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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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 곽은영 기자
  • 승인 2023.10.1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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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고기> 지유정 대표

지유정 대표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정육점을 이어받아 온라인 판매업을 더했다. 대전역전시장 안에 위치한 정육점이라는 특징을 직관적으로 살린 <대전역고기>라는 상호도 새롭게 지었다. 91년생인 그는 전통시장에서 통통 튀면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대전역고기 지유정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대전역고기 지유정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지유정 대표는 91년생이다. 30년여간 정육점 일을 해온 아버지가 2012년 인수한 가게에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합류해 새로움을 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4년 동안 힘차게 달려온 그는 대전역전시장 안에서 운명처럼 새로운 일들을 펼치고 있다. 

 


플로리스트에서 정육점 대표로
서울에서 플로리스트로 일하던 지 대표는 아버지가 정육점 정리를 고려한다는 소식을 듣고 2019년 대전으로 한달음에 내려가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저희 집에 딸이 셋인데 아빠가 정육점 일을 해서 버신 돈으로 생활비를 지원받았어요. 그런데 사업을 접을 생각을 하신다니까 너무 아까웠어요.

내가 도맡아서 온라인 사업을 해보자고 생각했고 중기부에서 주관하는 가업승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서 그해 11월 인계를 받았습니다.” 플로리스트에서 정육점 대표로의 변신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고등학생 때부터 명절 때마다 부모님을 차근차근 도와온 가닥이 있었던 덕분이다.

“일을 도와드리던 첫해에 카운터를 보고, 다음 해에는 손님을 응대하고, 그다음 해에는 고기 단가를 알고, 그다음 해에는 고기를 썰고 있었어요. 그렇게 10년 동안 명절마다 도와드리다 보니까 전반적인 업무나 일을 이해하고 있었던 상태였어요. 덕분에 어렵지 않게 가업승계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대전역고기 지유정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대전역고기 지유정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아버지의 반대를 인정으로 
지 대표는 지금까지 경험을 좇으면서 인생의 길을 내왔다. 와인과 식품을 전공한 그는 서비스직종이 잘 맞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았고 가게 일을 도우면서는 ‘나중에 나도 사업을 하겠구나’ 하는 확신이 있었다. 처음에는 승무원을 준비했다는 그는 자기소개서에 쓸 스토리를 위해서 평일에는 카페에서, 주말에는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경험을 쌓으려고 한 일이 그를 플로리스트의 길로 이끌었다.

“26살부터 29살까지 꽃집을 운영했는데 아버지는 반대하셨어요. 직장생활을 하지 왜 사장이 되려고 하느냐는 것이었어요. 그 자리의 무게감을 겪어왔고 힘든 걸 알고 계시니까요. 아버지 일을 본격적으로 도와드리기 시작한 건 30살 때부터예요.”

그러나 온라인 사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고 첫 3년 동안은 아버지와 트러블도 심했다. 빈 스케치북에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원래 그림이 그려진 자리에 새로운 것을 덧대어나가는 과정이었다.

“3년은 힘들었어요. 온라인으로 고기를 판매한다는 것을 설득하고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런데 라이브커머스에서 우대갈비 판매 일 매출이 1,300만 원이 나오면서 판도를 뒤집었어요.”

지 대표는 정육점 운영을 하면서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청년상인육성재단의 지원 사업에 도전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교육도 다 들었다. 그 시간들이 그를 성장시키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전통시장에 대한 깊은 애정
사업자로 자리를 잡았을 때도 전통시장 내에서는 지 대표에 대한 ‘나이 어린 여자가 정육점 일을 얼마나 하겠나’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 시선 속에서도 그는 묵묵히 할 일을 했다. 냉동 탑차를 끌고 물류창고에 직접 가 매입하고 물건을 내리는 모습을 본 상인들의 시선은 서서히 바뀌어 갔다.

결혼식 전날까지 일하는 그의 모습을 본 상인들은 ‘마사지숍에 있어야 할 신부가 왜 골절기를 썰고 있느냐’고 놀랐다. 서른 살 한창때 일만 하던 그였지만 결국 일은 운명 같은 사랑까지 안겨줬다.

“신랑은 다른 정육점을 운영해요. 서로 일 얘기 하는 것이 데이트일 정도로 관심 대상이 같아요. 서로 도움을 주면서 지내고 있어요.” 두 사람은 작년 12월 결혼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48: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전통시장 홍보모델 일을 통해 전통시장을 제대로 홍보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창업 대학원에 진학해 경영을 배워 온라인 품목을 더 늘려 사업을 확장 시킬 예정이다. 특히 청년 채용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AI가 대세라고 하지만 정육 일에 있어서 만큼은 사람이 받쳐주지 않으면 확장할 수가 없어요. 사람의 가치를 이어가는 게 중요한 만큼 젊은 청년들을 더 채용해 공동체의 필요성을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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