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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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 현상”
  • 지유리 기자
  • 승인 2016.05.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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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는 복고 마케팅 전문가다. 광고회사에서 일했고 현재 광고를 연구하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복고 마케팅에 대한 여러 단행본과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과 학회지 ‘광고PR실학연구’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브랜드추진위원을 비롯해 여러 정부기관의 광고홍보 자문교수를 맡아 봉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30여권의 단행본과 8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한국갤럽학술상을 비롯해 여러 학술상을 받은 김 교수에게 복고 마케팅 열풍의 원인을 물어봤다.

Q. 현대는 기술기반 사회라고 한다. 인공지능 바둑기사 ‘알파고’, ‘테슬라’의 자동운전 전기차를 비롯해 첨단기술이 혁신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왜 아날로그적인 복고 마케팅 열풍이 부는 건가.
기술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리마트(Remart)’ 시대기 때문이다. 리마트는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or)’와 기술혁신을 상징하는 ‘스마트(Smart)’를 합친 말로 기존에 있던 용어가 아니라 내가 만든 신조어다. 기술이 계속 발달하다보면 생활이 편리해지지만 한편으로는 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TV 기술이 발달하면서 신제품이 계속 나오지만 지금 집에 있는 TV로 충분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냄새까지 전달하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대중화는 빨리 되지 않고 있다. 또, 요즘 무선호출기 ‘삐삐’를 쓰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왜 그렇겠나. 음식을 한 종류만 먹으면 질리듯이 양식을 접하게 되어도 한식을 계속 먹는 이치로 볼 수 있다. 스마트라는 분야는 배워야 하지만, 복고는 우리 유전자가 갖고 있는 문화적 형질이다. 

Q. 2016년 복고 마케팅 열풍은 대한민국이 성장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복고 문화는 어느 시대나 있었다. 그래서 복고는 회귀나 퇴행이 아니고 병행과 양립으로 봐야 한다. 다만, 숫자가 많은 1970년대생이 소비주체로 성장했고 여기에 대응하는 판매자들이 복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복고 마케팅은 지난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광고 기법인 ‘향수 소구’와 닮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다. 복고 마케팅은 과거에서 영감을 얻지만 알고 보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장윤정은 경쟁이 치열한 가요시장에서 복고로 차별화해 자신의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판매한 가수다. 요즘 대세라고 하는 아이돌 그룹은 서로 차별성이 별로 없다. 노출과 댄스로 승부하는 아이돌 그룹의 투자 대비 수익률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장윤정은 이들과 다른 포지셔닝을 위해 트로트를 선택했을 뿐 기존 트로트 가수가 주된 경쟁의 대상이 아니었다.

Q. 요즘 10대와 20대도 복고 마케팅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복고 마케팅이 건드릴만한 향수가 없는 세대에게 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업화 역사가 긴 선진시장은 이른바 ‘창조산업’이 부각된 시기도 우리보다 빨랐다. 첨단기술을 놓고 벌이는 경쟁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조건 대세를 따르는 것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명시 ‘가지 않은 길’은 남과 다른 길을 간다고 해서 ‘아웃사이더’로 취급하지 않는 문화적 배경과 관련이 있는 작품이다. 이 시가 1916년에 나왔다.
마찬가지로 20대에게 복고 마케팅이 통하는 이유도 ‘다름’에 대한 욕구의 충족에서 찾을 수 있다. 브랜드 하나의 인지도를 높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브랜드의 인지도를 1%만 높이려고 해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한 현실이다. 그런데 복고 마케팅은 부모 세대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싶은 호기심을 만족한다. 사람은 자녀에게 단순히 육체적 형질만 물려주지 않는다. ‘밈(Meme)’이라고 부르는 문화적, 사회적 자산을 전승하기에 집단지성을 형성하고 쌓아갈 수 있다. 스마트 시대에 자랐지만 문화적, 사회적 유전자는 한국인인 20대를 대상으로 복고 마케팅은 꽤 괜찮은 전략이다.

복고의 구성요소
1. 희소성을 강조하라

평범해 보이는 흘러간 유행가의 LP판도 세상에 몇 개만 남아있다고 하면 눈길을 끌 수 있다. 가수 장윤정은 그때까지 그런 가수가 없었기에 큰 인기를 끌었다. 뒤늦게 장윤정을 흉내내는 가수는 아무리 잘해도 제2의 장윤정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2. 신비함을 강조하라
코카콜라사(社)는 공개하지 않는 특별한 방법으로 콜라를 만든다고 마케팅한다. 경쟁사 펩시가 눈을 가리고 맛을 보는 ‘블라인드 테스팅’을 통해 코카콜라가 특별하지 않다고 대응했지만 대중은 믿지 않는다.

3. 장난기를 (잘) 넣어라
휴대전화를 산 속의 장인이 만든다는 LG전자의 광고는 웃음을 불러일으켜 인기를 끌었다. 휴대전화를 수공업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장인정신을 담겠다는 장난기 있는 광고였다. 반대로 피자의 유래가 한국이라는 <미스터피자>의 광고는 반감을 불렀다. 피자는 이탈리아라는 한 나라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이것을 가지고 장난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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