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먹자골목에 들어서면 즐비했던 분식집. 그 좁은 골목 안에서도 서너 집은 ‘원조(元祖)’ 간판이 걸린 것을 볼 수 있었다. 골목이 생기던 당시 원조는 이미 문을 닫았을 수도 있고, 있어도 ‘우리가 원조다!’라고 외칠만한 증거도 없으니 공생경쟁을 선택했었을 지도 모른다. 최근 프랜차이즈 창업에 관심을 갖는 예비창업자가 늘자 급격히 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저마다 새로운 아이템, 제2브랜드 등으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겹치는 아이템이 발생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원조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유행 시기만 맞으면 브랜드 카피 쉬워
J치킨전문점은 5년 전 인터넷에서 치킨 대란이 일어날 당시 선발주자는 아니었지만 저렴한 가격과 얇은 튀김옷으로 마니아를 잡는데 성공했다. 지점이 많이 늘어났지만 체계를 잡고 관리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 최근 ‘옛날 통닭’이 유행하면서 J치킨전문점과 비슷한 맛과 콘셉트를 카피한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R김밥전문점은 4년 전 목동에서 10평 남짓 작은 김밥 집으로 시작했다. 좋은 재료를 써서 남들보다 비싼 김밥에 낯설어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래도 곧 가게는 자리를 잡았고 입소문을 탔다. 곧 ‘프리미엄 김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가격대가 높은 김밥전문점 브랜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메뉴의 모양까지 똑같이 사용하는 브랜드도 발생했다. 하지만 정말 그들이 J치킨전문점과 R김밥전문점을 카피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비슷한 아이템이 나온 것인지 증명할 길이 없다.
옛날통닭의 인기로 최근 산발적으로 옛날통닭 프랜차이즈가 느는 것을 볼 수 있다. 초기에 시장 선점에 성공한 <또봉이 통닭>은 브랜드나 아이템, 서비스 등을 카피한 업체들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또봉이 통닭> 가맹계약팀 김대일 부장은 “카피 업체들이 늘어난 것에 대해 크게 대응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저희 브랜드가 잘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저희는 맛이나 품질,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자신이 있기 때문에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원조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마케팅과 시장 선점이 중요한 부분인데, <또봉이 통닭>처럼 시스템을 갖추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트렌드에 따라 아이템을 빼앗기는 브랜드나 전문점은 본사가 자본이 약하거나 마케팅이 활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일단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면 너도 나도 한 아이템으로 몰리기 때문에 그저 맛과 서비스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브랜드력이 약한 브랜드는 이렇다할만한 대응 한번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레시피에 대한 부분은 특허로 보호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영업비밀로 가져가야 하는데, 이 또한 관리가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템을 내 트렌드가 되면 서로가 서로를 베끼며 시장은 획일적인 모습을 띠고 고객들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 곧 질리게 된다. 빠른 속도로 획일화 된 아이템은 고객들에게 금방 진부한 아이템으로 전락해 ‘유망’ 아이템이 될 번 하다가도 금세 한때뿐인 ‘유행’아이템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는 시장 전체의 손해이지만 아직도 여러 업종에서 단기간의 매출신장이나 시장 선점을 위해 서슴없이 아이템 카피가 자행되고 있다.
한 번 빼앗기면 손쓸 방도 없어
C스몰비어전문점은 스몰비어가 유행하기 전 콘셉트를 잡고 한창 오픈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인테리어팀이 나가며 유사한 콘셉트로 스몰비어전문점을 냈고, C스몰비어전문점은 콘셉트를 다시 구상하고 오픈하는데 추가적인 비용과 기간이 들게 됐다. 법적 소송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브랜드 론칭에만 올인하기에도 부족한 인력과 시간이기에 금세 포기했다.
이러한 문제는 C스몰비어전문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브랜드 론칭 초기에, 함께 시작했던 동료들 간에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비슷한 콘셉트로 서로 경쟁업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참신한 아이템인데, 너무 순식간에 갑자기 우후죽순 생기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나마 상호나 디자인은 어느 정도 지재권이 보호된다지만, 아이템은 그 범위가 모호하다. 법적대응은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진행하던 콘셉트를 버릴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동종 업체가 몰려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여러 가지 타개책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후의 효과를 논하기 전에 누군가가 사활을 걸고 어렵게 시작한 창업 아이템에 대한 무분별한 카피하기가 과연 장기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프랜차이즈 업계 스스로가 판단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