 있어서도 여럿이서 온 손님보다 혼자 온 손님에게 더 살갑게 대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같이 온 사람들은 챙겨줄 사람이 많지만 혼자 온 사람은 외로울 수 있기 때문에 더 세심한 배려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연남서 식당>은 서울시 문화위원회에서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가게이다. 이것은 하나의 맛집을 넘어서 오랜 전통과 향수가 남아있는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다. 
“오는 고객들에게 맛있는 고기와 함께 술 한 잔으로 편하게 목을 축일 수 있는 집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40여년은 더해서 100년을 채울 수 있는 가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저는 나이도 들었으니 아들이 대를 이어서 운영한다면 더욱 좋겠지요.(웃음)”

대박 사장의 어록
“인생은 운전하는 것과 같다”
운전대에 손을 떼면 사고가 난다며 인생을 살아갈 때든, 가게를 운영할 때든 인내가 중요하다고.
“경솔하게 생각지 말고 배워라”
직원들에게 자존심을 버리고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다며.
“식목일에 나무 심는 것과 같다”
현재 성공비법을 묻는 질문에 그동안에 심어놓은 것의 결과라는 것을 빗대어 설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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